트럼프 발언에 美 정치권 일부 반발
헤즈볼라 정보력 두고 “매우 영리…이스라엘 지도부는 “멍청”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전시 연정을 이끌고 있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비난하고 하마스를 지원하는 헤즈볼라를 치켜세워 미국 정치권의 반발을 샀다.
12일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전날 트럼프 전 대통령은 플로리다 웨스트팜 비치에서 열린 행사에서 연설을 하며 “대통령으로서 이스라엘과 좋지 않은 경험을 했다”고 운을 뗐다.
그는 미국의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사령관 암살 작전(2020년)을 언급하며 이스라엘이 전날 작전 참여를 철회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네타냐후가 우리를 실망시킨 것은 결코 잊지 못할 것이다. 네타냐후가 그 공을 자신이 챙기려 해 기분이 좋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솔레이마니 암살 당시 이스라엘 정부는 이란과의 긴장을 부채질하지 않기 위해 자제하는 반응을 보였다고 WP는 부연했다. 다만 한 퇴역 이스라엘 군 장교를 인용, 이스라엘 정보 당국이 미국의 작전에 도움을 줬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또 레바논에 거점을 둔 무장단체 헤즈볼라의 정보력을 두고 “헤즈볼라는 매우 영리하다. 그들은 매우 똑똑하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같은 발언을 하면서도 헤즈볼라에 대한 자신의 발언이 논란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의식한 듯 “언론은 그런 말을 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즉시 덧붙였다.
아울러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을 두고 ‘멍청이’라고 규정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해당 발언으로 백악관과 이스라엘 당국은 물론 공화당 경선 경쟁주자들의 비난을 샀다.
앤드류 베이츠 백악관 부대변인은 “이란의 지원을 받는 테러 조직을 ‘똑똑하다’고 칭찬하는 미국인이 존재할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면서 “지금은 이스라엘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순수한 악에 맞서 싸울 때”라고 직격했다.
공화당 경선 경쟁자들 마저 등을 돌렸다. 론 디샌티스 주지사도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에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는 사람이 헤즈볼라 테러리스트를 ‘매우 똑똑하다’고 칭찬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우리의 친구이자 동맹인 이스라엘을 공격하는 것은 터무니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팀 스콧 사우스캐롤라이나 상원의원과 니키 헤일리 전 유엔 대사도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을 문제 삼으며 “위험한 발언”이라고 비난했다.
이스라엘도 비판에 가세했다. 슐로모 카르히 이스라엘 통신부 장관은 “전직 미국 대통령인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선전을 조장하고 이스라엘 전사들과 국민에 상처를 주는 내용을 퍼뜨리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면서 “그가 내뱉는 말도 안 되는 말에 신경 쓸 필요가 없다”고 했다.
WP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등 적대국 수장을 치켜세우며 미국의 동맹을 경시하는 그의 오랜 습관을 반영한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