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중 (하이유에스코리아 대표기자)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주 용산 대통령실에서 재외동포청 신설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서명했다.
그동안 재외동포재단의 동포청 승격을 꾸준히 주창해 온 필자는 누구보다 뜻깊게 그 장면을 보면서, 12년 전 한미 FTA 이행법에 서명하는 오바마 전 대통령의 모습이 자연스레 클로즈업 되었다. 10년이 지난 사건이 떠오른 이유는 국민들의 요구로 신설 법안을 서명할 때 대통령은 상징 인사들을 초청한다는 것과 조국의 이익을 위해서는 재외국민들의 역할도 중요하다는 사실 때문일 것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011년 10월 21일 백악관 집무실인 오벌 오피스(Oval office)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이행법에 서명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 자리에 한국 정부를 대표하여 한덕수 당시 주미대사(현 국무총리)를, 그리고 한미FTA 의회비준준비 공동위원장인 김창준 전 의원과 황원균 전 버지니아한인회장을 증인으로 초청했다.
황원균 회장은 필자를 비롯한 워싱턴 지역 많은 단체장들과 함께 2년여 동안 2200명의 서명을 받는 등, ‘한미FTA’ 풀뿌리 운동을 주도한 인물로 서명하는 오바마 대통령 바로 옆에 서 있는 영광과 함께 그 서명 만년필을 기념 선물로 받기도 했다.
윤 대통령도 이날 서명식에 2015년 DMZ 목함지뢰 사건으로 중상을 입은 하재헌 중사 등 국가유공자 및 유가족과 보훈 관계자 50여 명을 초청하여 함께 축하했다. 부처 신설 관련 법안에 대통령이 직접 서명하는 행사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50여 명의 상징 인사들이 초청되어 정부조직법 서명식에 배석함으로써 그 의미를 더 했다.
그런데 재외동포청 초청 인사로는 입법활동을 전개한 김석기 국회의원과 재외동포재단을 대표한 이영근 기획이사, 그리고 재외동포를 대표하여서는 김영근 세계한인네트워크 상임대표뿐이었다.
그동안 재외동포처나 아니면 그보다 체급이 조금 낮은 재외동포청 신설을 꾸준히 요청해 온 ‘미주한인회총연합회’ 측 인사들은 눈을 씻고 봐도 보이지 않는다.
이를 두고 몇몇 미주총연 지도자들은 대한민국 정부가 아직도 재외국민을 제2의 대한민국 국민 취급하고 있다고 원성을 높이고 있다.
그들은 “애초 재외동포재단도 마지못해 설립했고 예산도 750만 재외국민 수와는 엄청 거리가 먼 쥐꼬리만큼 편성해왔다”면서 “설립된 재외동포재단에 적어도 10% 정도의 재외동포 출신이 참여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하고 있어 차라리 ‘동포 제외 재단’으로 부르는 것이 낫다”고도 했다.
그들이 제2 국민 취급 당하고 있다고 원성을 높이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현재 정부 발표 재외국민 수는 732만 명이다. 이는 경상북도 260만 명과 경상남도 328만 명을 합한 인구보다 144만 명이 더 많다. 또 예산만 따져봐도 그렇다. 2023년 재외동포재단 예산은 630억 원이다. 인구 5만 5천명의 경북 예천군의 1년 예산액이 6천억 원 정도임을 감안할 때 재외국민들이 느끼는 상실감은 분명 있을 것이다.
올 6월 공식 출범할 신임 재외동포청장 자리와 동포청 소재지를 두고 밥그릇 싸움이 한창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신설되는 동포청은 정무직 청장 1명과 일반 고위 공무원 신분의 차장 1명 등으로 구성될 예정이다. 전체 인력은 대략 150∼200여 명이 될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는 신설되는 동포청의 인력 규모를 최소 150에서 최대 200명으로 편제해 달라고 행정안전부에 요청한 상황으로 알려져 있다.
외교부는 5일 재외동포청 소재지로는 인천이 가장 유력하다고 밝혔다.
재외동포청은 재외국민들의 국적문제, 교육문제, 병역문제, 문화교류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재외동포재단이 할 수 없었던 부분을 원스탑 서비스해야 한다.
윤 대통령은 이날 “재외동포청 신설은 선거 과정과 해외 순방에서 우리 동포들을 뵐 때마다 약속드린 것이다”면서 “재외동포들이 체감할 수 있도록 지역별, 분야별 맞춤형 동포 정책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는 첫인사부터 잘해야 한다.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라고 하지 않았나.
해외에 거주하며 생활하는 재외국민의 복지와 권익을 보호하고 지원하는 역할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재외동포사회를 잘 알고 행정 경험이 있는 인물들이 조직에 대거 들어가야 할 것이다. 초대 청장을 동포출신이 맡아야 한다는 소신에는 변함이 없지만 그것이 아니라면 차장 , 국장 급에서라도 동포출신이 들어 가야만 한다. 우리 동포들도 적합한 인물 추천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03/07 남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