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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노트북> 수퍼블루문, 청자달항아리, 다시 달타령

“달아달아 밝은 달아,  세상에 평화를…사람들에게 여유를…”

며칠 전 부터  8월 마지막  밤에는 수퍼 블루문을 볼 수 있다는 뉴스를 심심찮게 볼 수 있었고  기자 또한  관련 기사를 본보에 올렸다.  블루문은 한 달 중 두 번째 뜨는 보름달을 뜻하는 용어인데 이름처럼 달이 파랗게 변하는 건 아니란다. 블루문이 생기는 건 달력 때문이다. 보름달이 나타나는 주기는 29.5일인데, 인류가 쓰는 달력은 한 달을 30일 또는 31일로 정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다.  이런 불일치로 인해 2~3년에 한 번 블루문이 나타난다.

한편 수퍼문은 달이 약간 타원으로 공전하는 지구에 가장 가까이 왔을 때 크게 보이는 달을 말한다.   당연히 슈퍼문과 블루문을 합친 수퍼블루문은 드물게 생긴다. 보통 10여년에 한 번이다. 어젯밤 뜬 슈퍼 블루문을 보지 못했으면 2037년 1월31일까지 기다려야  한단다.

어젯밤  ‘그 수퍼 블루문’ 을 집 앞에서  감상하고 나니 “달타령’이 흥얼거려 지면서 달과 관련한   삼 십년 전의 기억과 며칠 전의 일이 동시에 떠올랐다.

 1. 1995년,  승리 부대의 달타령

슈퍼문 아니라 하더라도 둥근 달을 볼 때면 ‘달타령’ 이라는 노래가 떠오른다.  많이들 그러리라 싶다.
이 노래 또한 기자가 태어나기도 전인   1972년 김부자 씨가 발표한 곡으로 ‘달아 달아 밝은 달아 이태백이 놀던 달아~~~ ’ 로 시작해   1월 부터 12월 까지 뜨는 달에 대해 노래한 ‘월령체’ 가사.

기자가 흥얼거리기엔 상당히 세대차가 있는 노래임에도 불구하고 뇌리에서 떠나지 않는건 기자의 결코 못 잊을 과거의 추억과 관련이 있다.
1995년, 기자는 강원도 화천군에 위치한 제 15 보병사단에 근무 중이었다. 그 부대를 상징하는 마크는 보름달, 승리의 보름달 이었다. 그래서 부대이름도 승리부대.
달타령이 사단가는 아니었지만  보름달을 부대 마크로 하는 사단에서 달타령을 가만 둘리 없지않은가!
사단 사령부 각 참모부와 예하부대에서는 달타령이 항상 회식의 끝을 장식했다.  일종의 전우가 였다.

당시 초임 부사관이었던 기자에게 달타령은 처음엔  정말이지 달을 삼켜서 없애 버리고 싶은 마음 마저 들게하는 노래였다.  기자가 속해 있던 정보참모부 회식 때 마다 그 긴 노래를  다른 사람들은 마이크를 돌려가며 나눠 부르는데 기자는 간부 중 막내 여군이라는 이유 하나로 한 손에는 탬버린, 다른 한 손에는 마이크를 들고 1월 부터 12월 까지의 달을 때론 율동까지 곁들여 열창해야 했다.
앞뒤 자르고 저 광경만 놓고 보면 지금 시대의 열혈 페미니스트들은 입에 거품을 물지도 모를 일이지만 그 시절엔 그런 것 또한 나름의 정이요 재미이기도 했다.

그렇게 달타령을 회식 말미에 부르고 나면 다음 날 내 목소리는 여성인지 남성인지 알 수 없는 중성의 목소리로 변하곤 했다.  하필 철책선에 있는 G.P. 로 대북방송을 하러 가야 하는 날과 겹치게 되면 달타령이 남기고 간 그 중성의 목소리는 철책 넘어 인민군 하전사들에겐더 이상 ‘옥희’일 수 없었다. (옥희는 대북방송 시 기자의 예명)  “전연지대에서 근무하는 인민군 하전사 여러분 안녕하세요, 오늘도 하전사 오빠들의 옥희가 찾아왔어요…” 여담이지만 이번에 평통 상임위원이 된 새터민 출신 마영애 언니는 그때 철책선 넘어 그곳에 있어 내 방송을 들었단다. 엄청난 인연이다. 그의 탈북에 내(옥희) 책임도 있다고  들이 대면서 매우 잘해준다.

우리 인근 부대인 3사단은 백골부대이고 부대 마크 또한 해골이다. 그 부대 전우가는 황금박쥐 였던가.
그래도 해골에 비하면 보름달이 훨 낫지 하면서 회식 다음날  숙소에서 설거지를 하며 또다시 달타령을 흥얼거리는 나 자신에 흠칫 놀라기도 했던 1996년을,  2023년 8월의 슈퍼블루문이  다시 소환했다.

달은  나에게  겉으로는 ‘타령’이었지만 속으로는 늘 추억이자 희망의 상징이었다.   ” 정월에 뜨는 저 달은 새 희망을 주는 달 ”

2. 맨하탄의 푸른 달항아리

수요일, 비오는 아침,  맨하탄에 볼일이 있어 나갔다가 남편 안동일 기자와 함께 57가 파크애비뉴에 위치한 뉴욕 한국문화원을 찾았다.   그곳에선 한미동맹 70주년을 기념해 대한민국 도자기 명장 김세용 선생과 그의 아들이자 전승자 김도훈 박사의  도자기 특별전이 열리고 있었다.

남편 안기자가  전통 도예, 서각 등에 관심이 각별해 이루어진 방문이었다.  사실 우리가 방문한 날은 전시회 마지막 날이었다.

‘로얄 알버트’ 류의 유럽 귀족풍 찻잔과 접시에 늘 마음을 빼앗기곤 하는 기자에게 전통 도자기는 미안하지만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았다. 적어도 이날 달항아리를 만나기 전까지는…

남편이 김세용 선생과 작품들에 대해 대화 하는 동안 기자는  김도훈 박사로 부터 작품들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한 작품 앞에 섰을 때 기자의 귀에선 그의 설명이 이쪽에서 저 쪽으로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커다랗고 둥그런, 표면에 아무런 그림도 조각도 없는 푸른빛의 항아리.   그 항아리가 마치 자석 처럼 나를 마구 잡아 당기고 있는 것 같았다.
‘세상에, 내가 설마… 도자기에 심장이 쿵한건 아니겠지?‘  그러나 했다… 심쿵.  달항아리 바로 너! (위 사진)

매끈한 결, 옥색 바다와도 같은 빛깔, 완만한 곡선과 그 충만한 자태. 달항아리는 속삭이듯 온 몸으로 내게 말을 걸어왔다.  내가 어떤 빛과 결로 살아가야 하는지 알려주는 듯 했다.

또한 인간이 살아감에 있어서 하느님께서 보시기에 참 좋은 모습의 예를 달항아리를 통해 찾은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러면서  ‘아… 내가 이제 나이를 먹는구나…’ 살짝 철들어감도 느끼며^^.    BTS와 대장금이 던졌던 감동과 재미와는 또다른 영끌의 심쿵이었다.

요즘 쓰는 말 중 영끌이라는 말이 있다. 영혼까지 끌어모았다는 뜻이다 .젊은이들이 무리해서 대출 까지 받아 코인이나 주식에 투자 하는 것을 표현할 때 영끌 투자라 하지 않는가.  그러나 진정한 영끌이라는게 무엇인지를 도예 김 부자가 보여주는 것 같다.

무문 달항아리 말고도 천 오백개 (정확히 1512개) 의 꽃잎으로 장식된 이중 투각  꽃 항아리는 또 하나의 압권중의 압권 이었다.   그 정성, 그 심려가 시공을 넘어 전해 지지 않는가.

“천 오백 열 두개  꽃잎 하나 하나를 파내야 하는데 중간에 하나라도 잘못되면  이중 그릇 전체를 파기하고 다시 시작해야죠. 그래도 그나마 다행이지요.  우리네 인생에 비하면… ”

                                                                       – 김세용 명장 (2023.8.30)

 

이들  부자는  도예를 통한 한국의 하이엔드 전통 문화를 세계에 알리기 위해 미국 전시 투어를 시작했는데 이를 위해 경기도 이천의 가마를 담보로 대출을 받았고 아들 김박사 (재료공학 박사) 는 아파트 전세금을 빼서 이 여정을 시작했다고 한다.
현재 명장 부자는  미국에서 에어비앤비 등을 옮겨 다니며 이 여정을 이어가고 있다.

바보의 열정, 바보의 투자가 아닐 수 없다., 한류가 대중문화에만 머물지  않는 것을 보이려는 백척간두 진일보
의 여정이다.  세상 사람들의 방식을 뛰어넘어 구도의 자세로 앞서 사는 모습이야 말로 창조주가 가장 사랑하는 인간의 모습이 아닐까.

그랬다.  맨하탄 파크애비뉴에서 이미 진짜 푸른색  ‘수퍼 블루문’ 은 떠 있었다. 푸른빛의 달항아리는 바로 그 아버지와 아들이었다.  그 진짜 불루문의 기를 받아서인지 그길로 찾아간 에치마트 본사에서는 덜커덕 장기 광고 계약이 성사되는 쾌거가 있었다. 수퍼 감사한 일이다. 참 남편 카톡에 보면 한아름 권회장도 맨하탄 달항아리를 찾았던 모양이다.

달에 이끌려  거의 의식흐름에 따라 글을 쓰다보니 새벽 3시가 넘었다.

2037년 이라니까 14년 뒤,  내가 60대 할머니가 되서야 다시 만나게 될 수퍼 블루문과 작별인사를 하러 베란다에 나가 이별가로 달타령을 조용히 부르고 들어와 눈을 붙여야겠다.  이밤  칠월 보름에 뜨는 저 달은 견우직녀가 만나는 달 이라고 했다.

“달아달아 밝은 달아,  세상은 평화를, 사람들은 여유를 만나게 되기를… ”  (9/1 지영)

                                                                                                                                                        안지영기자.

<부록 선물,  김세용 명장의 또다른 역작  난초문 음각 청자 달 항아리 . 덜어내야 채울 수 있는 은은한 ‘상감’은 그야말로 영끌의 심쿵, 레알 수퍼 불루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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