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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ptember 20,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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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

<장편소설> ‘조선여인 금원’ 연재 82회

안 동일 지음

31. 흥선군과의 담판

“옛말에 어지러운 나라는 없고 어지로운 군주만 있을 뿐이라고 했습니다. 이 나라가 이렇게 어지럽고 어려운 것도 따지고 보면 군주가 바로 서있지 못하기 때문 아니겠습니까?”
순자에 나오는 말이다. 금원은 작심하고 흥선군에게 직설적으로 물었다.  녹번정 안채 였다.,
말하자면 흥선군 과의 막바지 담판이었다.
“허허 오늘은 삼호당께서 호출 하시더니 큰일 날 소리를 하시는군.”
“호출이라니요, 당치 않으신 말씀입니다.”

위로부터의 개혁을 생각 할때면 금원으로서는 좌고우면 없이 대뜸 흥선군을 떠올리곤 했다. 추사 대감과의 관계도 그랬고 흥선군 본인과의 인연이며 그간 나눈 얘기가 그랬다. 년전의 관악산 연주대 등정 이후 그랬다. 이심전심 염화시중의 관계 아닌가.
하지만 그의 이름을 대놓고 거론할 수는 없었다. 자칫 엄청난 재앙으로 돌변할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변했고 오히려 시간이 없게 됐다.
청계와 보영회에서도 흥선군 밖에 대안이 없다는 쪽으로 결론이 모아졌다.
비슷한 사람들의 생각이라는 것이 고만고만한 모양인지 청계 회의에서 흥선군을 적극 추천한 이는 바로 정만인 노사였다. 조선 최고의 풍수가 지관으로 알려진 이 답게 그는 풍수로 사람들에게 접근했고 또 평가 했다.

20년 전 그는 한다하는 왕실 인물과 경향세가의 유력인사들을 접촉했단다. 충청도 내포 땅에 제왕지지의 명당이 있는데 조상 묘를 이장한 생각이 있느냐들 했더니 제왕이라는 말에 모두들 불경하게 무슨 말이냐며 손 사레를 쳤는데 20대 초반의 흥선군 이하응만이 적극 관심을 보였고 온갖 어려움을 뚫고 부친 묘의 이장을 성사 시켰다는 것이다.
그때 그를 다시 보게 됐고 계속 주시 했는데 만인선생은 그가 대단한 웅지를 숨기고 있는 잠룡이라고 제대로 평가하고 있었다.

“만약 대감께서 군주가 되신다면 어떤 군주가 되시렵니까?”
“허허 더 큰일 날 소리.”
흥선군은 짐짓 그러는 것이었다. 그도 이호준 대감과 조성하를 통해 돌아가는 상황을 듣고 있었다. 금원은 그동안 흥선군에게 들어가라고 두 사람에게 계속 꽤 깊은 얘기를 해줬었다.

“대감 이것 좀 보십시오.”   잠시 사이를 두고 금원이 화제를 돌렸다.
“뭔데 그러시오?”

“참으로 귀한 서찰들 입니다.”

추사 김정희 대감의 서한들이었다. 이상적 대감이 가져온 궤에서 나온 것 중 흥선군으로서는 감회가 깊을 서한을 골랐다.
“추사 스승님의 글씨 아니요?”

“네, 그렀습니다. 추사 어르신이 우선 대감께 북청에 계실 때 보내신 편지입니다.”
흥선군이 감회어린 표정으로 편지를 읽었다.
그 편지에서 추사는 외씨를 잘 보호하고 돌봐 달라는 부탁을 하고 있었다.
다음편지도 그랬다.
스승에 대한 감회에 흥선군의 눈가가 촉촉해져 있는 것을 본 금원이 단도직입적으로 본론을 던졌다.
“대감께서는 왕통 계승과 관련해 현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 무엇이라고 생각 하십니까?”

“대비마마의 마음을 얻는 일, 신임을 얻는 일이 아니겠소?” 흥선도 즉각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잘 알고 계시는군요, 대비마마와는 면식은 있으시죠?”

“종친 하례 모임에서 잠깐씩 뵙는 정도 였소만….”

“대비마마와의 만남을 저희가 주선해 드리겠습니다.”

흥선군은 애써 흥분을 감추는 기색이 역력했다.
“저희라면 복수를 뜻하는데, 이 일에 많은 사람이 관련해 있소? 보안재 시회나 금원당의 불교 결사 말고 다른 조직을 말하는 것이요?”
”네 그렇습니다. 언젠가는 다 아시게 될 일이지만, 지금은 그렇게만 알아 두십시오.”
흥선군은 금원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았다. 생각이 많아진 모양이다.
“더는 외람되게 말씀드리지 않겠습니다. 대감을 믿겠습니다. 이제 대비마마의 마음을 얻는 일은 대감에게 달려 있음입니다.”
“알겠소. 고맙소. 내 일이 성사되지 않는다 해도 삼호당을 원망치 않을 것이며 성사 된다면 삼호당과 뜻을 같이 하겠다는 약속을 하겠소.”
흥선군이 마음을 굳힌 듯 결연하게 말했다.
“예 대감, 추사 스승님께서 내려다 보실겝니다.”

숨 가쁘게 며칠이 흘렀다. 그사이 마침내 조대비와 흥선군의 만남이 이루어졌다. 암행어사 출도하듯 은밀하게 진행된 만남이었다.

“역시 듣던 대로, 생각한 대로 흥선군 대단한 사람이야. 호탕하면서도 속이 찼어.”
“우리 조씨 집안에는 왜 그만한 사람이 없누?”   처음 만나고 금원에게 들려준 대비의 말이었다.

“대비 마마야 말로 여걸 중에 여걸 일세 그려.”

“그 험한 세월 눈물로 지새우셨을 그 긴긴밤들을 소신이 잘 알고 있습니다 하니까 정말 눈물을 지으시더군.”
흥선군의 말이었다.

두 번째 독대는 대비전 에서 점심상을 마주하는 파격으로 치러졌다. 사람 됨됨은 음식 먹는 모습으로 가늠할 수 있다는 것이 대비의 지론이었다. 이 역시 흡족한 결과로 이어 졌다.
“먹는 모습도 사내 대장부 같아, 육식 채식 가리지 않고…”

흥선은 자신 상위에 올라있는 음식은 하나도 빠짐없이 저를 주었단다.
두 번째 만남에서 의미심장한 일이 있었다. 옆에서 본 주 상궁이 그대로 전해준 말이었다.
흥선군이 대조전 방에 들어서서 대비에게 인사를 올리려 할 때 나비가 날렵하게 걸어와 이런저런 눈치도 안보고 흥선군의 버선 발위에 성큼 올라앉더라는 것이다. 대비의 애완묘 나비 말이다. 지난번에 금원에게 다가와 머리를 디밀었던 고양이였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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