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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의 영웅’ 줄리아니 시장은 어쩌다 괴물이 됐나

 또 법적 구설수에,    심한 폭행이라더니 가볍게 등을 두드린 것에 불과

 

지난달 하순 뉴욕 예비 선거 기간 중 발생한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 시장의 폭행 사건 과 관련한 영상이 전격 공개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줄리아니 전 시장이 자신이 선거 기간중 심각한 폭행 피해를 당했다고 신고하며, 가해 남성이 체포 까지 됐는데 공개된 영상에는, 가해 남성의 줄리아니 전 시장의 등을 가볍게 두드리는 장면이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에릭 애덤스 뉴욕 시장은 브리핑을 통해, 거짓 범죄 신고 역시 범죄라며, 줄리아니 전 시장 폭행 사건 관련, 철저한 진상 규명을 약속하고 나섰다. 에릭 애덤스 뉴욕시장이 직접나서 그의 허위신고에 대해 철처히 진상 규명에 착수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나선것이다. 애덤스 시장은 허위로 폭행신고를 하는 것 역시 범죄에 해당한다며, 스테튼 아일랜드의 슈퍼마켓 샵 라이트 에서 폭행을 당했다고 신고한 줄리아니 전 시장을 비난한 것이다. 줄리아니가 다시 구설에 오르,며 곤경에 처한것이다.

한때 뉴욕의 영웅에서 ‘괴물’ 도널드 트럼프의 충복 혹은 골피덩어리로 알려져 있는 줄리아니 전 뉴욕 시장은, 선거 전날인 지난 26일, 뉴욕주 예비선거에, 공화당 뉴욕주 주지사 후보로 출마한 아들, 앤드류 줄리아니 선거 운동을 위해 스테튼 아일랜드에 위치한 샵라이트 매장을 방문했다. 줄리아니는 현장에서 매장 남성 직원이 자신의 등과 머리를 내려친 뒤 욕설을 이어갔다며, 만일 폭행으로 인해 자신이 넘어지기라도 했다면 그자리에서 죽었을 수 있다며, 가해남성 직원을 신고하고 엄중한 처벌을 요구했다.
현장 신고 직후, 뉴욕시경은 가해남성을 2급 폭행 혐의로 체포했고, 줄리아니 전 시장은, 맞은 등 부위에 통증이 심하고 부었다며 영구적 장애발생 가능성에 대한 검진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가해 직원은, 줄리아니 전 시장을 향해, ‘너희 때문에 수많은 여성들이 죽게생겼다며’ 로대웨이드 판결을 뒤집은 대법원의 결정을 비판한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해당 사건 영상이 공개된 뒤, 분위기가 반전되기 시작했습니다. 매장 내 CCTV를 통해 촬영된 영상에는, 가해직원이 줄리아니 전 시장의 등을 가볍게 툭 치고 지나가는 모습이 담겨있었다. 가해자로 지목된 39세 슈퍼마켓 직원, 대니엘 길(Daniel Gill)은 2급 폭행죄로 체포됐지만, 이후 3급 폭행, 위협 및 괴롭힘 등의 경범죄로 하향조정됐다. 가해자로 지목된 남성의 변호인은 가해 남성은 해당 매장에서 4년간 근무해온 인물로, 증거영상에서 볼 수 있듯이 폭행하려는 의도가 전혀 없었으며, 이는 폭행이 아닌 등을 두드리는 정도의 신체접촉이었을 뿐이라고 항변했다.
애덤스 시장은, 증거영상이 없었다면, 가해 남성은 심각한 폭행을 저지른 죄인이 될 수 있었다며, 이번 허위 범죄신고와 관련해, 키샨트 스웰 뉴욕시경 국장과 진지하게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샵 라잇 매장은 신속히 성명을 내고, 그 어떤 경우에도 폭행을 용납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검사 출신인 줄리아니 전 시장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로 지난 2020년 대선 결과를 뒤집기 위해 경합주에서 50건이 넘는 소송을 제기했지만 모두 패소한 바 있다.

그는 어쩌다 괴물이 됐나

루디 줄리아니는 과거 당적을 초월해 ‘뉴욕의 영웅’으로 칭송받았다. 1980년대 뉴욕 남부 연방검찰청 소속 연방검사로 이른바 ‘범죄와의 전쟁’을 진두 지휘하며 첫 명성을 얻었다. 그 자신이 이탈리아 이민자의 후손으로서 뉴욕 5대 마피아 패밀리를 소탕하는 데 성공하면서 이름을 떨쳤다.
이때 얻은 명성을 바탕으로 1993년 뉴욕시장에 출마해 당선에 성공했다. 민주당 텃밭인 뉴욕에서 공화당 소속으로 출마해 이뤄낸 성과였다. 시장이 된 후 줄리아니는 뉴욕의 치안을 크게 안정시켰다. 낙서, 유리창 파손 등 경미한 범죄를 방치하면 더 큰 범죄로 이어진다는 ‘깨진 유리창 이론’에 따라 환경을 정비하고 치안을 강화해 성과를 거뒀다. 줄리아니 임기 동안 뉴욕의 범죄율은 획기적으로 낮아졌다.
임기 마지막 해인 2001년은 줄리아니 경력의 정점이었다. 9·11 테러라는 사상초유의 위기가 발생했지만 단호하고 용기있는 대응으로 찬사를 이끌어냈다. 전립선암 투병 중이었지만 아픈 몸을 이끌고 현장으로 나가 사태 수습을 진두지휘하는 모범을 보였다. 뉴욕의 시장에서 ‘미국의 시장’으로 자리매김하는 순간이었다.
그해 10월 유엔 연사로 초청된 자리에서 “뉴욕 시민들은 강하고 회복력이 있다. 우리는 단합돼 있고 테러에 무릎 꿇지 않는다. 공포가 우리 결정을 좌지우지하게끔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자유 속에 살기를 선택했다”고 강조했다. 테러 발생 6주 후 뉴욕 시민들을 대상으로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그의 지지율은 79%에 달했다. 시사 주간지 타임은 그해 말 줄리아니를 ‘올해의 인물’로 선정했다.

9·11이라는 굴레 그리고 트럼프

한때 치유와 재건의 상징으로 불렸던 줄리아니였지만 영광의 기억은 역설적으로 그를 밑바닥으로 추락시켰다. 2004년 대선에서 조지 W 부시를 물심양면으로 지원했던 그는 2008년 대선에서는 직접 선수로 뛰기로 결심하고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에 도전했다. 하지만 고(故) 존 매케인 공화당 상원의원에 밀려 조기 사퇴했다. 그가 확보한 대의원은 단 1명이었다.
경선 실패는 줄리아니에게 360만달러라는 막대한 빚을 남겼다. 하지만 빚보다 뼈아픈 건 그에 대한 대중의 인식이 변해버렸다는 사실이었다. 유권자들의 관심사는 이제 더 이상 테러와 안보가 아닌 경제였지만 그는 9·11 망령에 사로잡혀 이를 외면했다. 당시 민주당 경선에 참여했던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은 줄리아니를 겨냥해 “그가 한 문장 안에서 말할 수 있는 건 오직 세 가지 뿐이다. 명사, 동사, 그리고 9·11”이라고 비꼬았다. 과거에 얽매인 구닥다리 정치인 이미지를 갖게된 것이다. 줄리아니는 이때의 모욕감을 결코 잊지 않았다고 영국 가디언은 전했다.
2016년 대선을 앞두고 공화당 주류가 트럼프를 무시하며 외면할 때 줄리아니는 유력인사 중 누구보다 발빠르게 트럼프 지지를 선언했다. 트럼프와 정치 성향이 같지는 않았지만 뉴욕 연고를 바탕으로 서로의 이권을 챙겨주는 등 오랜 친분을 유지해왔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자유도시 뉴욕의 공화당 중도파 시장이 대안우파 진영의 투견으로 거듭나는 순간이었다.
공식 직함은 없었지만 당시 줄리아니는 인종주의, 세금탈루 등 온갖 트럼프의 결함들을 지워주고 편들어주는 역할을 했다. 자신이 저지른 성폭행을 과시하는 트럼프의 음성 녹취록이 폭로됐을 때조차 가장 앞장서 변호했다. 트럼프 캠프의 수석전략가였던 스티브 배넌은 줄리아니를 대체불가능한 존재로 묘사하며 “우리가 승리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줄리아니가 매일 24시간 내내 그곳에 있었기 때문”이라고 회고했다.
WP는 “줄리아니는 과거 자신에 대한 과대광고에 영원히 인질로 붙잡혀 사는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자신을 미국의 시장이라고 믿으며 애국주의 신화 속에 사는 남자와 ‘법과 질서’를 주창하는 트럼프는 이질적인 존재가 아니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취임 후 첫 국무장관으로 거론됐지만 줄리아니는 입각하지 않고 그림자로 남았다. 대신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변호사라는 이름 아래 미국 외교의 ‘비선 실세’로 활동하며 대외정책을 주물렀다.
트럼프 대통령을 탄핵 위기로 내몰았던 ‘우크라이나 스캔들’ 정국 때는 사건의 몸통으로 지목됐다. 민주당 유력 대선후보 주자였던 바이든을 흠집내기 위해 그가 부통령이던 시절 차남 헌터 바이든이 다니던 우크라이나 에너지기업 부리스마에 대한 부패 수사를 무마시켰다는 의혹을 재수사하도록 우크라이나 정부를 압박했다. 군사지원 중단을 빌미로 우크라이나 측을 위협했다.
정치적 이익을 위해 외세를 국내정치에 끌어들였다는 비판이 줄리아니에게 쏟아졌다. 무리한 전횡으로 트럼프의 방어막에서 약점이 되어버린 것이다.
줄리아니가 지난번 대선불복 소송 수임료로 하루 2만달러(약 2200만원)을 요구했다는 보도도 나온다. 워싱턴과 뉴욕의 변호사 최고 수임료가 하루 1만5000달러 수준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큰 금액이다. 거액의 수임료 때문에 줄리아니가 승산이 없는 것을 알고도 소송전을 추진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바 있고 이때문에 트럼프 와도 사이가 틀어졌다고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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