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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콘사 RGM '영웅의 진격'에서
연재소설

<장편 이민 현장소설> ‘영웅의 약속’ 연재 15회

안동일 작

/브루스는 웬일인지 윌리를 빌리라고 부르곤 했다.빌리도 윌리엄의 애칭이었기에 결례라거나 엉뚱한 짓은 아니었다. 카니를 사랑하느냐는 질문에 윌리는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망설여 졌다. 물론 목숨을 걸 만큼 사랑하는 것도 또 장래를 기약 할 수 있는 사이도 아니었지만 이정도 까지 된 마당에 그 여자에 대해서 나는 모르겠다, 그저 심심풀이 상대로 만났을 뿐이라고 말하기에는 자존심이랄까 자신의  신의가 허락 하지 않았다. 또 그러기에는 카니의 매력이 너무도 컸다./ 

이가영, 브루스 리는 생김새며 호탕함 이랄까, 그리고 떄때로 보여지는 섬세함에서 죽은 홍콩의 영화 배우 이소룡을 연상케 하는 사내였다. 이소룡의 영어 이름도 브루스 리 였다.
윌리가 유진의 소개로 브루스와 만난 것은 카니 문제가 어떻게 손써 볼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하게 꼬여 가던 무렵 이었다. 유진은 문제가 그렇게 복잡하게 된것에 자신의 책임이 얼마간 있다면서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섰고 이를테면 해결사로서 소개한 인물이 브루스 였다.
윌리와 브루스는 첫눈에 서로 통했다. 따지고 보니 첫 만남이 아니었다. 둘은 10년전에 한번 묘한 자리에서 만난 적이 있는 사이 였던 것이다. 아무튼 둘은 그날의 첫 눈길에 서로를 서로에게 던졌던 것이다. 사나이들의 우정은 첫 눈길에 가늠 된다고 했던가.
윌리가 그를 마주 한 곳은 윌리가 살고 있는 뉴저지 허드강변 아파트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허드슨 강변 야환식당이었다. 말하자면 브루스가 윌리를 찾아온 셈이었다.
윤호의 소개로 두사람은 악수를 나누면서 윌리는 그가 어딘가 낯이 익다고 느꼈다. 브루스도 그런 모양이었다. 그러나 정확히 기억 나지 않기에 고개를 갸웃 하며 자리에 앉았다.
“유진에게 얘기를 하도 많이 들어서 그런지 전혀 처음 만나는 것 같지 않은데…”
브루스가 자리에 앉아 윌리의 등을 툭 치면서 말했다.
“아니야 아니야 나도 자네 어디서 많이 본것 같은데…”
정종 몇잔이 오고 가면서 좌석의 분위기가 익숙해 졌을때 서로의 기억을 더듬듯 짚어 보았다. 그랬더니 둘은 정확히 16년전 윌리가 중학교 3학년때, 브루스가 고등학교 1학년때 케네디 하이스쿨 체육관에서 서로 맞붙었던 사이였던 것 아닌가. 맞 붙었다고 해서 싸움을 한것이 아니라 호신술 대회에서 대련을 했던 것 이었다. 그때 윌리는 베이사이드의 태권도장 소속이었고, 브루스는 부르클린의 다이치 도장에 다니고 있었다. 다이치는 도교의 전통 무술이었다. 큰 대회는 아니었고 뉴욕 시내의 호신술 도장 여나문 곳의 사범, 관장들이 아이들을 격려 하기 위해 급조했던, 이를테면 축제와 같은 마샬아트 시범 대회였다. 챔피언을 가려내는 대회가 아니라 각 도장의 소년들이 품새를 뽐내고 또 한두번씩의 대련을 하게 한 후 종합 점수로 시상을 했는데 윌리도 브루스도 모두 골드어워드를 받았다. 2백명 가까운 소년 소녀들이 참여 했는데 30명 정도가 골드 어워드를 받았었다.
그날 윌리가 단 한번 가졌던 대련이 바로 브루스와의 대련 이었다. 넉 다운이나 기권이 아니면 승패가 가려지지 않았는데 윌리가 생각할때 그날 자신이 큰 발차기 하나는 성공 시켰지만 잔매는 더 맞았기에 점수면에서 다소 지지 않았나 여기며 분해 했었다. 그랬는데 그 상대를 15년이 지나 만난것 아닌가. 둘은 너무도 반가워 다시 일어나 포옹을 했고 서로의 가슴을 가볍게 두들기고 애들처럼 주먹을 부딪혔다.
유진도 두사람이 그런 추억 어린 사이 라는 것에 너무도 기뻐했다. 유진은 브루스와는 학교에서 쫒겨나 건달로 지내던 무렵 부터 사귀게 됐는데 카지노에서 일하게 되면서 부쩍 친하게 된 사이라고 했었다. 유진은 그무렵 브루스로 부터 차이나 타운내의 사설 도박장 하나를 맡아 달라는 제안을 받고 있었다.
브루스가 윌리에게 내민 명함은 차이나 타운의 무슨 유한공사 대표,중국인 교민회를 일컫는 중화공소 청년부장이라는 그럴듯한 직함이 찍혀 있었지만 그가 차이나 타운의 대표적 갱 조직인 비룡파, 즉 플라잉 드라곤파의 중간 보스쯤으로 성장한 인물 이라는 것을 윌리는 윤호를 통해 듣고 있었다.
브루스는 자신의 턱을 만지면서 그때 윌리에게 맞았던 턱이 지금도 아프다고 엄살을 떨며 웃었다. 이렇게 사내들의 만남은 출발부터 화기로왔고 호신술 배웠던 시절의 추억으로 시작해 카지노 얘기로 흘러 가면서 좌석의 분위기는 무르익어 갔다. 브루스는 윌리의 사정을 윤호를 통해 자세히 들었을 테지만 그 문제에 대해서는 내색 하지 않았다. 당시 뉴욕이 시끌시끌 했던 중국 갱단과 베트남 갱단의 세력 다툼에 대한 얘기가 화제로 올라 왔고 자연 갱 조직에 관한 얘기가 계속 됐다.
브루스는 윌리를 쳐다보며 자네같은 모범생들은 이해하기 힘들 테지만 갱단 간의 다툼은 비지니스 경쟁이라고 말했다. 브루스는 자신들이 일종의 지역사회 서비스업을 하고 있다고 했다. 다른 유태인이나 이탈리안 조직, 때론 정부의 잘못된 법령등의 횡포에 맞서 소상인들을 보호하고 타운을 중심으로 한 중국인 지역사회의 질서를 확립해한다는 서비스업을 하는것 이라고 말했다. 그러기에 지역사회 주민들로 부터 신망을 받는 일이 가장 중요한 일이며 그 신망은 신의에서 출발한다고 말했다. 때문에 신의에 바탕을 두지 않고 목전의 이익에만 눈을 두고 설쳐대는 베트남 갱단 메콩 데블람파는 자신들에게 패배할 수 밖에 없다고 자신있게 말하는 것이었다.
윌리는 자신감 넘치는 그의 언변에서 중국인의 신의를 느낄 수 있었고 웬지 이 사내는 그런 신의와 의리에 대해 말할 자격이 있는 사내라는 생각이 들었다.
윌리는 법이란 것이 어차피 강자의 편에 서서 강제성을 띠는 강요된 약속이라는 것을 자신의 일을 통해 느끼고 있다는 다소 철학적인 얘기로 브루스의 주장에 동의를 표시했다.
실제 그의 마음이 당시 그러기도 했다. 짜증나는 법률회사의 격무 속에서 신변의 위협, 그것도 물리적이며 신체적인 위협이 시시각각 자신에게 다가오고 있던 시기, 윌리는 남자와 여자의 관계, 또 일부일처제, 남녀간의 사랑, 육체적 교섭, 그리고 남녀의 소유욕, 또 질투심 이런것들이 복잡하게 머리를 짓누르고 있었기에 평소의 의연함이랄까 냉철함을 다소 상실해야 했던 당시의 윌리가 자신의 진면목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는데도 브루스는 윌리에게 반해 있었다.
카니 얘기는 그들이 헤어질 무렵에나 되서야 간단하게 언급 됐다.
이가영은 확답 할 수는 없지만 자신이 한번 나서 보겠다고 했다.
브루스는 단도직입적으로 한마디를 물었다.
“자네 카니를 사랑하는가? 빌리,”
브루스는 웬일인지 윌리를 빌리라고 부르곤 했다.빌리도 윌리엄의 애칭이었기에 결례라거나 엉뚱한 짓은 아니었다. 카니를 사랑하느냐는 질문에 윌리는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망설여 졌다. 물론 목숨을 걸 만큼 사랑하는 것도 또 장래를 기약 할 수 있는 사이도 아니었지만 이정도 까지 된 마당에 그 여자에 대해서 나는 모르겠다, 그저 심심풀이로,육체적 교섭의 상대로 만났을 뿐이라고 말하기는 자존심이랄까 자신의  신의가 허락 하지 않았다. 또 그러기에는 카니의 매력이 너무도 컸다.

“글쎄 그렇게 자네가 단도직입적으로 물어 오니까 대답이 궁해 지는군, 하지만 그녀가 다치고 상처 받게되는 일은 원하지 않네.”
브루스는 빙그레 웃으며 알았다고만 했다.

그날 밤이 따지고 보면 윌리의 인생 항로를 바꾸게 한 엄청난 밤이 었다. 윤호를 찾아 아틀랜틱 시티로 갔던 날, 카지노에서 꽤 큰 돈을 땄던 날 밤. 대서양의 파도가 유난히 높았던 밤이었다. 철썩이는 파도 소리와 함께 그 밤의 역사는 시작 됐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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