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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ptember 20,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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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 이민현장 소설> ‘영웅의 약속’ 연재 31회

안동일 작

/헤리의 좌절은 너무도 분통 터지는 일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빌리와 그 친구들에게 그동안 어렴풋이 느껴 왔지만 애써 스스로 부정하곤 했던 아메리칸 드림의 실체가 어떤것 인가를 확연하게 보여준 일대 사건이었다. 비 백인이 가질 수 있는 아메리칸 드림에는 한계가 있었다. 그 드림은 백인들이 던져준 시헤를 받아먹는 선에서 만족 해야 했다. 감히 그 이상을 넘보면 그들은 이전의 자상한 미소의 가면을 벗고 교활한 이빨을 여지없이 드러 내는 것이었다./

경기장이 온통 니콜슨의 편이었다.
헤리와 함께 라운딩을 하고 있는 선수들도 진작 부터 헤리의 신경을 자극 하고 있었다. 그린 위에서 아무리 짧은 거리가 남아 홀아웃을 하는게 당연 하다 해도 같은 라인에 헤리의 공이 있으면 그에게 양해를 구해야 하는 것이 예의 임에도 다른 선수를 흘끝 보고는 홀 아웃을 했고 또 헤리가 라인을 읽고 있으려면 뒤에서 슬금슬금 움직여 그의 집중을 방해 하곤 했다.
그래도 역전의 기회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 역전의 순간은 오히려 헤리를 무너뜨리는 울분의 상황으로 바뀌어야 했다.
파 5, 16번 홀에서 오랫만에 헤리의 티샷이 호쾌하게 창공을 갈랐고 그의 스푼 샷이 멋지게 그린을 점령해 이글 찬스를 맞았던 것이다. 그때 빌리등은 어렵게 그린 주변으로 비집고 들어 갈 수 있었기에 그 상황을 똑똑히 목격 할 수 있었다.
헤리가 롱퍼팅을 하기위해 라인을 잡고 있을때 또 카메라 맨이 카메라 줄을 그린위로 질질 끌며 그의 뒷쪽으로 움직였다. 순간 헤리의 표정이 변하는 것을 빌리와 윤호는 감지했다.
“이봐 카메라맨 뒤로 빠져.”
윤호가 작은 소리로 그쪽을 향해 말했다. 그러나 녀석은 분명히 들었을 텐데도 마이동풍이었다. 오히려 윤호가 대회 마샬로 부터 주의를 받아야 했다.
헤리는 셋업 라인에 서서 정신을 집중 하려는 듯 호흡을 가다듬고 있었다. 그때 빌리는 헤리와 같이 라운딩을 하던 선수 하나가 헤리의 시야 안에서 손을 입으로 가져가 하품 하는 시늉을 하는 것을 똑똑이 보았다. 꽤 유명한 선수 였는데 어쩌면 저런 메너를 보일 수 있단 말인가 싶어 울화가 치밀었다.
헤리의 퍼팅은 엉뚱한 방향으로 어이없는 거리로 빗 나갔다.
“에이 개자식들…”
저도 모르게 욕이 튀어 나왔다.
먼 퍼팅이었기에 다시 한번 라인을 읽고 신중한 셋업을 해야 했다. 이번에는 대회 마샬이 헤리를 쳐다보며 손목 시계를 두들겼다. 시간을 너무 지체하지 말라는 경고였다. 최악의 상황이었다. 갤러리들은 함성과 야유를 함께 질렀다. 함성은 마샬에게 보내는 것이고 야유는 헤리에게 보내는 것이었다.
빌리가 오히려 클럽을 집어 던지면서 경기를 포기 하지 않는 헤리의 인내심에 경탄을 보내야 했다.
그런 상황에서 그 퍼팅이 들어가면 그게 기적이었다. 투온을 하고도 3퍼팅을 했고 다음 홀 에서 헤리는 무너졌다.
티셧이 늪에 빠져 아웃오브 바운드가 됐고 다음 샷들도 신통치 않아 또한번 더블 보기를 범해야 했다. 기세가 오른 니콜슨은 버디를 또하나 잡아내 두사람의 차이는 네타로 벌어 졌고 헤리는 공동 2위도 유지 하기 어려운 지경에 빠졌다.
빌리는 더 이상 경기를 지켜 볼수 없었다.
닥치는 대로 두들겨 부시고 싶은 파괴 본능이 자신 안에 그토록 잠재 돼 있다는 것을 태어 나서 처음으로 느꼈고 누구라도 걸리기만 하면 두발당수를 날리고 싶었다.
간사하기 짝이 없는 갤러리들은 헤리가 홈스트레치 인 18번 페어 웨이로 들어 올때 기립박수를 보냈다. 이제는 니콜슨을 위협하지 않았기 때문 이었다.
그리고 저들의 양심에 울리는 소리를 들었는지 모를 일이었다.
그런데도 헤리는 18번 홀 세컨샷을 물에 빠쳤다.
드롭해서 친 공이 핀에 붙었고 어렵게 마지막 퍼팅을 홀에 집어 넣은 뒤 헤리는 자신의 퍼터를 땅에 떨어 뜨리곤 그린에 주저 앉았다.
그의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했다. 그러나 그의 그런 모습에 관심을 쓰는 사람들은 별로 없었다. 온통 그린 옆에 나와 포옹을 하며 서있던 니콜슨과 모델출신 그의 금발 아내에게 환호를 보내고 있었다.
헤리는 말없이 호텔 방으로 올라가고 있었다.
유진이 그의 어깨를 감싸려 했으나 그는 뿌리 쳤다. 뿌리친 손은 눈시울을 스쩍 훔치고 있었다.
방에 올라가 친구들은 벼게를 벽에 대고 주먹을 쳤다.
“나쁜 사람들… 어쩌면 그렇게 …”
헤리의 엄마가 계속 되뇌였다.
한참 뒤 노크소리가 들렷다. 대회 운영위 부위원장쯤 되는 사람이었다.
한가닥 양심은 있었는가 보다.
“헤리 너무 실망하지마, 다음 기회도 있잖아, 이번 대회로 자네 이름은 모두에게 인식 됐잖아.”
그는 공동3위 상금 수표가 들어 있는 봉투를 내밀었다.
봉투를 움켜 쥐며 고개를 숙인채 해리가 울부짓듯 대답했다.
“나 다시는 골프 안칩니다.”
그런 헤리의 어깨 위로 빌리가 손을 가져 갔다.
빌리는 다른 한손으로 그의 왼손을 잡고는 깜짝 놀라야 했다.
헤리의 손목이 몹씨 부어 있었던 것이다. 그 손목으로 그는 18홀을 라운딩 했던 것이다.
손목을 이렇게 만든 주사위 단 밴 트럭의 털보녀석이 너무도 원망 스러웠다. 그 털보 녀석도 기금 시상식장에서 니콜슨에게 환호를 보내며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니 몸이 더 떨렸다.

헤리의 좌절은 너무도 분통 터지는 일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빌리와 그 친구들에게 그동안 어렴풋이 느껴 왔지만 애써 스스로 부정하곤 했던 아메리칸 드림의 실체가 어떤것 인가를 확연하게 보여준 일대 사건이었다. 비 백인이 가질 수 있는 아메리칸 드림에는 한계가 있었다. 그 드림은 백인들이 던져준 시헤를 받아먹는 선에서 만족 해야 했다. 감히 그 이상을 넘보면 그들은 이전의 자상한 미소의 가면을 벗고 교활한 이빨을 여지없이 드러 내는 것이었다.
그러나 모두 거기서 주저 앉을 수는 없었다. 그럴 수록 더 투지가 생겼다. 헤리는 10여년의 프로 골퍼 생활을 청산하고 빌리네 사업에 동참했다. 헤리는 골프가 지긋 지긋 하다고 했다. 아니 그의 골프를 망친 백인 들의 교활한 우월주의가 지긋지긋 했다는 것이 맞는 표현일 터 였다.
또 헤리의 손목 부상은 쉬 가라앉지 않았다. 인대가 늘어 났다는데 그 손목으로 라운딩을 한것은 철인적인 의지 였다고 의사는 혀를 찼다. 그러자니 오른손을 사용 했을 터였고 심한 훅이 나곤 했던 것이다.
헤리가 가세한 씨멘 엔터프라이즈의 사업은 그런대로 잘 굴러 갔다. 아직은 백인들의 영역을 침범 하지 않는 적당한 선에서 머물고 있기 때문인지도 몰랐다.
헤리는 당분간 손목에 기브스를 하고 다녀야 했다. 신중하고 과묵한 헤리는 회사 안 살림에 적격이었다. 다행히 사무는 오른손으로 보는 일이기에 큰 불편은 없었다.
헤리의 가세는 상미라는 또 다른 보배의 가세를 의미 하기도 했다. 디자이너인 상미가 자주 사무실에 놀러 오면서 빌리네 사업이 더 커질 수 있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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