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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

<장편소설> ‘조선여인 금원’ 연재 92회

 안 동일 지음

파국 그리고 시작

운현궁에서 자객이 들이 닥친다니 그게 무슨 말인가. 편지에 대비의 안위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었다. 둘이 함께 방으로 들어갔다.
“어서요 어머니”
초롱이 바랑을 찾아 들고 급히 행장을 꾸렸다. 일단 다른 식구들에게는 알리지 않기로 하고 함께 녹번정을 빠져 나왔다. 불가살이가 쳐다보고 있었는데 그 표정이 어째 처연하게 느껴졌다.
일단 가까운 해어화 동패의 홍제원 영화루로 가기로 했다. 동사가 있는 춘궁리로 가기에는 길이 멀었기 때문이다.
몇 가지 마음에 집히는 것이 있기는 했다.
얼마 전 부터 대비를 만날 수 없었다.
신왕이 즉위 한 후에는 장악원과 침선당에서 나왔기에 궁에 들어가려면 대비전에 미리 통기를 해서 출입패를 만들어 놔야 했다.
그런데 보름 전에는 대비의 몸이 불편하니 다음에 들어오라는 연락을 받았다. 걱정이 되어 초롱이를 통해 알아 봤는데 대비가 특별히 아프다는 징후는 없단다. 닷새 뒤에 다시 통기를 했더니 대비가 급한 일로 바쁘다는 전갈을 받았다. 전에 없던 일이었다.

금원을 따라 급히 걸음을 옮기고 있던 초롱이 뜻밖의 말을 했다.
“어머니 진천 이 선달님도 위험하신 모양인데 별일 없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게 무슨 말이냐? 이선달이 위험하다니.”
“주상궁님이 대비전 종사관 나리와 하는 말씀을 들었습니다. 제가 갔을 때 종사관이 대비 마마께 진천과 이선달님에 대해 자세히 고하고 나오는 모양이었습니다. 종사관을 불러 물어오셨던 모양이지요. 종사관이 나와서 상궁님에게 걱정하는 말을 했습니다.”
대비전 종사관은 필제를 잘 알고 있는 무과 동기였다. 필제가 위험하다는 것은 다른 동패들도 위험하다는 얘기였다. 그렇다면 동사와 부용사도 문제였다. 마음이 급해 졌다.
무악재를 넘어 오려는데 해가 떴다.

저만큼에서 사내들이 달려오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녹번정으로 자신을 찾으러 오는 사내들 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마땅히 몸을 숨길 곳도 없었고 시간도 이미 늦었다. 부딪혀 보기로 했다. 자세히 보니 천희연 이었다.
그쪽에서 먼저 아는 척을 해왔다.
“금원 행수님 아니시오?”
희연이 반갑다는 다가왔다.
“그렇지 않아도 녹번정으로 급히 가는 길입니다.”
“우리 집에는 왜?”
“알고 나오시는 길 아니십니까?”
천희연이  초롱과 금원을 번갈아 쳐다보며 말했다.
그의 표정이며 태도가 적으로 돌아선 것은 아니라고 나타내고 있었다. 오히려 섭섭하다는 기색이었다.
“그래 자네가 말 좀 해 보시게”
“정말 어떻게 된 일인지 저도 영문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급히 달려 오는 길입니다. 어쨌든 대원위 대감께서는 행수님을 피하게 하시고 싶은 모양입니다. ”
“그건 또 무슨 소리인가? 내가 알기엔 대원위가 나선 것을 대비마마께서 막아주고 계신다는데…”
“완전 반대로 알고 계신 것 같은데요.”
“정말 그렇단 말인가?”

얘기를 듣고 보니 그런 것 같기도 했다.
어제 오후 늦게 궁에 다녀온 대원위 대감이 난데없이 수하 왈패 중에 유난히 굼뜬 이를 부르더니 내일 오전 중에 금원을 잡아들이라는 명령을 내렸는데 그 얘기를 천희연과 안필주 들으라는 듯이 거의 공개적으로 큰 소리로 했다는 것이다. 희연과는 눈이 마주쳤는데 빤히 보면서 아무 표정이 없는 것으로 보아 알려주라는 것 같았다는 얘기였다.
“오늘 오전 중에 들이닥칠 것 같은데 잘 피하시는 겁니다.”
대원군은 하연과 필주가 금원과 통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자네들한테는 별일 없는게지?”
“예 행수님, 오늘부터는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어제 까지는 아주 큰 신임을 받고 있었습니다. 필주 형님한테는 벼슬까지 내린다고 했습니다.”
참 알다가도 모를 일이었다. 도대체 무슨 까닭에서 이런단 말인가 싶다.
금원은 천희연과 함께 길을 가면서 이야기를 나누기로 했다. 든든한 호위무사와 함께 가는 셈이었다.
희연도 대뜸 충청도의 필제가 걱정이라고 했다. 초롱이 전해온 대로 제천에 있는 필제에게는 아예 무시무시한 살수를 보냈다는 것 아닌가. 금원에게 보내는 왈패에 대해서는 공개적으로 공표하다 시피 했지만 필제 에게 보내는 자객은 은밀하고 치밀하게 명을 내려 현지로 보냈다는 것이다.

금원은 생각을 가다듬어야 했다. 무언가 자신이 모르는 엄청난 변화가 진행 중이라는 생각을 안 할 수가 없었다. 희연은 대원군의 생각이 아니라 조대비가 대원군을 추동하는 것 같다는 자신의 생각을 일러왔다.
“대비마마가?”
“그렇지 않습니까? 어제 아침까지 멀쩡하게 행수님 걱정하던 양반이 궁에 들어갔다 오시더니 행수님을 잡아 오라고 하는 게 이상하지 않습니까? 조대비 아니면 누가 대원위 대감을 그렇게 돌변하게 만들 수 있답니까?”
듣고 보니 그랬다. 그렇다면 조대비는 왜 이렇게 나온단 말인가 싶다. 아무리 따져 봐도 자신이 특별히 조대비의 눈 밖에 날 일을 하지 않았다.
자신에 대한 조대비의 신임이 이토록 빈약하고 보잘 것 없는 것이었던가 싶기도 했지만 양반네들의 속은 정말 알다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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