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 , 계속되는 ‘강경 이민정책’ 경쟁
트럼프 전 대통령에 이어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도 미국에서 태어날 경우 시민권을 자동 부여하는 출생시민권 제도를 폐지하겠다는 대선 공약을 발표했다.(위 사진)
AP통신 등에 따르면 공화당 여론조사 2위를 달리고 있는 디샌티스 주지사는 26일 멕시코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텍사스주 이글패스에서 출생시민권 제도 폐지를 비롯한 강경한 이민 정책 공약을 발표했다. 이글패스는 최근 몇 년 동안 이민자들이 국경 횡단을 하는 주요 통로로 떠오른 곳이다.
디샌티스 주지사는 “미등록 이민자의 미래 자녀에게 시민권이라는 상을 주는 것은 불법 이민의 주요 동인”이라면서 “우리는 미등록 체류자의 자녀가 미국에서 태어날 경우 시민권을 받을 자격이 있다는 생각을 종식하기 위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출생시민권 제도는 부모의 국적과 상관없이 미국 영토에서 태어난 아기에게 시민권을 부여하는 정책으로, 미국에서 출생하거나 귀화한 사람, 행정관할권 내에 있는 모든 사람은 미국 시민이라고 규정한 수정헌법 14조에 따른 것이다.
디샌티스 주지사는 이날 출생시민권 제도를 비롯해 불법 이민을 막기 위한 강력한 국경 정책을 상세히 설명했다. 그는 국경 장벽 건설 및 군 파견, 입국 서류 미비자들에 대한 대규모 구금 및 추방, 밀입국자에 대한 무력 사용 허용 등 단속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지난달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디샌티스 주지사가 주요 정책 공약을 발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나 디샌티스 주지사가 발표한 이번 공약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민 정책과 거의 비슷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도 다시 대통령에 당선되면 취임시 행정명령을 통해 출생시민권 제도를 폐지하고 미국 시민권을 목적으로 한 이른바 ‘원정 출산’을 금지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이는 강경한 이민 정책을 선거 캠페인의 핵심 쟁점으로 내세운 트럼프 전 대통령과 경쟁하며 보수적 유권자들에게 호소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디샌티스 주지사는 이날 대통령에 당선되면 강력한 이민 정책을 시행하는 데 있어 트럼프 전 대통령보다 “더 공격적일 것”이라고 공언했다.
이에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은 디샌티스 주지사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정책을 그대로 베꼈다고 비난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그는 실패한 후보”라며 “디샌티스의 이번 방문 목적은 지금까지 미국 역사상 가장 강력한 국경을 만들기 위해 내가 한 모든 일을 그가 할 것이라는 사실을 되풀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주말 워싱턴 연설에서도 강력한 이민 정책을 강조했다. 그는 “국경에서 최대 규모의 추방 작전을 수행하겠다”며 재선에 성공하면 더 많은 국경 장벽을 건설하겠다고 약속했다.
최근 몇 달간 불법 월경이 급증하면서 미국 유권자들도 보수적인 이민 정책에 호응하고 있어 공화당은 경쟁적으로 강경한 이민 정책을 내세우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 성인 10명 중 6명은 조 바이든 행정부의 이민 정책에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