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진압됐지만 허리케인 도라로 인해 되살아나
현재까지 55명의 사망 확인, 한인들의 재산 피해도 막대
하와이 마우이 섬에서 발생한 산불이 사흘 동안 계속되면서 민가와 도심까지 불이 번지면서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11일 CNN은 이번 산불로 현재까지 55명의 사망이 확인됐으며 1700채의 집이 불타고 수천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고 보도 했다. 그린 주지사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수년 동안 이런 인명 손실 사례는 없었다”고 전했다.
하와이주 당국은 10일 저녁 기준 사망자가 55명으로 집계됐으며 최소 1만4000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당국에 따르면 불길은 70∼80%가량 진압된 상태지만 수색이 계속되면서 인명피해 규모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관광객과 지역 주민 수백 명의 소재가 아직 파악되지 않고 있다고 BBC는 전했다. 한국 외교부는 “11일 현재 한인 인명피해는 없다”며 “현지에 교민은 500명 이상, 여행객은 수백 명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번 산불은 8일 쿨라 지역과 서부 해변마을인 라하이나에서 각각 발생했다. 라하이나의 불은 한때 진압됐지만 허리케인 도라로 인한 바람으로 되살아났다. 리처드 비센 마우이 시장은 10일 기자회견을 하며 “집을 떠난 주민들은 돌아오지 않는 게 최선이다. 전력과 물도 부족하다”고 밝혔다.
현지 교민들은 “관광객 쇼핑몰 등 건물 여러 채가 뼈대와 기둥만 남고 전소된 상태”라고 전했다. 마우이 한인회에 따르면 현재 마우이 섬에 사는 한인들은 800여명으로 추산한다. 대부분 관광 산업 또는 자영업 종사자들이다. 현재 마우이 지역 한인들은 단체 카톡방 등을 통해 피해 상황 및 대피 정보 등을 실시간으로 공유하고 있다.
최은진 전 마우이 한인회장은 “거리는 전신주와 나무들이 길가에 어지럽게 쓰러져 있고, 재 냄새 때문에 숨이 막혔다”고 전했다. 한인들의 재산 피해도 크다. 라하이나 지역에서만 한인이 운영하는 8개의 상점이 불에 탄 것으로 알려졌다. 교민 A 씨는 “한인 여성이 소유한 7개의 건물이 전부 불탔다. 불타는 건물에서 뭐라도 하나 건져 나오려고 건물로 들어갔다가 몸에 불이 붙어서 황급히 뛰쳐나와 바다로 뛰어든 사람도 있다”고 전했다. 현지에서 한인 대피소를 운영하는 서정원 목사는 “한 교민분의 집은 전소됐다고 들었다”고 했다.
전기와 통신도 상당 부분 끊긴 상태다. 현재도 1만1000명의 가구가 정전을 겪고 있다. 교민 시시도 씨는 “오늘(10일) 아침에야 전화가 복구됐는데 안부 메시지가 130통이나 와 있었다”며 “이웃집에 사는 한인이 자기 집이 괜찮은지 봐달라고 연락이 왔지만 출입이 통제돼 확인을 못 해줬다”고 전했다.
최 전 한인회장은 “지역 병원은 현재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다. 라하이나 등 피해 지역을 복구하는 데 적어도 2∼3년이 걸릴 것 같다는 이야기가 나온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현지 교민들은 힘을 모으고 있다. 대피소가 마련됐던 교회에는 교민들이 보내온 식료품과 옷, 세면도구 등 생필품이 모였다. 한인회와 교회 자원봉사자들은 샌드위치 140인분을 만들어 오기도 했다. 최영순 씨는 “공항 근처에 오갈 데 없는 관광객들을 위해 방을 내줬다”고 했다.
산불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은 자동차나 보트를 타고 불길을 피했으며 일부는 불을 피하기 위해 바다로 뛰어들었다. 하와이주 해안경비대는 보도자료를 통해 최소 17명을 바다에서 구조했고 40명이 해안에서 구조됐으며 추가 수색 및 구조작업이 전개되고 있다고 밝혔다.
연방 공무원들은 이번 산불로 인해 수천 명의 이재민이 발생할 것을 예상하고 있다. 그중 이번 산불의 영향권 아래에 있는 라하이나에 있는 집이 파괴된 더스틴 칼레이오푸는 “동료, 친구, 가족 모두가 노숙자가 됐다”고 말했다.
마우이 민박·택시투어 최영화 사장은 “길가에는 쓰러진 전신주들이 많고 정전 사태로 인해 주유소 전기까지 끊겨서 차에 기름도 넣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한인들을 비롯한 이 지역 주민들은 지금 재산 피해 등으로 혼란 가운데 있다”고 전했다.
하와이 호놀룰루 지역에서 사업을 하는 이재우 씨는 “산불 소식을 듣고 마우이 섬에 사는 지인들에게 계속 연락을 시도하고 있는데 통신이 두절된 상태”라고 말했다.
한국 정부도 한인 단체 및 기관들과 협력해 피해 현황 파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호놀룰루총영사관 정인석 영사는 “현재 24시간 긴급 연락 전화를 가동했고 대피 정보, 교통 통제 현황 등을 영사관 웹사이트를 통해 실시간으로 제공하고 있다”며 “현장에서는 마우이 순복음교회 측과 함께 임시 대피소를 마련해 피해 한인들을 돕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한국계인 실비아 루크 하와이주 부지사는 현재 여행으로 자리를 비운 조시 그린(민주) 주지사를 대신해 하와이 주 방위군 동원을 결정, 즉각 피해 지역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또, 36시간 내로 연방정부에 재난 지역 선포를 요청할 예정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도 9일 성명에서 “하와이주 산불 대응을 위해 연방 정부 차원에서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마우이섬은 제일 큰 하와이섬 호놀룰루가 있는 오하후 섬에 이은 하와이 제도의 세번째 큰 섬으로 연간 290만 명의 관광객이 찾는 세계적인 휴양지다. 지난해 관광 수입으로만 약 57억 달러를 벌어들일 정도로 관광객이 몰리고 있는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