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진적인 시위 방식에 대한 대중들의 반감이 자리잡고 있어”
기후위기 대응을 촉구하는 기후활동가들의 시위에 대해 유럽 정부들이 강경하게 대응하면서 인권 침해 우려가 나온다고 폴리티코 유럽판이 30일 보도했다.
기후위기 대응을 촉구하기 위해 기후행동이 필요하다고 보는 급진적 환경운동가들은 명화에 수프를 뿌리거나 분수에 기름을 닮은 검은 액체를 뿌리고 도로에 손바닥을 붙여 교통을 가로막는 등 갈수록 자극적인 시위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이들은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경고하고 정부에 행동을 요구하려면 이 같은 직접 행동과 시민불복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사진은 지난 24일(현지시간) 독일 뮌헨에서 환경운동 단체 ‘마지막 세대’의 운동가들이 경찰에 의해 끌려가고 있는 모습.
유럽의 민주주의·인권 수호 기구 유럽평의회(CoE)의 두냐 미야토비치 인권담당관은 “(기후활동가들의) 시위는 대부분 평화롭고 비폭력적”이라면서 “그럼에도 활동가들은 갈수록 억압, 형사처벌, 낙인찍기에 노출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달 초 네덜란드 헤이그 법원은 ‘선동죄’로 기소된 멸종 반란 활동가 7명에게 유죄를 선고하고 30~60시간의 사회봉사와 9000유로(약 1290만원)의 벌금을 명령했다. 이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고속도로 봉쇄 시위에 참여할 것을 촉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프랑스 정부는 지난 6월 프랑스 내 기후행동 단체들의 연대체인 ‘지구의 봉기’에 해산 명령을 내렸다. 지난 3월 프랑스 서부에서 지구의 봉기 활동가 5000여명이 시위를 하던 중 경찰 3000여명과 충돌하면서 시위대 2명이 혼수상태에 빠지고 경찰 30명이 다쳤다. 법원이 지난 11일 정부 해산 명령이 집회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무효 판결을 내려 해산은 모면했으나 프랑스 기후 시위대는 종종 경찰 폭력에 직면한다고 폴리티코 유럽판은 전했다.
이탈리아 정부는 기후활동가들이 지난 3월 로마 트레비 분수에 검은 액체를 풀어놓는 시위를 벌이자 지난 6월 문화적 랜드마크나 예술품을 훼손하는 사람에게 최대 6만유로(8600만원)의 ‘벌금 폭탄’을 부과하는 법안을 발표했다.
영국에서는 지난 4월 공공질서법이 통과되면서 기후활동가들이 물건이나 건물에 몸을 붙이는 행동이 형사처벌 대상이 됐다. 신체 일부를 물건이나 건물에 붙이는 것은 급진적 기후운동 단체 멸종반란 활동가들이 자주 사용해온 시위 방식이다. 올해 영국에서는 기후활동가 여러명이 교통 방해 혐의로 수감됐다. 징역 3년형을 선고받은 사람도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독일 바이에른주는 최근 1년 반 사이에 기후활동가들의 집회 참여를 차단하기 위해 24시간 동안 구금하는 조치를 80회 이상 집행했다. 활동가 9명은 30일 이상 구금됐다. 바이에른주는 지난 6월 기후운동 단체 ‘레츠테 게네라티온’(마지막 세대) 활동가들을 도청했다고 인정하기도 했다.
각국 정부가 기후활동가들에 대해 강경하게 나오는 배경에는 급진적인 시위 방식에 대한 대중들의 반감이 자리잡고 있다고 폴리티코는 지적했다. 독일은 전 세계에서 기후변화에 대한 시민들의 의식이 가장 앞서 있는 나라로 꼽히지만 지난 5월 조사에 따르면 기후운동 단체를 지지한다는 의견이 2021년 68%에서 올해 34%로 반토막 났다.
유엔은 기후활동가들에 대한 유럽 국가들의 강경 대응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 중이다. 미셸 포르스트 유엔 인권보고관은 폴리티코 유럽판에 “현재 유럽연합(EU) 국가들이 인권을 존중하지 않는 사례가 많다”면서 “심각하게 우려된다”고 말했다. 포르스트 인권보고관은 앞으로 몇 달 이내에 EU의 관련 기구에 보고서를 제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