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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ptember 20,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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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

<장편소설> ‘조선여인 금원’ 연재 79회

 안 동일 지음

  민요와 나라살림

“누님, 장 김의 기세가 엄청나게 꺽인 것 같지 않습니까?“
필제가 물어왔다.
“그런 것 같기는 한데, 두고 봐야지요.”
“아닙니다 저들도 한치 앞을 못보는 세치 혀에 놀아나는 나약한 무리들 이었습니다. 지금 몰아 부치면 그냥 몰아낼 수 있습니다. 안 그렇습니까? 형님.”
필제는 장헌성을 형님이라 부르고 있었다.

“틀린 말은 아닌데 아직 그렇게 낙관할 때는 아니지.”
장헌성은 필제보다 신중했다.
“참 경평군은 어떻게 되었습니까?”
필제가 물어왔다. 마침 어제 이호준 대감을 통해 그 얘기를 들었었다. 경평군은 최근 안김을 욕하다가 곤욕을 치루고 있는 왕족이다.
“아직 전라도 강진 섬에 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경평군은 왜?”
“경평군을 밀고한 작자도 바로 김성순이라는 것 아닙니까?”
“그래요?”
알려지기는 대사간이 올렸다 하는데 필제는 무고 상소를 꾸며낸 인간이 김성순이라고 하는 것이다. 김성순은 필제가 그리도 찾고 있는 부친과 이 의원의 상소를 빼내 밀고한 원수, 그작자였다. 30년전에도 그런 일을 하더니 늙어서도 또 그런 모양이다.
“그래서 그 사람 거처는 정확히 알아냈고?”
“밀고한 포상으로 제물포 인근 염전의 염전장으로 가 있다는 소식 들었습니다. 내일이라도 헌성이 형님하고 가볼 모양입니다. 형님도 그 작자에게 구원이 있습니다.”
음모와 모사의 달인 그 작자는 장총관 에게도 몹쓸 짓을 한 모양이었다.

“몇번 얘기헸지만 성질대로 처리하는 것 아닙니다. 선달님.”
“예 알고 있구만유, 지금에 와서 그 북망산 갈 영감 다된 작자 모가지 부러뜨려야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그 작자에게 꼭 알아내야 할 게 있습니다.”
필제와 헌성은 떠들레 하게 떠났다.

금원은 초롱과 순정을 불러 엊그제 우선대감이 가져다 준 귀한 보물 궤짝을 정리 하기 시작 했다. 몸이 아파 병석에 누워있던 우선은 엊그제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하인 한명을 앞 세우고 녹번장에 왔는데 장쇠가 지고 온 지게에는 튼실한 궤짝 하나가 있었다.
“이건 뭡니까? 대감.”
“아무래도 자네가 보관 하는게 낳을 것 같아서, 내 정신이 있을 때 가져 왔네. 스승님의 유품일세.”
“이 귀한 것들을…”
궤 속에는 추사와 자신이 나눴던 편지를 위시해 추사의 휘호와 서화 그리고 전각관련 유품들이 가득 들어 있었다.
추사의 글과 그림은 금원에게 뿐 만아니라 나라의 보배 아닌가.
“참, 세한도는 거기 없네, 매은에게 맡겼네, 나중에 그것도 이리 가져오라 하겠네.”
매은 김병선이라면 금원도 잘 아는 이였다. 우선의 수제자로 재주도 뛰어 났지만 스승 섬기기를 하늘같이 하는 이였다. 우선의 친아들 저리가라였다.
“아닙니다. 매은 선생이 보관 하고 계신다면 잘 간수 하실겝니다. 그러실 필요 없습니다.,”
얼마 전에 경석이 추사의 유품 몇 점을 가져다 놓더니 제자들마다 하나둘 씩 가져오고 있었는데 이렇게 궤짝으로 들어 온 것은 처음이었다.
“이렇게 봐서, 편지는 편지대로 서화는 서화대로 휘호는 휘호대로 일단 정리해 놓도록 하자 꾸나. 초롱이는 읽을 수 있지?”
“아니요, 어르신들 글씨가 초서나 행서라서 읽기 어렵습니다. 어머니.”
“그렇겠구나.”
“하지만 편지인지 그림인지는 저도 분간 할 수 있답니다. 어머니.”
순정이가 눈을 동그랗게 뜨면서 말했다.
초롱은 내의녀로 궁중에서 일하고 있었는데 웃전의 심부름을 나온 참이었고 순정은 녹번정 과 서국의 회계일을 똑 부러지게 하고 있었다.
사충에 있을 때부터 약초를 그리 좋아하던 초롱은 변 대감의 잠깐의 지도에 일취월장했고 내의원에서도 예쁨을 받고 있었다.

29.  추사의 편지

 

“마마 이것 좀 보십시오.”
금원이 대비전을 찾았다.
“뭔데 그러느냐?”
“귀한 서찰을 몇 개 가져와 보았습니다.”
추사 김정희 대감의 서한들 이었다. 지난해 우선 이상적 대감이 가져온 궤에서 나온 서한들이었다. 조대비로서는 감회가 깊을 숙부의 서한을 골라 왔다.
“이것은 우리 작은아버님의 글씨 아니냐?”
“네, 그렀습니다. 우석 조인영 대감님이 추사 김정희 대감님한테 50년 전에 보내신 편지입니다.”
“북한산 진흥왕이 나오고 그러는 구나.”
“예, 추사대감과 조인영대감이 젊은 시절 북한산에 올라 신라 진흥왕 순수비를 찾아낸 그때 일을 회상하면서 우정을 변치 말자는 그런 편지 이옵니다.”
“그래 작은 아버님과 추사대감의 우정은 각별했지.”
“목숨의 은인이기도 하시지요.”
“그랬지. 그런 일도 있었지.”

추사대감이 윤상도의 일로 옥고를 치를 때 우의정에 있던 조대비의 숙부 조인영 대감이 용기를 내 마지막 순간에 나서지 않았더라면 추사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다. 그때 함께 추국을 받던 이들은 모두 고신과 매에 견디지 못하고 옥사 했었다. 안김은 그때 그렇게 살벌하고 집요했다. 어떻게든 추사의 자백을 얻어내 그를 없애려 하고 있었다.
“작은 아버님이 나서지 않았다면 김 대감의 처벌이 제주 위리안치에 끝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얘기를 그때도 들었었지.”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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