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동일 작
/ 그러고 보니 아까 카지노에서 게임을 할 때 차이니스 갱 스타일의 청년들이 그녀에게 아는 체를 하고 지나곤 했던 기억이 났다.그들의 태도는 꽤 정중 했다. 그럴때 마다 카니는 귀찮다는 표정으로 마지못해 인사를 받거나 아예 무시하곤 했었다.
“그런들 그게 나하고 무슨 상관이냐? 내가 뭐 저여자를 어떻게 할것도 아니고…”
“네가 어떻게 한다는게 아니라 저여자가 너를 잡아먹으려 들테니 그게 걱정이지…”
“그런들 뭐 내가 또 저여자 보겠냐? 오늘 뿐인데…”/
윌리가 1천 달러 짜리 칩 두 개를 딜러에게 팁으로 던지면서 캐쉬 아웃 할 수 있냐고 물었다. 딜러는 뒤쪽 메니저를 쳐다 봤다. 메니저가 윤호에게 다가와 지금 카지노를 떠나려 하냐고 물어왔다. 그러면서 현찰로 바꿔 가려면 30퍼센트의 세금을 떼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었다. 그렇지 않다면 더 큰칩으로 바꿔 주겠다고 했다. 윌리도 들은 바 있는 얘기 였다. 카지노 업계에서는 원칙상 얼마를 잃었건 그것은 상관치 않고 칩을 현찰로 바꿀 때면 한 번에 6백달러 이상일 때는 세금보고를 하게 돼 있었다. 참 불합리한 법규였다. 그러나 원칙상 그렇게 돼 있을 뿐이고 실제로는 몇천불 까지는 아무말 없이 바꿔 주는 데 이번 경우는 액수가 크다보니 그렇게 해야 하는 모양이었다.
윌리는 일단 큰 칩으로 바꾸자고 했다.그러자 메니저는 빙긋이 웃으며 잠시 기다리라고 했다. 메니저는 황금색으로 번쩍이는 1만불짜리 칩 스무개를 가져 왔다.
“미스터 쳉, 오늘 다른곳에 방이 예약 돼 있습니까?”
메니저가 물어어왔다. 잔뜩 정중하고 친절한 어투 였다. 그는 윌리가 아까 적어낸 게스트 카드의 이름을 기억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카지노 호텔 서는 고객을 확보 하려는지 웬만큼 게임에 참여하면 게스트 카드를 적어내라고 권유하곤 했다.
윌리가 그럴 계획 아직 없다고 하자 메니저는 봉투 한 장을 안주머니에서 꺼내 건냈다.
자신 호텔 스위트룸 열쇠와 스카이 라운지 레스토랑 이용권이라고 했다. 봉투에는 플라스틱 카드로 되어 있는 방 키와 식권인 듯한 티켓과 그리고 쇼 티켓 몇장이 들어 있었다. 윌리는 그 봉투를 받아 들고 메니저에게도 팁을 주려 했지만 규칙이라면서 극구 사양했다. 큰돈을 딴 손님들을 집에 돌아 가지 못하도록 별 서비스를 다 한다는 애기를 윌리도 들은 적이 있었다. 이것이 바로 그런 것이구나 싶었다.
윌리가 자리에서 일어서려 하자 카니가 못내 섭섭한 표정이었다.
“왜 한참 행운이 찾아 오는데 일어서려고?”
카니가 영어로 물어왔다.
“잠시 쉬었다 하려고…”
“그럼 나도 쉬었다 하겠어.”
카니도 냉큼 자신의 칩을 큰 칩으로 바꿔 달라고 했다. 그녀도 골드칩 두 개와 블랙칩 몇 개를 손에 들고 함께 자리에서 일어 났다. 그러나 그녀에게는 메니저가 호텔룸을 권하지 않았다.
어느틈에 와 있었는지 카니의 친구도 구경꾼 틈에 끼어 있었기에 윌리는 윤호와 그녀들 두사람과 함께 카지노 플로어를 휘적 휘적 가로 질러 걸었다. 뒤통수에 꽂히는 딜러며 구경꾼들의 눈길이 의식 됐지만 애써 자연스러운 태도를 보여야 했다.
“윌리, 저쪽 스텐드 바로 가자.”
윤호가 뒤에서 작은 소리로 말했다.
윌리는 카니에게 웃음을 지어 보이며 윤호가 말하는 바 쪽으로 걸었다.
다행히 바에는 의자 네 개가 놓여 있는 원탁 테이블 하나가 비어 있었다.
“야, 공돈 벌기 참 힘들구나.”
윌리가 자켓 주머니에 가득찬 골드칩을 두들기면서 앞자리에 앉는 윤호에게 우리말로 말했다.
“이돈은 반은 여기 카니가 따게 해준거나 다름없지”
윌리가 카니를 쳐다보면서 영어로 다시 말했다.
“그렇더군, 그런데 그렇게 크게 따면 내가 곤란해져.”
윤호가 눈으로는 카니와 그 친구를 쳐다보며 미소를 띤 채 말했지만 어투에는 긴장감이 감돌고 있었다.
“왜?”
“여기 애들 한테 내가 의심받잖아. 뒤에서 크게 조종 이라도 한 줄 안다고.”
“그래? 별걱정을 다한다. 사실이 그렇지 않은데 뭐…”
“그래도 이 세계가 그렇게 만만한 데가 아니야.”
“그래? 그럼 어떻게해. 일부러 잃어줘?”
“미쳤냐? 빨리 돈 바꿔서 집에 가버리던지, 딴데로 옮겨야지, 아무래도 난 오늘 빠져야 겠다.”
윤호가 다시 카니와 그 친구를 쳐다보며 말했다.
“야 무슨 소리야? 난 너 보러 왔는데…”
그때 웨이트레스가 주문을 받으러 왔다. 여간해서 주문을 받으러 오는 법이 없는 바였다.
“벌써 니 동태 쫘악 파악 하고 있는가 본데…”
윤호가 주위를 훑어 보며 말했다.
“그래? 야, 20만불 갖고 이 큰 카지노가 뭐 그리 난리냐?”
“이무튼 이제 일은 끝났어.이쪽 애들이 나까지 파악 했을 테니까… 한잔 마시고 밥이나 먹으러 가자.”
네사람은 각자 드링크를 주문했다. 윌리와 윤호 두사람이 계속 한국말로 이야기 하는 것에 카니가 기분나빠 할 만도 했지만 워낙 흥분돼 있다는 사실을 이해 하는지 그런 내색이 없이 계속 그윽한 눈으로 윌리를 쳐다보고 있었다.
잭다니엘 잔을 입으로 가져 가면서 윌리는 카니에게 윤호가 옆 카지노의 딜러로 일하고 있다는 애기를 해줬다. 그제서야 네사람이 정식으로 인사를 나눴다. 카니는 자신이 뉴욕에 살고 있다는 얘기만 했고 무슨일을 하는지는 얘기 하지 않았다. 홍콩에서 카니를 찾아 놀러 왔다는 그녀의 동생뻘인 스텔라도 영어를 곧잘 했다.
네사람의 화제는 자연 카지노와 도박에 관한 것일 수밖에 없었다. 카니는 몇차례 카지노에 오기는 했었지만 오늘처럼 재미있게 게임에 몰두 해본 적이 없었다고 계속 신나 했다.
윤호는 윌리와 카니가 오늘 억세게 운이 좋았다고 말했다. 자신이 뒤에서 볼 때 도저히 말도 안되는 배팅을 했는데도 운이 따랐기에 돈을 땄다는 것이었다. 블랙잭은 카드를 읽는 것도 중요 하지만 어떻게 배팅을 하느냐가 더 중요 하다는 얘기였다.
“마지막 슈에서 말이야, 칼라가 그렇게 빠져 나갔는데 거기서 더블링을 하는 사람이 어딨냐? 그것도 맥시멈 배팅에서…”
“그래? 그땐 않하는 거야?”
“그럼 더구나 앵커하고 세컨 앵커가.”
“그러고 보니 그렇구나,하긴 계속 카드를 빼야 됐었구나…”
“그러니까 다른 사람 다 죽었구, 다음 슈에도 패가 않좋았잖아?”
“그렇구나.”
윌리는 글라스를 다시 입에 가져 가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튼 후꾼 해져 있는 뱃속이 짜릿 해 지는게 잭다니엘 맛이 유별 났다.
카니도 그랬는지 자신의 잔을 비우곤 얼음소리를 달그락 거리고 있었다. 윌리를 쳐다 보는 카니의 눈이 더욱 빛나고 있었다.
“배들 안고파? 하긴 안먹어도 잔뜩 배부를 테지…”
윤호가 윌리와 카니를 번갈아 쳐다보면서 물었다.
“네가 배고프겠구나? 몇시간 일 한거야? 피곤하겠다.”
“10시간쯤이야, 오늘은 괞찬은데, 그저께 야간 쉬프트 였기 때문에…”
네사람은 스카이 라운지 식당으로 자리를 옮기기로 하고 자리에서 일어 섰다.
엘리베이터로 가면서 윤호는 마주치는 몇사람에게 아는 체를 했다.평소보다 더 떠벌이는 투가 역력했다.
어차피 자신이 윌리와 함께 있다는 것이 이곳 카지노 보안요원들에게 알려 졌을 테니 더 조심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었다. 그럴수록 더 의심을 받게 된다는 것이었다. 윤호는 만약 윌리가 오늘 그냥 돈을 갖고 집으로 가게 된다면 자신이 내일 여기 애들한테 불려 와 닥달을 당하게 될것이 뻔 하다고 했다.
어디사는 누구냐? 어떤 관계냐? 혹시 서로 이상한 짓 하지 않았냐? 왜 그냥 가게 했느냐? 또 오게 하라 등등.
“난 이런일이 처음이고 워낙 네가 운이 좋았다는 걸 이쪽에서도 알테니까 큰일이야 없겠지만 이런일 때문에 딜러들 많이 당해.”
엘리베이터 안에서 윤호가 해준 말이었다.
스카이 라운지에 들어서면서부터 네사람은 칙사 대접을 받았다. 웨이터 장이 직접 나서 마음에 드는 테이블을 고르라고 했고 최고급 와인을 내왔다.
윤호의 일이 다소 마음에 걸리기는 했지만 윌리는 한껏 기분이 좋아져 유쾌하게 테이블을 리드 했다.
음식이 날라져 왔고 네사람은 게속 웃으며 마시며 유쾌한 시간을 가졌다. 와인 잔을 비우는 횟수가 거듭 되면서 카니가 윌리를 대하는 태도가 점점 더 대담해졌다. 윌리의 옆에 앉은 그녀는 짧은 스커트가 더 걷어 올려지게 되는 다리를 꼬는 자세를 취해 검은 스타킹에 휩쌓인 자신의 허벅지를 노출 시키곤 했고, 윌리의 이야기를 들으면서는 윌리의 허벅지에 손을 얹곤해서 그를 깜짝깜짝 놀라게 하곤 했다. 그러나 그녀의 그런태도가 너무도 자연스러워 윌리는 들어 내놓고 내색 할 수 없었다.
무슨 이야기 끝에 윌리가 한다하는 법률회사 소속의 변호사이며 아직 싱글이라는 얘기가 윤호의 입을 통해 나온 뒤에는 그 태도가 더 노골적이었다.
테이블 밑으로 다리를 밀착해 왔고 허벅지를 누르던 손이 더 위쪽으로 옮기려 까지 했다.
카니는 윌리보다 두 살 많은 설흔 한살 이라고 하면서 빌리가 너무 귀엽다고 했다. 그녀는 17살에 홍콩에서 미국에 건너 왔고 뉴욕 차이나 타운에서 작은 비지니스를 가지고 있다고만 했을 뿐 자신의 신상에 대해 더 이상 얘기하지 않았다.
윤호는 카니가 어딘지 낯이 익다고 했다. 자신의 카지노에서 몇번 본적이 있다고 했다. 카니도 부정 하지는 않았다. 친구들과 어울려 윤호의 카지노에도 간적이 있다는 것이었다. 윤호가 그 친구들이 나이든 중년 신사들 아니냐고 했더니 씩 웃기만 했다.
스텔라는 어딘지 모자라는 구석이 있는 처녀였다. 그녀는 잘생긴 윤호의 모습에 반했는지 멍하니 윤호의 얼굴을 쳐다보다 무슨 말을 물어 보면 그때 화들짝 놀라 엉뚱한 대답을 하곤 했다.
카니와 스텔라가 함께 화장실에라도 가려는지 자리에서 잠깐 일어 섰을 때 윤호가 윌리를 쳐다보며 말했다.
“윌리 너 조심해야겠다.”
“뭘?”
“카니가 널 보는 눈이 금방이라도 꿀꺽 삼킬 것 같은데…”
“짜식, 별소리를 다하네 내가 음식이냐?”
“아무튼 가만히 생각해 보니까 차이니스 갱단 하고 관계있는 여자야. 우리 업장에 와서도 두목급 되는 사람들하고 비아피룸에만 있었던 것 같은데…”
그러고 보니 아까 카지노에서 게임을 할 때 차이니스 갱 스타일의 청년들이 그녀에게 아는 체를 하고 지나곤 했던 기억이 났다.그들의 태도는 꽤 정중 했다. 그럴때 마다 카니는 귀찮다는 표정으로 마지못해 인사를 받거나 아예 무시하곤 했었다.
“그런들 그게 나하고 무슨 상관이냐? 내가 뭐 저여자를 어떻게 할것도 아니고…”
“네가 어떻게 한다는게 아니라 저여자가 너를 잡아먹으려 들테니 그게 걱정이지…”
“그런들 뭐 내가 또 저여자 보겠냐? 오늘 뿐인데…”
말을 하다보니 오늘이라면 카니의 유혹에 못이기는체 넘어가도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었다.
문득 승혜 생각이 또 났지만 이제는 아련한 추억일 뿐이라는 생각에 윌리는 자신도 모르게 주먹이 쥐어졌다.
첫사랑에 성공한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스스로 에게 되물어 보면서 자신을 다지곤 했지만 승혜 생각이 나면 가슴 한구석이 텅 빈것 같은 아련함이 드는 까닭은 무엇이란 말인가.
놓친 열차는 아름답다고 승혜의 생각은 윌리의 잠재의식속에 도사리고 있다가 기회만 있으면 튀어 나오는 안개와 같은 것이었지만 그속에 파 뭍혀 살기에 당시의 윌리는 너무 젊었고 또, 일이 바빴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