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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ptember 20,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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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칼럼 타운뉴스

<특별 기고> “미 경제정책의 리더쉽 변화와 한국”

 박영선 전 중소기업 벤처부 장관
제이크 설리번의 발표를 통해본 미국경제정책과 한국의 대응 방안

< 하바드대학 케네디 스쿨에 와 있는 박영선 전 중기부 장관이 본지에 최근 귀한 옥고를 보내왔다. 미국경제 정책의 새로운 방향과 우리의 모색에 관한 글이다. 박 전장관은 지난 4월 27일 브루킹스 연구소가 주최한 정책 세미나에서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안보 보좌관이 행한 주제 발표를 중심으로 새 방향의 미국의 경제 정책과 한국의 대응 자세에 대해  그간 닦은 자신의 식견을 담아  실용적이며 실제적인  설명을 하고 있다.  깊은 감사를 드리며   원고를 전재 한다. (편집자 주) >

지난 4월 27일 있었던 설리번 안보보좌관의 연설 내용은 당분간, 적어도 바이든 정부하에서는 미국 경제정책의 바이블이 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 내용을 깊이 있게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
미국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으며 앞으로 미래산업의 길은 무슨 그림을 그리고 있는지 상세히 들여다 보아야 거기에 대한민국의 길도 보인다.

1. 신자유주의, 자유무역에 대한 반성과 새로운 워싱턴 합의의 필요성

미국은 지금 반성하고 있다. 무엇을 반성하는가?
소련붕괴 이후, 미국 독주의 지난 30년을 반성하고 있다. 미국의 패권을 더 강화하기 위해 힘으로 밀어부쳤던 민주주의,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사태등) 미국의 시장이 더 커질 것이라고 예상했던 글로벌화 (세계화)의 자유무역주의에 대해 반성하고 있다.
진심으로 반성하고 있는지 아니면 전략수정을 위한 전략적 일보후퇴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전략수정을 위해 반성을 기반으로한 패러다임 변화를 추구하는 것은 확실하다.

설리번 보좌관은 지난 4월 27일 연설 도입부에서 “2차세계대전 이후 미국은 *분열된 세계를 이끌고 새로운 국제질서를 구축했으며 *수억명의 사람들을 빈곤에서 벗어나게 했고 *놀라운 기술혁명을 지속하고 *미국과 세계의 많은 국가들이 새로운 차원의 번영을 이룰 수 있도록 도왔다” 고 전제했다.
그런데 이러한 “기반에 균열이 왔다”고 진단했다. “세계경제의 변화 속에 미국의 근로자와 지역사회가 뒤쳐지게 되었다 ”는 것이다.
따라서 바이든 행정부는 <새로운 워싱턴 합의> 가 필요하고 현대적 산업과 혁신전략을 추구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새로운 기술원천에 투자를 늘려야 하고 다양하고 탄력적인 글로벌 공급망 구축을 촉진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설리번 보좌관은 첫째 “미국산업의 기반이 약화되었다”고 진단했다. 감세와 규제완화, 민영화, 무역자유화로 ‘단순화된 시장 효율성’은 전략상품의 전체공급망을 해외로 이동시켜 산업기반이 약화되고 일자리, 생산능력, 상품수출에 도움을 주지 못했다고 보았다.
낙수효과정책, 퇴행적감세, 공공투자의 삭감. 무분별한 기업집중은 미국의 중산층을 형성하고 있는 노동자계층을 약화 시켰고 이는 경제적 불평등, 특히 디지털혁명등의 구조적문제와 얽혀 미국 중산층의 쇠퇴를 가져왔다고 진단했다.

 * 제이크 설리반 보좌관(사진)은  1976년에 미국 버몬트주 벌링턴시에서 태어났다. 예일 대학교에서 정치외교학 학사,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국제관계학 석사를 차례로 취득했다. 이후 예일대학교 로스쿨(J.D.) 까지  졸업한 엘리트 중의 엘리트. 로스쿨 졸업 이후 민주당에 입당해  힐러리, 오바마 정권에서 활동을 하다가,  2020년 바이든이 미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국가안보보좌관에 임명됐다.  국무장관  토니 블링컨과 함께 미국의 안보, 외교정책을 이끌고 있는 인물이다.

 지정학적 안보 경쟁과  글로벌 경제

설리번 보좌관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각국을 규칙기반 질서로 끌어들이면 규칙준수의 동기부여가 마련될 것이라고 보았지만 이는 그렇게 진행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바이든대통령 취임당시 “거대한 비시장 경제가 상당한 도전을 제기하는 방식으로 국제경제질서에 통합되는 현실과 싸워야 했다”는 것이다.
이는 중국을 겨냥한 발언으로 보인다.
설리번 보좌관은 중국의 예를 들면서 중국은 철강, 청정에너지, 디지털 인프라, 첨단 생명공학에 이르기까지 미래의 핵심산업에 막대한 규모의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었다.“고 적시했다.
따라서 ”미국은 제조업만 잃은것 이아니라 미래의 핵심기술에서도 경쟁력이 약화되었다.“고 밝혔다.
여기서 바이든 행정부의 경제정책은 보다 분명해 진다. 중산층과 미국 노동계층을 강하게 만들기 위해 더이상의 감세와 자유무역정책은 취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공공투자를 과감히 늘려 공공재 확보를 통한 경제활력을 되찾겠다는 것이다.

‘어메리칸 파이’를 함께 나눌 때다.

대한민국은 대미 외교와 경제협상을 통해 미국의 공공투자에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전략적 접근을 해야한다. 윤석열대통령이 미국 국빈방문을 통해 바이든의 손을 번쩍 들어준 만큼 그에따른 과실을 거두어 들여야 한다.
반도체 등 중국시장을 미국과의 동조 속에서 잃게되는 만큼 그에 따른 상호보완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그렇지 못하면 한국경제는 상당기간 침체될 수 밖에 없다.
한국경제가 힘을 잃게되면 미국도 장기적으로 힘들어 진다. 동맹은 서로에게 힘이 되어야 한다. 그것이 지속가능한 동반을 가능하게 하는 길이다.
지금 한국의 경제부처 수장들이 발벗고 나서서 뛰어야 하는 분야가 바로 ‘미국의 21세기판 디지털 뉴딜 공공투자’에 한국기업이 참여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것이다.
특히 공공투자를 민간기업이 개별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래서 정부가 목소리를 내고 길을 열어줘야 한다.
우리는 그런 목소리를 낼 만큼 미국의 요구를 충분히 그동안 들어줬고 대미투자도 해왔다.
따라서 이제는 우리도 목소리를 크게 낼 때다. 옛말에 ‘우는 아이 젖준다’는 말이 있다.
그렇다. 울어야 할 때다.

  향후 10년 미국 공공. 민간투자 3조 5천억달러 / 이 기회를 한국기업이 잡아야.

”바이든 대통령은 21세기 청정에너지 경제구축을 21세기 가장 중요한 성장기회로 보고 있다.“
설리반 보좌관은 청정에너지 경제구축에 관해 바이든대통령의 말을 인용하며 미국경제정책의 변화를 강조했다. 이는 2차세계대전이후 미국경제의 중요한 축이었던 ”오일이코노미에서 청정에너지 이코노미로의 대변환“을 예고하는 매우 중요한 키워드 다.
청정에너지 이코노미에서의 청정의 범위가 어디까지 인지에 대해서는 환경론자들과의 갑론을박이 있을 수 있지만 원자력이 여기에 포함되는 것은 맞다. 그런데 어떤 원자력인가가 중요하다. 전통적방식에서 벗어난 SMR, 즉 소형원자로 기술에 의한 청정에너지의 선점방식에 대한 논의가 이미 바이든정부 초기부터 있었다. (2021년 5월 문재인정부에서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한미간 중점협력분야로 이미 협의된 내용이기도 하다.)
청정에너지 분야의 또 한가지 중요한 포인트가 수소에너지 이다. 소형원자로와 수소에너지는 모두 한미간 기술 접목으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분야다. 여러 소형원자로 기술가운데 중요에너지원이 되는 핼륨이 러시아가 앞서가고 있어 미국이 경계하고 있는데다가 수소에너지는 그 인프라를 깔아야 하는 문제가 있어서 한국이 미국 청정에너지 경제 인프라 구축 사업에 뛰어들 수 있는 여지가 많은 분야다.
또한 전기밧데리 제조분야와 관련해서는 이미 한국기업과 미국기업의 대규모합작투자와 협력이 진행되고 있는데 전기밧데리 제조 뿐 아니라 미국내 전기충전 인프라 구축에도 한국정부가 보다 적극적인 관심을 보여야 할 때 라고 본다.

한국의 경제수장들은 이런 부문에 주목하고 민간기업이 풀기 어려운 공공투자사업의 물꼬를 터줘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 때와는 달리 바이든행정부는 기후위기에 대한 대응에 깊은 관심을 표명하면서 청정에너지 경제를 기후위기와 함께 묶어서 끌고 가는 대응정책을 이미 상당히 진전 시켰다. 하바드대학에서 기후위기가 가져올 변화관련 강좌가 봇물을 이루고 있는것도 이를 반영한다
설리번 보좌관은 “디지털 인프라구측과 청정에너지 공급에 대한 대규모 공공투자가 미국경제의 회복력과 미국중신층에게 기회를 부여할 것” 이라고 강조 했다. 그만큼 바이든행정부는 경제대공황당사의 뉴딜정책이 미국경제에 회복력을 가져온 것 처럼 디지털대변환 시대의 공공투자가 미국경제를 살려낼 것 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

특히 디지털 인프라구축과 관련하여 5G 통신분야는 한국의 경쟁력이 우위를 점하고 있는 분야이다.
중국 화웨이의 빈공간을 대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5G 통신은 민간 뿐 아니라 군사부문의 인프라구축도 매우 중요한 타이밍이다. (특히 강력한 군사동맹국인 한국에게는 절호의 기회다. 또한 미국은 NATO와 동북아 동맹을 연결하는 5G 상호호환 network 구축 계획을 가지고 있다. )
그래서 한국정부의 경제, 안보 수장들이 나서야 한다. 이 기회를 잡아야 한국도 살고 미국도 경제동맹으로서 오랜기간 함께 할 수 있다. 한국과 미국의 미래가 여기에 있기도 하다.
설리반보좌관은 “공공투자를 통한 장기적 성장의 토대를 마련 하는 것이 민간투자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하 민간투자를 촉진하는 길”이라고 강조하면서 “향후 10년 바이든대통령 의제에 따른 공공자본및 민간투자는 3조 5천억 달러에 이를 것”임을 밝혔다. 그는 “2019년 이후 미국내 반도체, 청정에너지투자가 20배가 늘었다는 점과 투자의 1/3이 외국투자”임을 강조했다. 물론 이 수치에는 바이든집권 이후의 경제정책홍보가 포함된 것 이지만 이렇게 눈에 보이는 기회를 절대 놓쳐서는 언된다는 점이 우리에게는 사활이 걸린 매우 중요한 문제다.
특히 설리번 보좌관이 “미국이 경제와 무역 분야에서 동맹을 압박하지 않고 공급망과 안보를 함께 구축하는 상생을 지향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대중관계 “디커플링에서 디리스킹” 으로

최근 바이든행정부에서 대 중국노선의 변화가 감지된다. 혹자는 이에대해 당연한 결과라고 말한다.
대중국 무역이 7천억달러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두나라가 “분리“상태로 간다는 것은 애초부터 힘든일이라는 이유에서다.
마중갈등이후 미중간 무역규모를 보면 2016년 6823억달러에서 2019년 5758억달러로 감소했다가 다시 2020년 5789억달러, 2021년 6915억달러로 증가한다.
애초부터 불가능한 일을 벌인 미국은 최근 용어를 “디 커플링”에서 “디 리스킹”으로 정리했고
설리번보좌관의 연설을 계기로 “디리스킹”이 공식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디리스킹(위험제거)”는 첫째, 다각화 둘째, 경제안보강화 셋째, 공급망에서의 강제노동 근절이라는 세축으로 접근하며 위험요소를 제거한다는 전략이다.
앨런 재무장관은 “재균형”이라는 표현으로 설리번 보좌관보다 먼저 대중관계의 변화를 암시하기도 했다.
“갈등이 아닌 경쟁” “분리가 아닌 위험제거” “작은마당의 높은 울타리를 제외한 무역개방”의 원칙으로 대중관계를 가져 가겠다는 것이다.

“디리스킹”은 결코 미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희토류의 98%, 항생제 제조원료의 97%를 중국에서 수입하는 EU의 입장에서는 어찌보면 더 절박한 문제다. 미국도 주요광물의 80%를 중국에서 수입한다.
미국의 대중관계 완화는 EU등 동맹국들의 숨통을 열어주면서 동맹국간의 대화모드로의 변화를 촉발했다. 한국도 이 흐름에 당연히 합류하고 편승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그런데 한국정부가 잘 하고 있는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미국은 “디리스킹”정책을 펼치면서 소련붕괴이후 지난 30년 ‘힘의 미국’에 의한 정책반성의 일환으로 전통적인 무역협정, 즉 자유무역주의에 기반한 무역협정에서 디지털시대, 현대적 무역협정으로의 변환을 촉구하고 있다.

설리반 보좌관은 “관세인하를 통한 전통적인무역협정은 너무나 좁은 시각이며 이제 무역이 국제경제정책에 어떻게 부합하며 어떤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가?” 라는 물음을 던져야 한다고 반복적으로 강조했다.
이는 다양화에 기반한 탄력적인 공급망 구축의 대변화를 예고하는 것이다.
대변화 가운데 특이한 것은 “ 작은마당과 높은 울타리”라는 표현이다.
여기서 “작은마당”은 차세대 핵심기술을 의미하며 “높은 울타리”는 미국의 독보적 존재감을 놓치지 않기 위해 조건과 규제를 가한다는 뜻으로 해석해 볼 수 있다.
“작은마당”에 해당되는 차세대 핵심기술은 반도체. 인공지능. 양자컴. 합성생물학등을 말한다.
다시말하면 IRA 법등이 작은마당을 보호하기 위한 맞춤형 높은 울타리라는 것이다.
“높은 울타리”는 차세대 핵심기술을 철저히 미국주도로 끌고 가되 높은 울타리에 해당되지 않는 것은 개방하겠다는 의미도 담겨있다. 여기에 디커플링에서 디리스킹으로의 전략적 함의가 녹아 있다고 보여진다.
설리반 보좌관은 “작은 마당과 높은 울타리”를 말하며 “차세대기술이 민주주의와 안보를 위해 작동하도록 디지털혁명의 새로운 문명을 이끌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은?

우리에겐 위기 이기도 하면서 기회이기도 하다. 정부의 경제수장들의 역할과 역량에 따라 위기가 기회로 전환될 수 있다.
미국과 캐나다 사례를 면밀히 벤치마킹 해볼 필요가 있다. 미국은 캐나다와 청정에너지 공급과 중산층 일자리를 위해 TF를 꾸렸다.
IRA 입법 초기에도 캐나다는 7천5백달러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최종조립 요건과 부품현지화율의 조건을 정할때 미국정부에게 강하게 요청해 그것을 떠냈다.
설리번보좌관은 또 다자개발은행의 역할을 언급하면서 저소득및 중간소득국가의 인프라 경차해소를 위한 수천억 달러의 글로벌 인프라 투자가 있을 것임을 예고했다.
대한민국 정부 경제각료들이 눈여겨 보아야할 또하나의 대목이다.

하버드에서 만난 석학들은 이렇게 말한다. “한국은 미국과 중국의 관계를 보다 실리적이고, 합리적으로 만들 수 있는 위치에 있다. 한국은 대 중국 관계에 있어 워싱턴 DC의 언어를 쫓아가서만은 안된다. 중재자 역할을 해야만 한다. 미국의 전략이 무엇인지 읽고, 중국과 대화에 나설 수 있어야 한다.”
설리반 보좌관의 연설은 윤석열 대통령 방미와 거의 같은 시간에 행해진 것이다. 미국의 대중국 정책은 이미 디커플리에서 디리스킹으로 바뀌었다. 단절이 아니라 실리적 대화 모드로 이동하고 있음을 느낀다. 윤석열대통령이 미국 백악관에서 부른 “어메리칸 파이“가 애창곡으로만 머물것인지 아니면 우리 손에 쥐어지는 ”어메리칸 파이“로 만들 수 있는지의 여부 가 대한민국경제의 재도약과 미래를 결정할 매우 중요한 절체절명의 관건이다. ( 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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