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 분석 보도
하원의장을 축출한 공화당의 내분으로 공화당의 우크라이나 지원 지속 의지가 약화됐음이 분명해진 것을 넘어 공화당의 표준이 됐다고 뉴욕타임스(NYT)가 5일 보도했다.
NYT는 “미국의 군사력으로 전 세계 민주주의를 지킨다”는 이념을 지녀온 공화당으로선 놀라운 변화라고 지적했다. NYT는 또 이로 인해 조 바이든 미 대통령 정부가 우크라이나를 장기적으로 지원하겠다는 공약을 지키기가 훨씬 어려워졌다고 평가했다.
강경 공화당 비판자들은 우크라이나에 수백억 달러를 지원함으로써 미국이 러시아와 직접 충돌할 우려가 커지며 국내 문제 해결을 위한 재원을 고갈시킬 것이라는 고립주의적 입장을 강조해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외교정책에서 “미국 우선” 방식을 주장하면서 고립주의 포퓰리즘 정책을 폈으나 최근까지 고립주의 포퓰리즘 정책을 지지한 의원들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정부 셧다운 위기를 촉발한 끝에 하원의장 축출로 이어진 사건은 강경 우파의 주장이 공화당에서 힘을 받고 있음을 보여준다.
공화당 의원들은 바이든 대통령이 요청한 우크라이나에 대한 수십억 달러 규모의 군사적, 인도적 지원 예산을 배제한 임시 예산을 통과시켰다. 이들은 우크라이나 군대를 훈련하고 장비를 지원하는 예산에 반대했고 소수 강경파들이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이 바이든 대통령과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 관련 “비밀 거래”를 했다며 해임 결의안을 제출하고 찬성함으로써 가결시켰다.
매카시 의장 축출 뒤 후임 하원의장으로 출마한 스티브 스캘리스 공화당 하원 원내총무는 우크라이나 지원에 찬성하며 짐 조던 법사위원장은 공개적으로 반대를 표시해왔다.
우크라 병력 훈련비 반대 공화당 의원 117명 달해
공화당의 우크라이나 지원 세력들은 공화당 분위기 변화에 분노하면서 우크라이나 지원 삭감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들은 특히 우크라이나 병력 훈련비 3억 달러 지원에 반대한 공화당 의원이 117명에 달한 것을 우려한다. 지원 법안이 통과됐으나 반대가 이 정도로 많다는 사실이 앞으로 큰 문제가 될 것으로 보는 것이다. 공화당 의원들은 당내 의원 다수가 지지하는 사안이 아니면 지지하지 않는 경향이 뚜렷하다.
우크라이나 지원이 힘들어질 수 있다는 조짐이 진작부터 있었다. 지난 6월 매카시 하원의장이 우크라이나 긴급 지원 예산안 하원 투표에 반대한다고 강조하면서 바이든 대통령을 압박해 연방 정부 예산 상한선 설정에 동의하도록 했다.
이어 7월에 하원에서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을 국방수권법에 포함하지 못하도록 금지하는 내용의 수정안이 여러 차례 투표에 회부됐다. 가결된 수정안은 없었으나 공화당내 우크라이나 지원 반대 투표자가 1년 전보다 수십 명 증가했다.
이 같은 경향은 여름 휴회 동안 의원들이 유권자들과 만나면서 한층 강화됐다. 워싱턴에 복귀한 의원들 가운데 수십 명이 우크라이나 지원 반대투표에 가담한 것이다. 이들이 지역구에서 정치적 압박과 유권자들의 압박을 받은 결과다.
예컨대 존 커티스 공화당 하원의원의 경우 그동안 여러 차례 우크라이나 지원에 찬성 투표했으나 지난주 우크라이나 병력 훈련 지원 예산에 반대했다. 그는 바이든 정부가 승리 방안과 책임을 분명히 하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다른 회원국들이 더 많이 기여하게 만들기 위해 반대했다고 밝혔다.
여름 휴회 동안 유권자 만난 뒤 우크라 지원 반대 늘어
우크라이나 지원을 강력히 지지해온 공화당 의원들 일부마저 민주당이 다른 분야에서 양보하지 않으면 우크라이나 추가 지원이 어려울 것이라고 말한다. 공화당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이 대표적이다. 그는 바이든 대통령이 요청한 240억 달러의 추가 지원 예산보다 훨씬 많은 600~700억 달러의 추가 지원 예산을 상원에 제출할 수 있다면서 다만 바이든 대통령이 이민 제한을 크게 강화해야 가능하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수일 내로 우크라이나 관련 중요 연설을 할 예정이다. 그러나 현재 분위기상 바이든 대통령이 지원 무기 추적 방안 등을 언급하기 힘들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