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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노트북> “이런 노인들을 위한 나라는 없다”

 무엇이 우리 어르신들을 이렇게 황폐하게 만들었을까?

안지영기자

요즘에는 노인이라는 말대신 어르신이라는 표현이 널리 쓰인다. 이 또한 언어  인프레 현상의 하나 이기는 하지만 정겨운느낌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옛 표현인 ‘노인’을 쓰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라는 영화가 있었다. 영어 제목도 <no country for old men> 이다.  2008년 제80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으뜸상인 작품상과  버금상인 감독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제목만 보면 노인 문제를 다룬 사회성 짙은 작품으로 여겨지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1980년 미국 아리조나 사막에서 일어난 참혹한 살인 총격전을 다룬 일종의 느와르 작품이다.

이 제목에서  ‘노인’이란 ‘오래된 지혜를 가진 현명한 생각을 가진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그러나 현실은 지혜로운 노인이 예측한 대로 흐르지 않는다는 것을 영화는 은유하고 있다.  영화의 시대인 1980년에서 40여년이 흘렀지만  그 예측불허의 상황은 여전하다. 요즘 우리 노인들, 어르신들의 상황이 그렇다는 얘기다.

기자가 ‘알바’를 하고 있는 팰팍의 친환경 유기농 식품 매장에는 유난히  어르신들이 많이 찾아온다. 갖은 노력으로 이민생활을 겪어낸 후  노후의 혜택으로 생활의 여유가 생기면서 값은 다소 비싸더라도 고국의 웰빙 푸드를 찾는 그런 자연스런 현상에 감사 드릴 따름이다.

하지만 모두 그런것은 아니지만 요즘들어 어르신들의 갑질이 부쩍 심해져 속상할때가 한 두번이 아니다. 가격에 대해서는 이미 알고 왔기에 큰 불만이 없다지만 무리한 시식요구에서 부터, 쇼핑봉투 문제,  일단 정상가격이 써 있고 밑에 할인 명시되는 세일 제품 영수증 문제,  상품에 대한 말도 안되는 컴프레인이며, 유난히 바쁠 때 바로 앞에 주차 돼 있음에도 차량에 실어달라는 요구 등 등,   비싼 만큼 그만큼 서비스를 받고 최상의 친절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투다.

그런 어르신들 일수록 멜세데즈 등 고급 SUV를 타고 와서는 명품 신발을 신고 힘차게 매장에 들어와 전자 푸드 스탬프인 EBT 카드를 내민다. 어떻게 가능한지 모르겠는데 그 잔고가 기천달러를 넘는 경우도 많다. 그런데 그런 분들의 차에는 핸디캡 표식이 걸려 있는게 태반이다.

요즘 어르신들은 어쩌면 그렇게 하나같이 인내심을 어디 저당 잡혔는지 조금만 마음에 안들면 역정과 짜증 부터 낸다. 한마디 라도 잘못 대꾸 했다가는 그런 치도곤이 없을 정도로 되돌아 온다.
이만큼 샀으니 서비스로 무언가를 달라는 마음도 이해 한다. 그래서 앞으로 계속 판매할 상품들의 샘플들을 챙겨드리면 고맙다고 하는 분들도 있지만 다른것을 달라고 때를 쓰다시피 하는 어른들.
아니면 카운터 앞에 진열된 판매중인 세일 상품을 덥석 집어 갖고 나가며 ‘셀프 서비스(?)’ 하시는 어르신들도 있다.  그럴때 마다 과연 무엇이 저 분들을 저렇게 만들었을까 싶다. 미국 마켓에 가서는 절대 행하지 못할 행동을 하는 어른들을 과연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 무엇이 우리 노인들을 이렇게 만들었을까?

그런데 데이케어 센터에서 일하는 친한 언니의 말을 들으면 알바생 기자가 당하는 갑질은 약과라는 생각이 든다. 근자에 들어 데이케어 센터 어르신들의 갑질은 정말 돌아버릴(?) 정도라고 하소연 하고 있다.

한인 운영의  데이케어 센터에서 신규 회원으로 등록할 때 현금을 제공 하는곳이  많기에 2~3개월 마다 데이케어를 옮겨다니는 사람이 있다는 얘기는 이미 공공연한 비밀이었지만 요즘에는 아예 회원들에게 다달이 직접 현금을 지불하는 센터들이 늘고 있다는데 많은 화근이 여기서 비롯 된단다.

그러다 보니 어르신 회원들은 센터측에 공공연히 현금 지급을 요구하고 다른곳의 예를 들면서 그 액수의 인상을 게속 강요 한다는 것이다. 안 들어주면 센터를 옮기겠다고 겁박을 한단다. 너희들이 누구 때문에 먹고 사느냐며 너무도 당당한 갑질을 하면서 심지어는 음식이 맛이 없다며 “이걸 사람 먹으러고 만들었어?” 하며 직원의 얼굴에 던지는 횡포조차 감수해야 한단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 한다고 했듯이 나쁜 물은 더 빨리 번져 그 착하던 어르신들도 저들 선동그룹에 적극  동조하는 분위기란다.  “돈 싫어하는 사람 어딨냐?” 면서…

성인 데이케어센터는 정부가 운영하는 시니어센터나 비영리기관 또는 종교기관에서 운영하는 노인시설과는 달리  영리를 목적으로 운영되는 사업체다. 이 사업체의 주 수입원은 메디케이드다. 즉 노인들에게 재활프로그램을 제공한 뒤 해당 노인의 메디케이드에 소요된 비용을 청구하는 것이다.

뉴저지 버겐카운티 일원에만도  줄잡아 10여개의 어덜트 센터가 운영 중인데 액수의 다과는 있지만  근자에는 하나같이 현금 혹은 상품권을 지금하고 있단다.  그 가운데는 무려 4백달러를 지급하는 곳도 있다고 한다. 이런 센터의 경우에는 당연한 조항인 영양식 점심 제공을 생략하고 도넛과 커피 정도 제공에  그친단다. 그래도 그곳이 문전 성시를 이루고 있다는 얘기다.

문제는 이 같은 행동이 명백한 ‘메디케이드 법 위반’ 즉 사기로 규정돼 있다는 점이다. 약속된 규정 프로그램을 운영하지도 않은 채 출석부를 속여 가며 메디케이드 예산을 타내고 있는 행각은 심각한 실정법 위반이다.

데이케어센터 관계자는 “불법까지 동원해가며 갈수록 심각해지는 회원 유치 경쟁 때문에 수십 명의 직원을 두고 운영하는 데이케어 센터가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회원들이 감소하다 보면 울며 겨자먹기로 불법에 가담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고 말하고 있다.

당국인들 이를 모르겠는가 .  한인  데이케어 센터들 간 회원 유치경쟁은 이제 그 도(?)를 넘었고 마치 러시안 룰렛이나 폭탄 돌리기 처럼 언제 터질지 모르는 형국이라고 얘기되고 있다.

현금을 지급받았다는 사실이 적발되면 메디케이드 수혜 자격이 박탈되는 것은 물론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 뉴욕주와 뉴저지주정부는 이같은 어덜트 데이케어 센터의 메디케이드 사기행각을 뿌리 뽑겠다며 오래 전 부터주민들의 적극적인 신고를 권고하고 있다.

일각에서 이같은 어덜트 데이케이 센터들의 불법 운영을 조장하는 한인 노인들이 자성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것은 당연하다.

앞서 언급한 대로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에서 ‘노인’이란 ‘오래된 지혜를 가진 현명한 생각의 소유자’이다.
얘이츠의 시에서 따온 얘기란다.  만약 노인의 경험과 지혜대로 모든 것이 예측 가능하게 흘러가는 사회라면 그 곳에서 노인들은 대접받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지혜로운 노인이 예측한 대로 흐르지 않는다. 우연을 통해 인생이 송두리째 바뀌고, 누군가 선한 의도로 행한 일이 곧 악몽이 되어 찾아오며, 시시때때로 저지른 이유도 목적도 공감할 수 없는 범죄가 일어나고,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결과가 매일 일어나는 곳이 우리가 사는 현실이다.  영화에서 주인공은 뜻하지 않게 마약 딜러의 수백만 달러 가방을 습득하지만 그 행운(?) 때문에 자신은 물론  가족 모두 사망에 이르게 된다.

너무도 자연스레 갑질을 일삼고, 분래를 조장하며 종국에는 커뮤니티 전체의 이미지에 먹칠을 하는 그런 노인들이 있다면 그들은 결코 어르신이 될 수 없다.
그런 노인을 위한 나라는  단연코 없다.  아, (일부) 우리 어르신들을 어찌 할 것인가.   (안지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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