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 보수 간 극명하게 의견 엇갈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일, 2020년 1월6일 의회폭동을 선동한 혐의로 기소되면서 미 전국의 신문들이 다음날 아침 신문에서 사설로 논평을 냈다. (위사진 기소장)
로스앤젤레스 타임스(LAT)는 기소가 “대단히 엄중”하다고 규정했으며 뉴욕타임스(NYT)는 미국에서 “이처럼 중대한 기소는 없었다”고 썼다. 반면 마이애미 해럴드(Miami Herald)는 트럼프에 대한 기소를 미국에 대한 기소로 규정했다. 더 보수적인 월스트리트저널(WSJ)는 트럼프의 행위가 “기만적이고 파괴적”이며 “나쁜 행동은 불명예스럽다”면서도 그의 행위가 범죄인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내셔널 리뷰(National Review)도 기소가 “성립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지역 신문들도 대부분 사설로 다뤘다. 시카고선타임스(The Chicago Sun-Times)는 기소가 “불가피한 조치”라고 썼고 보스턴 글로브(Boston Globe)는 이번 기소가 “가장 파장이 크다”며 “이번 기소가 분명 정치적 대소용돌이를 일으킬 것”이라고 썼다.
다음은 미국을 대표하는 신문들인 NYT와 워싱턴포스트(WP), WSJ의 사설을 요약한 내용이다.
NYT 사설 “미국을 배신한 혐의로 기소된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직을 훼손한 일들 가운데 헌법을 위반해 2020년 대선 결과를 뒤집으려 한 것이 가장 엄중하다. 잭 스미스 특별검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고의적으로 “미 연방 정부의 기반인 대통령 선거 결과 수집과 집계, 인증을 공격”한 혐의를 네 가지 혐의 중 첫 번째로 내세웠다.
기반(bedrock)은 모든 대통령의 신성한 책임 즉, 미국의 자랑인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통해 평화롭게 권력을 이양하는 명예로운 책무를 가리키는 말이다. 스미스 검사는 기소장에서 집계와 투표가 “미국 민주주의의 기초이며 2021년 이전까지 130년 이상 평화롭고 질서 있게 진행돼 왔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트럼프는 패배하는 순간 “부정과 사기, 속임수로 민주주의의 초석을 방해하고 차단하고 무너트렸다”고 단죄했다.
트럼프와 측근들이 주장한 투표 부정 사례도 낱낱이 제시됐다. 조지아주에서는 사망한 사람 1만 명이 투표했고 네바다주에서는 수만 표의 이중투표가 나왔고 아리조나주에서는 미국 시민이 아닌 3만 명이 투표했으며 펜실베니아주에서는 20만 표가 미스터리이며 다른 곳에서는 투표지를 버리고 투표기계를 고장내는 일들이 있었다는 내용들이다.
기소된 네 가지 혐의 중 하나는 사기 혐의며 두 가지는 선거 결과 승인 절차를 방해한 혐의로 모두 미 정부를 상대로 한 범죄 혐의다. 네 번째 혐의는 미국인 수백 만 명을 상대로 한 범죄다. 트럼프가 이들이 행사한 투표권을 박탈하려 시도한 것이다.
전 대통령이 극단적인 권력 남용으로 처벌될 예정으로 배심원들이 결정하게 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헌법 체계와 법치를 전복하려 했으나 전복되지 않았으며 이제 트럼프에게 책임을 묻고 있다.
WSJ “문제 많은 또 한번의 트럼프 기소”
2020년 선거 뒤 도널드 트럼프의 행동은 기만적이고 파괴적이며 2021년 1월 6일의 그의 악행은 불명예스럽지만 범죄였을까? 45페이지의 기소장에는 트럼프가 미 의회를 공격한 오스 키퍼스(Oaths Keepers; 헌법 수호를 내세우는 미 극우 반정부 민병대)나 프라우드 보이스(Proud Boys; 트럼프를 지지하는 극우 백인우월주의 단체)와 관련이 있다는 증거는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에 대해 하고싶은 대로 거짓말을 할 수 있다. 기소장은 트럼프가 그 거짓말에 기대 행동함으로써 법을 위반했다고 밝히고 있다. 이를 “미국을 편취하려는 음모”로 규정하는 것은 엄청난 확대해석이다.
이런 논리라면 대통령의 많은 행위와 발언을 범죄시한다는 점에서 잘못이다. 앨 고어와 조지 W. 부시가 2000년 플로리다 선거 결과에 항의한 것도 범죄가 될 수 있다.
1982년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대통령은 “공식 활동에 대해 절대적 손해배상 면책권”이 있다. 법무부에 선거 부정을 수사하라고 로비하고 주당국자들에게 부정 사례를 찾으라고 로비한 행위는 트럼프가 선거 부정이 있었다고 믿은 한 대통령의 공식 직무로 볼 여지가 있다.
트럼프의 선거 결과 뒤집기는 결국 실패했다. 펜스 부통령, 트럼프 정부 당국자들, 트럼프가 임명한 판사들이 대통령 주장을 거부한 덕분이다. 민주당은 트럼프가 공화당 후보가 되기를 바라고 스미스 특검이 그렇게 만들 가능성이 크다. 조 바이든과 트럼프가 후보가 되면 두 사람은 토론장에서 나이와 건강, 투옥 회피 문제만을 놓고 설전을 벌일 것이다.
WP “이런 사람이 대통령이 되기를 바라는가”
전례없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기소는 정당하다. 이제부터 판사와 배심원들이 법치에 따른 절차에서 법적 문제를 심리할 것이다. 공화당 후보 투표권자들을 포함한 미국인들도 나름의 판단을 하게 될 것이다. 기소는 트럼프 대통령이 제기한 심각한 위협을 보여주며 재집권하면 4년 동안 더 나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화당에서 쫓겨나야 한다. 기소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다시는 백악관 집무실 근처에도 가지 못하게 해야 함을 뜻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마이크 펜스 부통령에게 “당신은 너무 정직해서 탈이야”라고 말했다. 법무장관에게는 “선거 부정이 있었다고 말만 하고 나머지는 나와 공화당 의원에게 맡겨라”라고 했다. 법무장관이 말을 듣지 않자 그를 쫓아내고 공모혐의로 기소된 제프리 클락을 그 자리에 앉히려 한 사실은 섬뜩하다. 합법적 선거 결과를 뒤집으려 한 이들을 반란법으로 처벌해야 한다.
펜스 부통령은 “오늘의 기소가 중요한 점을 일깨운다. 자신을 헌법 위에 두려는 누구라도 미국의 대통령이 되면 안 된다”고 썼다. 다른 공화당 지도자들은 침묵하거나 조 바이든 대통령 차남 헌터 바이든 처벌 문제에만 매달린다.
공화당은 더 이상 트럼프 공모자가 되면 안 된다. 전직 대통령의 잘못을 법정이 아닌 정치 제도로 재단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유권자들을 경멸하고 나라의 핵심 가치를 경멸한 지도자를 거부함으로써 지지자들에 대한 책무를 다해야 한다. (문책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