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얼 데이가 되면 가장 바쁜 ‘ 밥 쿠글러’ 세들브룩 경찰 서장
부친의 전우, 한국전 참전용사 각별히 챙기는 지한파 ‘유니폼’
메모리얼데이 연휴가 시작됐다. 메모리얼 데이는 제복의 영웅을 추념하는 날이다. 매년 이날을 즈음해 버겐 카운티에서 가장 바쁜 사람중의 한 사람이 되는 인물이 있다. 바로 밥 쿠글러 세들브룩 경찰서장 (위 사진, 맨 앞 표제 사진에서는 오른쪽 에서 힘차게 걷고 있는 이, 두번째 사진은 생전의 부친 에드워드 시장과 함께 한국전 참전 기념비 앞에서 포즈를 취 한 젊은 밥. 맨아래 사진으 지난해 후원 모임에서..) 이다.
그는 한인 밀집지역인 뉴저지 버겐카운티 내의 소문난 지한파, 친한파로 알려진 경찰 서장이다. 그의 한국 사랑 한국인 사랑은 유별나다. 메모리얼 데이에 바쁜 이유도 한국과 연관이 있다.
메모리얼 데이가 되면 미국내 왠만한 타운에서는 ‘유니폼 영웅’들이 퍼레이드를 벌인다. 세들브룩도 마찬가지 . 경찰 서장으로서 이 퍼레이드를 주관하고 안전을 책임지는 임무가 있기에 바쁜 것은 당연 하지만 그에게는 연로한 제복의 영웅들을 각별히 모셔야 하는 자신만의 특별 임무가 있기 때문이다.
바로 자신 아버지의 친구이자 전우인 한국전 참전 베테랑 용사들이 그 대상이다. 한국전 참전 용사인 아버지 에드워드 쿠글러 전 세들브룩 시장은 지난 2020년 세상을 떠났다. 이처럼 한국전 참전 용사들이 고령으로 하나둘 세상을 떠나는 이즈음 그는 일일히 노인분들의 집을 찾아가 자신의 차로 퍼레이드 장으로 모셔오는 일을 몇년 째 하고 있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이 지역에서 10여 분이 계셨는데 펜데믹이 일어나기 전 퍼레이드 였던 2019년에는 8분 밖에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올해는 몇분이나 참석 하시게 돨런지…” 그는 말끝을 흐린다. 한국을 사랑하는 그가 우리 한국 사람이 해야 될 일을 대신해 주느라 바쁜 것이다.
곧 있으면 한국전쟁, 6·25 동란이 일어난지 73년 된다. 3년이나 강토를 피로 물들인 전쟁에서 대한민국을 지켜낸 것은 제복 영웅들이었다. 특히 에드워드 쿠글러 같은 파란눈 유니폼들의 헌신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이들이 아니었다면 오늘날 우리 고국 대한민국과 이곳 미국에서 우리 동포들이 누리는 자유와 민주주의는 없었을 것이다. 또한 전쟁의 폐허를 딛고 산업화와 민주화를 달성해 세계 10위권의 번영을 누리는 대한민국의 신화도 없었을 것이다.
밥의 아버지 쿠글러 시장은 2020년 세상을 떠났는데 30년 생으로 부고에는 생일이 지나지 않아 89세로 나오지만 우리식으로는 90수를 누린 셈이다.
밥이 들려 준 부친 에드워드의 6.25 참전기는 얘깃거리가 참 많았다. 그 가운데 에드워드가 전역 후 고향에 돌아와 장의사를 차리게 된 까닭은 매우 인상적이다. 그의 아버지는 한국전쟁 당시 위생병으로 복무했다.
그곳에서 수 많은 죽음을 보며 사람의 마지막 가는 길을 거두어주는 것 만큼 의미있는 일은 또 없다고 여겨졌단다. 그의 집안은 독실한 가톨릭 가정이다. 그래서 그는 전쟁에서 돌아와 1963년, 세들부룩에서 장례 서비스 비즈니스를 시작했고 이 일은 아들인 밥 쿠글러로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미국은 현직 시장이나 경찰 서장이라도 가업을 운영할 수 있는 제도가 있는 모양이다. 짐작하겠지만 그의 장의사는 전혀 상업적이지 않다.
2020년 세상을 떠난 밥의 부친 ‘에드워드 쿠글러 주니어’ 의 모습. 한국전 참전용사인 그는 주민들의 전폭적인 신망으로 1969년 부터 1979년 까지 10년간 세들브룩 시장을 역임했다.
1961년 생인 밥 쿠글러는 세들브룩에서 자라 고교를 나왔고 플로리다에서 대학을 마친 뒤 일찍 경찰에 입문해 90년대 중반에 벌써 서장직에 올랐고 30년 가까이 치프, 서장으로 봉직하고 있다. 그는 뉴저지 최장수 경찰서장으로 뉴저지 경찰서장 협의회 회장이라는 중요한 직책도 오랫동안 역임한 바 있다.
그는 틈나는 대로 인근 한인 데이케어 센터들을 방문해 한인 노인들에게 위문품을 전달하곤 한다. 아버지의 유훈에 따라서다. 한인사회 리더들과 함께 마악 퇴치 기구며 가정폭력 방지 기구를 만들어 퇴치운동을 벌이고 있다. 또 그가 설립한 청소년 교육 봉사단인 사법 연대 유슬렉(USLEC)은 장학 사업을 벌여 10여년 전 부터 유독 한인 학생들을 선발해 장학금을 제공하고 있다. 배출된 인재가 수백명에 달하는데 타민족 청소년들이 너무도 부러워 하고 있다. 몇년 전에는 특별한 고난의 한국인인 탈북민, 새터민들을 돕기 위해 자비를 들여 베트남을 다녀 오기도 했다.
그는 경찰 관계 세미나로 두 차례 서울을 방문한 적이 있는데 입만 열면 그때의 얘기를 쏟아놓곤 한다. 한국과 한국사람들이 그렇게 좋단다. 대개 이런 경우 부인이나 제수, 며느리 정도 레벨에서 한국인이 있게 마련인데, 밥의 경우는 그렇지는 않다. 미국인 부인과의 사이에서 딸만 세 명두고 있다.
쿠글러 집안의 한국사랑은 밥의 할아버지 에드워드(부친과 조부의 이름이 같다. 그래서 부친은 이름에 주니어를 붙힌다 ) 때 부터 시작된다. 당시 그의 조부는 우연히 프린스턴의 한 교회에서 이승만 박사의 간증을 들었는데 거기에 크게 매료 됐고 그때부터 한국에 대한 관심을 가지면서 한국관련 서적들을 탐독 했단다. 아들이 한국전 참전을 위해 자원 입대 한다 했을 때도 반대 하지 않았다.
그런데 꼭 명기해야 할 일이있다. 밥 쿠글러의 지금 경찰서장 직위는 그 직무가 정지돼 있는 상태다. 뉴저지 주 검찰이 ‘쿠글러 서장이 직권을 남용해 자신이 가업으로 운영하는 장의사 고객들에게 경찰 차량 에스코트를 제공해 부당한 사적이익을 취했다’ 는 이유를 들어 그를 기소했기 때문이다.
이 기소는 쿠글러 서장이 2021년 공화당 후보로 카운티 보안관 선거에 나서자 민주당이 장악하고 있는 세들브룩 시의회에 의해 문제로 제기돼 서장의 직무가 정지 되면서 주 검찰에 의한 기소로 까지 이루어져 정치적 이유에 의한것 이라는 논란을 불러 온 바있다.
하지만 다행인 것은 지난 3월 2일 법원의 판결에 따라 자신에게 씌워진 불명예와 부당함의 굴레에서 일단 벗어나게는 됐다는 사실이다.
그날 뉴저지 슈퍼리어 코트(주 지방법원) 메릴린 클락 판사는 지난 2021년 주 검찰에 의해 기소 됐던 쿠글러 서장에 대한 부패, 직권남용 혐의에 대한 기소에 대해 최종 기각 판결을 내렸던 것이다. 56페이지에 달하는 판결문에서 클락 판사는 쿠글러 서장에 대한 부패 혐의 기소가 부당하고 잘못 됐다면서 재판을 더 이상 진행할 이유와 여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2년여 지리한 법정공방 끝의 판시였다.
그런데 문제가 된 장례차량 에스코트의 당사자 들이 한인들이었기에 우리의 우려와 관심은 자못 클 수밖에 없었다. ‘장례 차량 에스코트 서비스’는 장례 행렬의 교통안전을 위해 교통경찰관이 순찰차량을 이용해 운구부터 장지 도착까지의 전 과정을 에스코트해 가족을 잃은 슬픔을 함께 나누고 고인과 유족에게 편안하고 안전한 발인을 제공하는 제도다.
민주당이 장악하고 있는 세들부룩 시의회는 쿠글러 서장이 쉐리프 출마를 위해 공화당 후보로 등록하자 이 대민 서비스를 직권남용으로 남발 했다고 직무정지 시키면서 검찰에 고발 까지 했던 것이다.
판사의 기각 결정으로 쿠글러 서장의 복직, 복귀가 즉각 이루어 질것으로 에상 됐지만 현재 검찰측의 이런저런 방해로 늦어지고 있기는 하다. 검찰 측 항소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런 경우의 항소심은 큰 이변이 없는 한 같은 기각 판결이 나오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쿠글러 서장측은 큰 고비를 넘었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쿠글러 서장은 판결 직후 기자와 가진 통화에서 “진실과 정의는 승리 한다는 진리를 다시 확인 했다” 면서 ” 그동안 지난번 선거 때 부터 물심 양면으로 성원해 준 많은 한인들에게 다시한번 깊은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지난해 쉐리프(보안관)선거에서 그는 본 투표에는 민주당 후보에 앞섰으나 우편 투표에서 뒤집혀 근소한 차로 석패한 바 있다. 많은 한인들이 안타까와 했다.
그는 지난번 선거에 이어 내년에도 카운티 보안관, 쉐리프에 도전 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더 큰 봉사를 위해서다. 카운티 보안관은 카운티 경찰 청장인 셈으로. 타운 경찰들을 직접 통솔 하지는 않지만 상급 기관으로 카운티 전체의 치안과 주민안전을 책임지는 중요한 직책이다.
지난 선거때 새들브룩의 한 연회장에서 열렸던 그의 후원의 밤 행사는 기자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었다. 중국인이 운영하는 뷔페 레스토랑 에서 열렸는데 출중한 외모와 활발하고 상냥한 성격의 부인 크리스틴 여사와 딸 셰이나 쿠글러가 직접 프론트에서 손님을 맞이하고 행사의 주빈인 밥이 씩씩하고 쾌활하게 각각의 테이블을 다니며 기념품(귀여운 메모리 밴드)을 직접 놓는 모습을 보면서 그가 당선만 된다면 버겐카운티에는 호박이 넝쿨 째 들어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이 원 겟 포” 라는 생각이 드는 유능한 ‘일꾼’ 가족의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밥의 큰 딸은 포트리 경찰서에 근무하는 여성 경관이며 막내는 가업을 물려받을 준비를 하고 있는 공인 장례사다.
그의 딸들 역시 한국인 들을 각별히 여기면서 유난히 친절하게 대하면서 챙겨준다. 두 분 할아버지 애드워드에 대한 사랑과 존경이 그대로 유전자에 투사돼 있다는 느김이다.
유니폼 영웅들을 기리는 메모리얼 데이에 우리의 고마움을 한껏 받아도 모자랄 영웅들이 하나둘 사라지고 있다는 생각에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이럴때 유난히 한국을 사랑하는 유니폼 가족, 쿠글러 페밀리를 돌아 보면서 다시금 이런 고마운 미국인이 있는, 우리가 살고 있는 미국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이번 메모리얼데이 퍼레이드, 그리고 다가올 각 6,25 기념행사에는 우리 모두 나가 성조기와 태극기를 여느때 보다 힘차게 흔들어야 겠다.
(안지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