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분석 “죽고살기식 경쟁…두려움과 분노로 가득 차”
전문가들 “이번 선거, 누굴 심판할지에 관한 것”
한국의 총선은 표면적으로 국회 의석 300석 중 더 많은 의석을 차지하는 데 목적이 있지만, 이번 선거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그의 최대 라이벌인 야당 지도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양보 없는 기 싸움을 전개하고 있다며 ‘검투사 정치’가 횡행한다고 미국 유력 언론인 뉴욕타임스(NYT)가 7일 보도했다.
NYT는 윤 대통령과 이 대표 모두 국민에게 큰 인기를 얻지 못한다면서 두 지도자 간 ‘죽고 살기 식 경쟁(do-or-die rivalry)’은 한국의 선거를 두려움과 분노로 가득 차게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신문은 “글로벌 무대에서 한국은 자동차, 스마트폰, K-팝, K-드라마를 수출하는 역동적인 국가로 평가받지만, 국내에서 경기 둔화와 경제 불평등, 부동산 문제 등으로 유권자들은 불만이 많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유권자들은 총선에서 개인 후보가 아닌 정당이나 지도자를 보고 투표하는 경향이 있고, 이번 총선에서 유권자의 약 20%는 윤 대통령과 이 대표 모두 심판받기를 바라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이 신문과의 회견에서 조영호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한국의 정치는 오랫동안 복수와 적개심이 지배해왔고 이번 선거는 복수심을 품은 검투사들 간 대결로 변질됐다”며 “5년 단임제 대통령제를 선택한 한국 정치 여건에서 정치 보복 악순환은 문제로 지적돼 왔다”고 분석했다.
NYT는 이번 선거에서 거대 양당이 의회 다수당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면서 대중 인지도가 낮은 소수 정당도 한 석을 얻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고 선거 분위기를 전했다. 신문은 이재명 대표가 이끄는 더불어민주당은 이른바 정권 심판론을 전면에 내세웠다면서 야당이 선거에서 승리하면 윤석열 정권이 조기 레임덕 빠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많은 전문가는 총선 이후 한국의 정치 양극화가 심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조영호 교수는 “(한국) 정치는 앞으로도 상대방을 죽이려는 쪽과 살아남으려는 쪽의 싸움이 지배할 것”이라며 “민생, 경제, 저출산, 복지 등 국민이 관심을 두는 문제는 뒷전으로 밀릴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