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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ptember 20,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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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

<장편소설> ‘조선여인 금원’ 연재 70회

안 동일 지음

신정왕후와의 만남

막상 조대비에게 직접 접근하는 일, 직접 만나는 일은 생각만큼 쉽지 않았지만 역시 조성하가 나서자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성하와 경실의 혼인은 신유년 가을에 치러졌다. 양가를 포함하는 보안재 성원들의 의미있는 경사였지만 행여 장김이 억하심정을 가질까 표정관리를 해야 했고 잔치도 조촐하게 치렀다.
그런데 성하가 또 하나의 큰 경사를 이뤄 냈다. 혼인한지 두 달만에 치러진 증광시 대과에 급제한 것이다. 고맙게도 성하는 어사화를 쓰고 자기 집과 처갓집에 이어 아내 경실과 함께 녹번정을 방문했다.
“모두 행수님의 덕분입니다.” “선상님 제가 여필삼종을 따르려는 여자는 아니만 선상님 덕에 너무 행복합니다.”
대교가 된 성하가 먼저 행수님을 위해 해드릴 일이 없겠냐고 해서 대비마마 한번 뵙고 싶다고 했더니 반응이 즉각 왔다. 그래 한번 보자는 전갈이 왔던 것이다.
조대교는 자신의 혼인과 급제에 큰 힘을 쏟아준 사람이 서국 주인이며 아내의 스승인 금원이라고 얘기했고 마마께서 한번 불러 치하해 주시라고 했단다. 그제서야 대비도 그렇지 않아도 금원을 한번 보고 싶었다고 했단다.
조대비에게 다가서기로 마음먹은 이래 꼬박 반년을 공들여 성사된 일이었다.

조대비는 그렇지 않아도 자신이 신임하는 환재가 그렇게 칭찬을 하길래 금원의 얼굴 보고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고 말했다.
“환재 대감께서는 공연한 과찬을 남발 하시곤 합니다.”
“환재가 어디 그럴 사람인가. 이리 가까이 오시게.”
조대비는 금원을 가까이 오라 하더니 손을 잡았다.
“어찌 그리 여자로 태어나 기백이 탄탄한가, 그러면서도 이렇게 곱고…”
“송구스럽습니다.”
“자네의 글을 다 읽어 보았네, 학문이 짧아 다 이해 할 수는 없었네만 너무 장해.”
친손녀나 막내딸을 대하는 그런 친근함이었다. 그런데 조대비는 조금 잘못 알고 있었다.
“어떻게 열네살의 나이에 그런 문장이 나온단 말인가?”
대비가 앉아있는 탁자 위에는 호동서락기가 놓여 있었다.
“놀랄일이 아닌가, 자네가 사내로 태어났더리면…”
“저 대비마마 그런게 아니라…”

하지만 대비는 정정할 틈을 주지 않고 질문을 던져 왔다. 하긴 열네살 여행 했을 때 기록해둔 초벌을 근간으로 했으니 당시의 문장이라 해도 크게 틀린 말은 아니다.
“금강산이 그리 좋던가?”
“예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어떻게 그런 여행에 나설 생각을 했느냐, 며칠이 걸렸느냐, 험한 순간은 없었느냐, 많이 받아왔던 질문이 이어졌고 금원은 명료하면서도 공손하게 답했다.
“그 후 에도 다시 가보았던가?”
“아닙니다. 못 가봤습니다. 대신 백두산을 가보았지요.”
“백두산?”
“예 그것도 꼭대기 까지 가 보았습니다.”
금원은 조대비가 친근하게 나왔기에 긴장을 풀고 살갑게 대했다.
“아니 그 오르기 어렵다는 백두산을 여자의 몸으로 산 정상까지?”
“예, 다른 것 보다 산정상의 화산 호수가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렇다고 하더만…”
“제 어릴 때 세상에서 가장 큰 방죽으로 알았던 제천의 의림지 보다 열배나 큰 호수가 산꼭대기에 있었습니다.”
“몹씨 춥다면서?”
“한 여름에 올라가 그리 추운 것은 몰랐습니다.”
“그렇게 큰 호수가 있다고”
“예 천지담이라 부르고 있습니다.”
조대비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리 물이 맑은가?”
“예 티 한점 없었습니다. 그런데 산정에 올라 그 파란물을 보는 순간 왈칵 눈물이 터지는데 참을 수 없었습니다.”
“왜 그럴꼬? 좋은 경치를 보면 경탄이 나왔을 텐데…”
“소인뿐만 아니라 장백에 처음 오르는 우리 백성들은 모두 그리 눈물을 쏟는다는 군요, 그곳이 우리 겨레의 시원지라서 그렇다고 합니다.”
“자네는 그런 얘기를 어다서 다 들었는가?”
“작고하신 스승님께 들었습니다.”
“자네 스승이 누구신가?”
“추사 김정희라고, 혹시 대비마마도 들어보셨는지?”
“추사 대감 알다마다, 우리 익종 대왕마마와 얼마나 절친하셨는데, 세자시절 시강 은사 아니신가. 그 명필 어찌 모르나. 내 아직도 그분 글씨 가지고 있지.”
“그러시군요.”
“자네가 그분 제자란 말이지, 그것 참 이런 인연이 있나. 참 기특하이”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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