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엽 (전 KBS 국장 PD)
18번홀 145야드 파3. 6번 아이언으로 온그린한 나의 공
“다음 라운딩엔 숙제 잘하고 페어웨이와 그린으로만 공을 보내자.”
여러분들 골프의 단점이 무엇인지 아시는가? 바로 너무 재밌다는 것이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시즌 오픈. 나의 홈 필드, 오버펙코스에서 올해 첫 라운딩을 했다. 지난 월요일은 버겐카운티 골프코스가 동면을 마치고 시즌 오픈 하는 날이었다. 그런데 하늘도 무심하지…. 명색이 봄인데 하루종일 눈보라가 몰아쳐 봄은 아직 아득한 듯 했다. 눈보라에 이어 강풍까지 몰아쳤고 체감온도는 낮에도 영하. 라운딩은 아직은 먼 얘기인듯 했다. 그러나 바람은 골프코스 컨디션엔 플러스다.
일단 비예보가 없어 금요일에 라운딩을 잡았다. 예보대로 바람이 잦아지면서 목요일 오후부터 완연한 봄날씨로 바뀌었다. 드디어 금요일, 티타임 12시40분.
간단히 점심을 먹고 봄처녀 나물캐러 가는 마음으로 나의 홈필드, 오버펙으로 향했다.작년 8월초 갑작스런 한국행 이후 처음이니 반년도 넘었다. 코스로 들어서니 여기저기 버겐카운티의 부지런하고 열혈 골퍼님들은 벌써 골프 삼매경에 빠진 모습을 보니 반가웠다. 물론 대부분 우리 한인 동포들이다.
서울서는 허름한 차림의 사람에게 “골프를 치신다구요?” “일요일엔 교회도 나가면서…” “아, 재미 동포시군요.” 한다는 재밌는 말이 있다.
퍼팅연습장너머 멀리 1번홀 티박스에서 골퍼들이 출발 준비를 하고 있다. 그러나 조금은 달라진 모습을 기대했으나 너무 그대로다. 예전에 클럽하우스가 있던 자리는 여전히 펜스가 쳐진채 공사를 다시 시작할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
<예전 클럽하우스 자리 와 벌써 수년째 클럽하우스로 사용하고 있는 컨테이너로 만든 임시 클럽하우스. 임시 화장실만 컬러가 달라졌다.>
또 하나 달라진 것은 골프장 이용료다. 클럽하우스안에 새로운 요금표를 부착해 놓았다.
내가 속한 시니어를 기준으로 주중에 2불이 올랐고, 트와일라잇은 4불이 올랐다. 성인요금도 3,4불 오른 것 같다. 아침 7시부터 오후3시까지 10분단위로 팀수를 계산하면 대략 50팀이다. 1인당 2~4불이 올랐으니 1팀당 대략 10불이 올랐고, 50팀이면 하루 500불, 한 달 20일만 잡아도 10000불이고, 12월까지 1년이면 대략 10만불이다.
ID카드 리뉴얼피도 시니어기준 25불에서 35불로 10불이 인상됐다. 버겐카운티에 6개의 코스가 있으니 추가 수익이 상당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 추가 수익은 어디에 쓰여질 것인가?
버겐카운티 홈페이지에는 왜 인상했고, 어디에 쓸 것인 지에 대한 이야기는 없다. 인플레이션이라고 너도 나도 인상하는 것은 안된다. 공공재인 만큼 명확한 이유를 밝혀줬으면 좋겠다. 비용이 올랐으니 관리나 서비스도 개선 되길 기대한다.
먼저 시스템이 아직 안정되지 않아서 그렇다고 하는데 티타임을 확인하고 비용을 지불하는데 너무 시간이 걸렸다. 시간이 지나면 일처리와 이용자에 대한 근무자세도 개선되리라 믿어 본다.
그리고 골프코스로서 최소한의 편의시설은 갖춰주기 바란다. 음수대는커녕 코스에 아직 물이 많아 한 홀만 치면 공이 흙범벅이 되는데 공을 닦을 시설은 몇 년째 물이 없이 방치되어 있다.
겨우 있는 것이라곤 오물이 묻은 골프화 바닥을 문질러 터는 브러시 뿐인데 오래되어서 썩 개운치는 않다.
최소한 라운딩이 끝나고 먼지를 털 수 있는 에어건이나 카트를 정리할 수 있는 먼지털이개 정도는 마련 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무엇보다 코스에 즐비한 거위들의 배설물엔 대책이 시급하다. 페어웨이를 제외하면 배설물이 없는 곳이 없다. 아래 사진은 그래도 심하지 않은 곳을 찍은 것이다.
14번홀 티박스근처는 너무 많아서 그야말로 발디딜 틈이 없다. 이같은 상황이 수 년째 계속되는데 정녕 아무런 대책없이 뒷짐만 지고 있을 것인가 묻고 싶다. 해저드주변이나 으슥한 곳에 널려있는 다른 오물과 쓰레기들도 정기적으로 치워야 하지 않을까 싶은데 몇 년째 그대로다. 골프를 처음 배웠을때 G는 그린 , O는 산소, L 은 럭셔리 F는 친구 라고 들었는데 이곳의 퍼블릭 코스는 L을 그냥 우리네 일상 라이프로 해야 할듯 하다.
그래도 첫 라운딩은 즐거웠다. 50도가 넘는 포근한 날씨 속에 골프버디 A와 두명의 동반자, 70대의 선배님 한 분 그리고 젊은 동포 후배님과 18홀을 즐겁게 돌았다.
4번홀에서 티샷을 하는 친구 A (위 사진)
올해 첫 파는 6번홀에서 기록했다. 6번홀은 비교적 짧은 파5다. 두번째 샷이 해저드만 잘 넘기면 버디까지 노려볼 수 있는데. 4온에 1퍼트. 그리고 9번홀에서 두번 째, 11번홀에서 세 번째 파를 했다.
모두 파 온을 못하고 그린입구에서 어프로치로 붙여서 한 파다. 노즈로도 한번 할뻔 했다. 노즈로가 뭔지는 아내분 몰래 찾아 보시라.
13번홀에서 노익장 70대 선배님이 벙커에서 두번째 샷이 온그린하고 먼거리 버디퍼트 성공!!! 천선배, 첫 버디 축하합니다.
이제 17번홀 파5인데 두번째 샷까지 잘왔다. 그런데 3번째가 어프로치가 이번에도 짧아서 4온에 2퍼트로 보기. 그나마 오버펙의 그린 컨디션은 그런대로 괜찮아서 다행이다.
위사진은 호색한 처럼 노즈로 버디 할 뻔한 7번 파 5홀 그린.
마지막 18번홀 파3. 버디 찬스. 그런데 거리가 있어 아깝게 파로 마무리. 오늘은 파만 4개다. 오늘의 위안은 공 하나로 18홀을 다 돌았다. 해저드에 빠지지도 않았고 아웃오브 바운스 되지도 않았다.
구력 40년 이라는 A는 오늘도 골프공 회사를 먹여 살렸다. 아는가. 에버리지 60대 골퍼는 나라를 먹여 살리고, 70대 골퍼는 가족을 먹여 살리고, 80대는 골프장을, 90대는 친구들을… 그리고 100대 골퍼는 골프공 회사를 먹여 살린다는 일리있는 조크를…
다시 확인한 숙제. 비거리와 퍼팅이다.
그리고 다음 라운딩엔 숙제 잘하고 페어웨이와 그린으로만 공을 보내자.
잊지 말자. 골프샷의 3 C. Concentration, (집중) Consistency (일관성) Confidence (자신감)
(3/19 태엽)
최태엽(오른쪽)과 그의 친구 A. 최태엽은 1958년 군산에서 태어나 전주고, 연세대 정외과를 거쳐 KBS에 입사, 국장 PD 까지 올라 인기작 “생노병사의 비밀”을 오랫동안 감독했다. 2020년 도미, 포트리에 살고 있으며 갑장 친구 A의 간청에 따라 하이 뉴욕 코리아에 글을 쓰고 있다. 주로 스포츠쪽을. (영심히 많이 쓰시오 최감독! )
여름이면 만나게 될 그리운 오버펙 푸른 전경. 6번홀과 7번홀 사이로 여겨진다. 아님 1 번홀과 10번 홀 사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