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8년 뉴욕 마제스틱 극장 초연…1만4000회 공연
“‘오페라’라는 단어의 의미를 여러 면에서 구현한 뮤지컬 ”
최고의 찬사를 받아 온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이 1만4천회에 달하는 공연을 마치고 35년 만에 브로드웨이에서 막을 내렸다.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은 지난 16일 뉴욕 마제스틱 극장에서 막을 내렸다. 지난 1988년 이 극장에 오른 후 1만3981회 공연을 기록하며 마무리했다. 작곡가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명작인 ‘오페라의 유령’은 기네스북 공인 연극·뮤지컬을 포함해 ‘브로드웨이 최장기 공연’ 타이틀을 갖고 있다.
하지만 35주년을 맞은 올해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티켓 판매 감소 등의 이유로 브로드웨이 무대의 마지막을 알렸다. 당초 2월 막을 내릴 예정이었으나 폐막 소식에 관객들의 발길이 이어지면서 종연일을 두 달 뒤로 연장했다. 마지막 공연을 앞두고는 티켓 구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티켓 재판매 사이트에서 약 500만원까지 가격이 뛰기도 했다. 지난 1월엔 브로드웨이 누적 관객 2000만명을 돌파했다.
뉴욕타임스는 “‘오페라의 유령’ 마지막 날에 극장 관객들이 작별 인사를 하며 환희와 눈물로 얼룩졌다”며 “이 쇼는 브로드웨이에서 가장 높은 수익을 올렸고 열광적인 관객을 얻었고 번쩍이는 명성을 누렸다”고 전했다. 프로듀서인 카메론 매킨토시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뉴욕 공연의 부활에 대해 “물론, 언젠가는”이라고 답하면서도 “하지만 이제 쇼가 휴식을 취할 때”라고 답했다.
CNN은 “‘오페라의 유령’은 브로드웨이의 아이콘일 뿐만 아니라 문화적 거인”이라며 “유령의 마스크와 장미 한 송이만 있는 상징적인 포스터가 타임스퀘어에서 지워질 것이며 마제스틱 극장은 1988년 ‘팬텀’이 문을 연 이후 처음으로 비어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팬들도 아쉬움을 전했다. 200번 이상 공연을 본 한 팬은 “쇼를 볼 때마다 처음 같다. 결코 질리지 않는다”고 했다. 또다른 이들도 “그들은 마법과 경외감을 만든다”, “브로드웨이 아이콘이 영원히 떠난다는 사실이 슬프다”, “한 시대의 끝과 같다”, “‘오페라의 유령’을 잃는 것은 친구가 떠나는 것처럼 느껴진다”는 등 작별 인사를 고했다.
이작품은 1986년 런던 초연 후 1988년 뉴욕 무대에 올랐다. 웨스트엔드와 브로드웨이에서 동시에 35년 넘게 연속 공연된 작품으로 유일하다. 2019년 4월엔 브로드웨이 최초로 1만3000회 공연 기록을 돌파했다. 브로드웨이 산업 사상 단일 프로덕션 최대 일자리와 소득을 창출하며 문화 콘텐츠로 영향력을 발휘해왔다.
얼굴을 마스크로 가린 채 오페라 하우스 지하에 숨어 사는 천재 음악가 ‘오페라의 유령’과 프리 마돈나 ‘크리스틴’ 그리고 그녀를 사랑하는 귀족 청년 ‘라울’의 사랑 이야기를 그린다. 17층 규모의 오페라 하우스, 1톤의 샹들리에, 유령의 신비로운 지하 미궁 등 화려한 무대 예술과 주옥 같은 음악을 선사한다.
매우 강한 네러티브를 지니고 있다. 이 작품 이전의, 그리고 현재의 브로드웨이 뮤지컬은 이런 완결성이 있는 드라마를 그다지 지향하지 않는다. 초점은 ‘어떻게 재미있게 보여줄 것이냐’였지 <팬텀…>처럼 어떤 ‘이야기’를 효과적으로 보여주려고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런 면에서 <팬텀…>은 매우 경이로운 작품이었고 이후 <지킬 앤 하이드>의 프랭크 와일드혼 등과 같은 미국의 작곡가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또 이 작품은 서사적 구조의 스펙타클을 구현하는데 오페라가 아니라 뮤지컬에서 시도한다는 점이 남다르다. ‘오페라’라는 단어의 의미를 여러 면에서 구현해 내고 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푸치니의 멜로디들을 베꼈다는 비난이 있기도 하지만 그만큼 클래식으로 회귀 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으로 꼽힌다.
전 세계 188개 도시에서 1억4500만명 이상 관객이 관람했다. 7개의 토니상과 4개의 올리비에상을 포함한 70여개의 주요 상을 받은 흥행작이다. 브로드웨이 공연은 마무리했지만 런던을 비롯해 체코, 일본, 스웨덴 등에서도 공연 중이다. 중국(만다린어 최초), 이탈리아, 스페인에서도 올해 공연을 올린다. (안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