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nykorea
연재소설

<장편소설> ‘조선여인 금원’ 연재 69회

안 동일 지음

풍양조씨 조대비

성하를 생각하면   빙긋이 미소를 띠어 지면서 대뜸 경실이 떠오른다. 두 사람은 서로 아련한 감정을 지니고 있었다. 둘은 상소 권당이 있던 날 이후 두 번 쯤 서국에서 더 만났다. 특별한 일은 없었고 인사말이나 더 주고 받았을 테지만 그게 어디인가.
금원은 자초지종을 보영회 식구들에게 털어 놓았다.
현봉이 대뜸 아예 조성하와 경실을 혼인으로 묶어 두는 게 어떠냐는 계책을 냈다. 현봉은 이호준의 집안을 잘 알고 있었다. 이호준 집안의 집사가 절친한 친구였다.
모두들 한번 해볼만 한 일이라고 고개를 끄덕였다.
“장가도 못가 본 머리 깍은 스님이 그런 꾀는 어디서 나왔누. 아무튼 알아줘야 해.”
쇠뿔은 단김에 빼랬다고 일은 빠르게 진행 됐다.
경실과 성하를 맺어주는 일에는 환재 대감이 적극 나섰다. 환재 박규수 대감은 효명세자가 가장 아끼던 또래의 벗이었기에 조대비와 계속 인연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 젊잖은 부인 유씨 마님을 매파로 만들어 조씨 댁에 보내 혼담을 꺼냈던 것이다. 그리고 환재 대감 자신도 조대비에게 경실에 대해 좋은 말만 골라 했단다. 환재 대감, 볼수록 융통성있고 실행력이 있는 인물이었다.
이호준 영감에게는 금원이 혼사 얘기를 꺼내 즉각적인 응락을 받았다. 이 영감이야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자신이 존경하는 환재 대감의 중매로 최고 권력자 대비의 사돈이 된다는데…
보안재 좌장인 박규수 대감이 본격적으로 출사를 했고 지난해 동지사 부사로 청나라에 다녀오는 등 바빴다. 환재는 지금 사헌부 부제학의 직을 맡고 있다.
오경석과 변원규가 박 대감과 함께 북경을 다녀왔고 변광운 대감은 역경원 제조에 올라 있었다. 다들 표면적으로는 승차도 하고 바빠졌지만 실상은 장김의 놀음에 놀아나는 꼴이라고 마뜩치 않아 했다. 그럴수록 시회에는 열심들 이었다. 저마다 시회에 나오면 그나마 숨통이 트이는 것 같다고 이구동성이었다.

금원은 난을 치는 경실의 손을 다시 교정해 주었다.
경실은 녹번정에 출근하다 시피 하면서 이른바 신부수업을 받고 있었다. 혼인 날짜는 석 달 뒤 초가을로 잡혀 있었다.
손목에 힘을 빼고 단숨에 올라가야지. 그래야 끝에서 살짝 굽어지면서, 자연스러운 난 끝이 나오지.”“예 알겠습니다. 그런데 날이 궂어서 그런지 붓이 매끄럽게 나가지 않고 종이가 자꾸 찢어집니다. 스승님.”
“그래? 그럼 서화는 안에 들어가서 다시 하도록 하지.”
“네”
옆에 함께 앉아 있던 초롱이와 순정이도 표정이 환해진다. 여자 애들은 붓잡는 것을 왜 싫어하는지 금원으로서는 이해가 안됐다.
“자 그럼 어제 하다만 춤사위 다시 해볼까?”
“네, 스승님.”
경실은 자신이 연모하는 성하와 맺어준 것이 금원임을 알고 스승에게 더 깍듯하게 존경과 애정을 표해왔고 스승의 말이라면 섶을 이고 불에라도 뛰어들겠다고 했다.
한 두살 어린 초롱이와 순정이에게도 신분을 떠나 친 동생처럼 살뜰하게 대했다. 경실이 녹번정에 오면 사람들이 다 좋아했고 분위기가 밝아졌다.
춤사위는 조대비가 좋아하는 오랜 취미였다. 남편과의 추억이 깃든 일이기도 했다. 조대비의 남편 효명세자가 부왕을 대신해 대리청정에 나섰을 때 제일 먼저 한일이 세자빈과 함께 궁중 정악을 정비하고 궁중 무용의 원칙무를 안무해 왕실의 권위를 높인 일이다.
조대비의 마음에 들려면 정악 무용 기본사위 쯤은 익히고 있어야 했다.

 25. 조성하 대교와 신정왕후

대비의 반가운 내락을 받고 창덕궁으로 달려간 때는 임술년 정월 보름 즈음 이었다. 대비전의 주상궁이 건춘문 앞에서 금원을 기다리고 있었다. 금원이 듣기에 주상궁은 지밀부를 맡고 있는 궁내의 실력자였다.
건춘문 수직소에 금원의 출입패가 만들어져 있었다.
처음 들어와 보는 궁 이었지만 호들갑스럽게 굴지 않았다. 주상궁은 금원의 정갈하면서도 당당한 태도에 흡족해 하는 눈치였다. 이윽고 대조전에 당도했고 댓돌아래 신발을 벗고 올라서 방으로 들어갔다. 항아들이 나서기 전 신발을 가지런히 돌려놓는 일을 잊지 않았다.
곱게 늙은 조대비의 풍모는 예상보다 후덕했다.
“어서오너라. 생각보다 젊구나”절을 하는 금원에게 조대비가 던진 첫 마디였다.
“아이를 출산하지 않아서 그런 모양이구나.”
조대비는 이미 금원에 대해 많은 것을 알아본 모양이었다.
때문에 금원도 숨기거나 반대로 내세울 필요가 없었다.
“미천한 계집을 이렇게 불러주시니 광영이옵니다.”
“별말을… 우리 성하 내외에게 그리 잘해 준다면서, 가르치는 것도 많고, 내 그 공을 보답하러 이리 불렀네.”
“제가 대교 나으리에게 많은 것을 배웁니다.”
“그래? 성하에게 배울것이 있다고?”
“예, 의젓하시며 속이 깊으시지요,”
조대비는 화색이 만면했다.  (계속)

 

 

 

Related posts

<장편소설> ‘조선여인 금원’ 연재 51회

안동일 기자

<장편소설> ‘조선여인 금원’ 연재 77회

안동일 기자

<장편 이민현장 소설> ‘영웅의 약속’ 연재 58회

안동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