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소도시 ‘ 마케이드’ 에 발렌타인 데이 맞아,
이번엔 가정폭력을 주제로 남성들에게 경종
누구도 상상치 못한 방식으로 시대를 고발하는 세계적 그라피티(공공장소 낙서) 작가 뱅크시의 밸런타인데이 기념벽화가 14일 영국의 한 바닷가 마을에 등장해 한적했던 그곳이 들썩이고 있다.
‘얼굴 없는 화가’이자 현대의 예술 로빈 훗인 뱅크시는 이날 인스타그램을 통해 영국 마게이트의 벽화가 자신의 작품 ‘밸런타인데이 마스카라’라고 확인했다.
마게이트는 런던에서 동쪽으로 기차로 2시간 정도 거리에 있는 해안가 마을이다.
전날 밤 제작된 이 벽화는 한쪽 눈이 붓고 이빨이 빠진 채 웃는 1950년대 가정주부가 냉장고에 한 남성을 가두는 듯한 모습이다. (위 사진)
뱅크시가 자신의 작품이라고 발표하면서 등장 여성의 얼굴만 확대한 사진을 함께 올렸기 때문에 댓글에는 이 그림이 여성 대상 가정폭력을 다룬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낭만적인 느낌을 주는 제목과는 달리 가정폭력이라는 묵직한 주제를 던졌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그러다가 뱅크시의 발표 이후 불과 몇 시간 만에 구청에서 안전을 이유로 신속하게 냉장고를 치워버리면서 더 화제가 됐다.
한 지역 주민은 이날 정오쯤 매우 신속하게 길에 있던 물품들이 트럭으로 제거됐다고 BBC를 통해 전했다.
이 주민은 전엔 쓰레기가 방치돼있는지 아무도 거들떠보지도 않더니 이제 예술작품이 되자 재빠르게 치워버렸다면서 불만을 제기했다.
구청 측은 “안전해지면 돌려둘 것”이라며 “부지 소유자를 접촉해서 작품 보전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뱅크시는 1990년대 이후로 활동 중인 영국의 가명 미술가 겸 그래피티 아티스트(graffiti artist), 영화 감독이다.
그의 정치적, 사회적 논평이 담긴 작품은 전 세계 도시의 거리, 벽, 다리 위에 제작되었다.
뱅크시의 작품은 예술가와 음악가들의 협력을 의미하는 브리스톨 지하 무대에서 성장했다. 뱅크시는 그의 예술 작품을 벽과 자체 내장된 소품 조각같은 공개적인 장소에 전시한다. 뱅크시는 사진이나 자신의 그래피티를 판매하지 않지만, 미술 경매인들은 그의 거리 작품들을 팔려고 게속 끈질기게 시도하고 있다.
뱅크시의 첫 번째 영화인 Exit Through the Gift Shop은 세계 최초의 “거리 예술의 재난 영화“로, 2010년 선댄스 영화제에서 데뷔했고 아카데미상 최우수 다큐멘터리로 지정되었고, 2014년 그는 2014웨비 어워드에서 올해의 사람을 수상했다. 그때도 그는 수상식에 나타나지 않았다.
2013년에는 미국 뉴욕 센트럴파크 인근 노점에서 자신의 그림 25점을 한 점 당 60달러에 직접 판매했다. 사람들은 이 그림들이 뱅크시의 ‘진품’일 지는 꿈에도 몰랐고, 겨우 7점이 팔려나갔다. BBC에 따르면 실제론 한 점 당 4만달러의 가치였다고 한다. 이 그림을 산 사람들은 뜻밖의 횡재를 한 것.
< 지난 2018년 12월18일 영국 웨일스의 남부 철강도시 포트 탤벗의 담벼락에 그려진 뱅크시의 그림.>
2018년 크리스마스를 일주일 앞둔 12월 18일 아침, 영국 웨일스의 남부 철강도시 포트 탤벗의 주민들은 벽에 그려진 그림 하나를 선물로 받았다.
한 철강노동자의 집 담벼락에 그려진 그림 속에는 한 소년이 하늘 향해 팔을 벌려 흩날리는 눈을 반기고 있었다. 그러나 코너를 돌면 불이 붙은 통 안에서 뿜어져 나오는 먼지가 보인다. 소년이 눈처럼 반긴 것은 사실 불에 탄 재였던 것이다.
포트 탤벗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영국에서 가장 오염된 곳’이라고 발표했을 정도로 극심한 공해에 시달리고 있었다. 한없이 서정적으로 보이는 벽화를 통해 이 지역의 심각한 환경 문제를 고발한 것이다.
뱅크시의 작품임이 알려지면서 수천 명의 인파가 그림을 보기 위해 몰려들었고, 결국 지역위원회가 나서 그림 주변에 철제 펜스를 설치해야했다. 그곳은 지금 관광 명소가 돼 주민들의 고단한 생활을 다소나마 돕고 있다.
<믈론 편해지기는 했지만 그가 만든 퍼스널 컴퓨터와 아이폰 때문에 전 인류가 고민과 고생에 빠진 스티브 잡스를 풍자한 뱅크시의 그라피티. 컴퓨터 복사본도 수천달러를 홋가한다.>
뱅크시는 돈으로 환산 되는 예술을 비판하기 위해 ‘사건’을 벌이지만, 그럴수록 작품의 경제적 가치는 올라간다. 영국 노퍽 지역 뱅크시의 그림으로 뒤덮인 이동 주택은 구입 당시보다 500배 높은 가격에 판매됐다.
지난 2019년 소더비에서 찢어진 그림 소동 역시 덕분에 가치가 더욱 치솟았다. 찢어진 그림은 ‘쓰레기통 속의 사랑(Love is in the bin)’이라는 새 작품명을 얻었고, 낙찰 받은 여성은 훼손된 그림을 그대로 인수하기로 했다.
자신의 작품을 구입하는 이들에게 “쓰레기를 사는 당신들을 이해할 수 없다”고 독설을 퍼붓는 뱅크시와 그럴수록 그의 작품을 손에 넣으려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분명한 건 누구도 상상치 못한 방식으로 시대를 고발하는 그의 이벤트에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빠져들고 있다는 것이다. 다음번엔 어디에 그의 풍자와 고발이 그려질지 전세계 애호가 들이 기대하고 있다. (안지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