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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콘사 RGM 영웅의 진격에서
연재소설

<장편 이민 현장소설> ‘영웅의 약속’ 연재 18회

안동일 작

 

“헤이 윌리, 행동거지 조심해야지, 그게 뭐야? 경찰이 회사에 까지 찾아오고… 뉴욕에 여자가 그렇게 없나? 차이나 타운 후커나 건들여 이 난리를 피우고…”
난리는 무슨 난리고 또 카니가 어디 창녀냐고 들이대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
문제는 회사 보다 푹칭파 두목인 제임스 흥에게 있었다. 제임스 흥은 그때까지 윌리와 카니의 관계를 몰랐던 모양이었다. 윌리에게 시비를 걸어온 마이클이란 녀석이 제깐에는 알아서 처리 하겠다고 나선 것이 긁어 부스럼을 만들었던 셈이다.
무기가 나온 두녀석은 기소가 된 모양이었고 그날 이후 윌리는 본격적인 협박에 시달려야 했다. 집 전화를 바꿨는데도 어떻게 알았는지 한밤중에 전화가 와서 죽여 버리겠다 유태인 뒷구멍이나 핧는 변호사놈 이라는등의 온갖 상소리를 들어야 했고, 며칠 아버지 집에 가 있었는데도 거기까지 녀석들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었다. 난감한 일이었다. 녀석들은 특별히 원하는게 없었다. 카니와 어떻게 해라 소리도 없이 다짜고짜 네 머리에는 총알이 안들어 갈 줄 아느냐? 뱃속에 칼이 안들어 갈 줄 아느냐는 식의 협박 이었다.
카니와는 어렵사리 전화 연락이 한번 됐다. 형사가 찾아 왔던 다음날 그녀로 부터 회사로 전화가 왔었다. 다른 말은 할 수 없었고 별일 없느냐 어디 다치지는 않았느냐는 안부를 먼저 물어야 했고 당분간 만나지 않는게 좋겠다는 이야기를 했을 뿐이다.카니는 윌리에게 계속 미안 하다고만 했지만 그녀의 목소리가 의외로 담담했고 밝았기에 별 일이 없다고 짐작할 밖에 도리가 없었다.
그러던 어느날 때아닌 가을 비가 몹씨 내리던 날이었다.
윌리는 복잡한 머리로 아파트 창을 통해 물안개가 오르는 허드슨 강을 내려다 보고 있었다. 자신의 인생이 어디로 가고 있는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회사에서 하는 일은 마냥 시덥지 않고 짜증 나는 일의 연속 이었고 혼자 길을 걸을 때면 어떤 녀석들이 달려 들지나 않을까 신경을 집중해야 했고 전화벨이 울리면 깜짝깜짝 놀라야 하는 날이 보름쯤 계속 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때 전화 벨이 울렸다. 받지 말고 응답기가 대답하도록 내버려 둘까 싶기도 했지만 받기로 했다.
수화기 속의 목소리는 뜻 밖에도 카니였다.
“나야 카니.”
“어디야?”
“바로 윌리네 집 아래.”
창밖을 내다 봤다. 창밖에는 비가 억수같이 내리고 있었다.
건너편 수퍼마켓 벽에 붙어 있는 공중전화에서 카니가 이쪽을 올려다 보고 있었다. 그녀는 비를 흠뻑 맞고 있었다.
“지금 추워 죽겠어.”
“알았어,내려갈께”
윌리는 다른 생각 않고 우산을 들고 내려갔다.
그녀는 윌리가 내려 갈때 까지 그자리에서 오들오들 떨고 있었다. 옷도 얇은 여름옷을 입고 있었다.
“무슨 짓이야? 미쳤어? 이 비가 오는데, 비 맞고 공중전화를 하는거야? 차는 어딨어?”
카니가 턱으로 저 쪽을 가르쳣다. 그녀의 은색 BMW가 저만큼에 주차돼 있었다. 그녀가 너무 떨고 있기에 윌리는 자신의 자켓을 카니에게 걸쳐 줘야 했다.
카니는 헨드폰으로 전화를 하면 기록이 남기 때문에 공중전화를 했다고 했지만 그건 비를 맞기 위한 적당한 핑게 같았다.기록 같은 것을 두려워 했다면 이시각 여기에 나타날리 만무였다. 그녀가 그런 것들을 크게 두려워 하지 않는 다는 것은 윌리도 짐작 하고 있었다.
마땅히 갈곳이 없었기에 집으로 그냥 올라 가기로 했다. 다음일은 나중의 문제 였다. 카니는 윌리가 바쳐 주는 우산 속에서 벗어 나지 않으려는듯 윌리의 팔을 꼭 잡고 바짝 붙어서 아무말 없이 걷기만 했다. 그녀는 계속 떨고 있었다.
“미안해.”
아파트에 들어서 타올을 던져 주자 카니가 입을 열었다.
그런 그녀의 표정이 너무도 안되 보여 윌리가 그녀 곁으로 다가가 다시 타올을 받아 들어 머리며 어깨를 닦았다. 얇은 옷으로 그녀의 곡선이 다 드러나 있었다.
카니가 매달리듯 윌리의 목을 끌어 안았다.
“더운 샤워를 하면 몸이 풀릴 텐데…”
윌리가 이렇게 말했지만 그녀는 듣지 않았다.
“샤워는 나중에.”
윌리의 목을 감고 있는 그녀의 손에 힘이 더 들어 갔다. 입술이 입술로 다가왔다.
윌리는 자신의 입술 뿐 아니라 옷이 젖고 있다고 느꼈다. 계속 떨고 있는 그녀의 몸이 온몸으로 느껴 졌다.
“나를 침대로 데려가 줘.”
윌리는 그녀를 번쩍 안아 침실로 갔다.
그녀를 침대위에 뉘우자 그녀는 젖은채로 시트위를 굴렀다.
“아 이 냄새…”
신음과도 같이 그녀가 중얼 거렸다.
시트 위에서 그녀의 젖은 옷을 벗겨 냈고 두사람은 뒤엉켰다.
카니는 파란 입술로 윌리를 탐했고 윌리는 그녀의 몸에 불을 지피면 그녀가 떨지 않을 것 같아 열심히 그녀의 발화지점들을 공략했다.
서서히 그녀의 몸이 더워 졌고 윌리에게도 그 열기가 전해 졌다. 두사람은 또 다시 더운 열락의 세계로 빠져 들어 갔다.
다음날 새벽 까지 비가 내리고 있었다. 언제나 처럼 윌리의 겨드랑이에 얼굴을 묻고 잠을 자던 카니가 부스럭 대는 바람에 윌리도 눈을 떴다. 새벽 6시 였다. 카니는 주섬주섬 옷을 입더니 윌리의 이마에 키스를 하고 나오지 말라면서 방을 나갔다. 다른 말은 없었다. 잠시후 새벽 공기를 가르며 아파트 단지를 내려 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윌리는 유리창을 통해 지켜 볼 수 있었다. 그녀의 구겨진 옷은 그녀의 뒷모습을 더욱 춥게 보이게 하고 있었다. 이윽고 그녀가 자신의 차가 주차 돼 있는 곳까지 갔을 때 윌리는 숨을 멈춰야 했다. 웬 청년 서넛이 그녀를 순식간에 둘러싸는 것이었다. 어젯밤부터 기다리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들에게 손짓까지 써가며 뭐라고 해대더니 카니는 차문을 쾅 닫고 차속으로 들어 갔고 곧 차가 출발 했다. 카니의 차를 따라가는 청년 들의 차에서 뿜어지는 흰 연기를 윌리는 멍한 시선으로 바라 봐야 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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