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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ptember 20,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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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

<장편 연재소설> ‘구루의 물길’ 연재 50회

안동일 작

도도히 흐르는 사랑

“아직 근신중에 있는 죄인을 어찌…”
“죄인 이시라니요, 마마께서도 장군의 문제로 걱정은 하셨지만 결코 죄를 물으실 생각이 전혀 없으신듯 합니다. 오늘만 해도 장군께서 상심하고 계실 테니 위로를 해야 겠다시면서 부르신것입니다.”

“이렇게 망극할 노릇이 있는가, 감사할 따름이구료, 하지만 군문의 규율이란게 있으니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없는 상황이요.”
“어쨌든 오늘은 제가 실수를 해서 장군을 이렇게 심하게 다치게 했으니 마마께 가서 그대로 고하겠습니다. 특별한 분부가 계시다면 제가 다시 장군을 찾아 뵙도록 하는게 좋겠습니다.”
“아니오, 장부가 이깟 아픔으로 군왕의 명령을 거역한단 말이오, 갑시다. 치료는 다녀 와서 해도 늦지않을 것이오. 격구야 어울려 드리지 못할것 같소만…”
“그래도… 아까부터 진땀을 흘리고 계시지 않습니까?”하긴 아프기는 무척 아팠다. 하지만 아진은 왕에게 가고 싶었다.

집안 식구들이며 도도 까지도 나서 극구 말렸지만 아진은 고집을 부려 옷을 갈아 입으러 안채로 들어 갔다.
도도가 따라 들어 왔다. 호영은 요즈음 따로 집을 얻어 나가 살고 있었다.
옷을 벗으려니 통증이 더 밀려왔고 퉁퉁 부어 있어 제대로 벋겨 낼 수가 없었다.
“이러고 굳이 가려 하시다니 장군도 참 어쩔 수 없는 분이십니다.”
옷 벗는것을 도와 주면서 도도가 혀를 찼다. 어깨는 산처럼 부어 있었고 피멍이 맺혀 있었다.
“아무래도 평복으로 입어야겠지, 격구장이기도 하고…”

“저한테 물어보는 말씀 이십니까?” “여기 도도 자네 말고 누가 또 있는가?”도도는 웬일인지 얼굴에 홍조를 띠고 있었다.
옷을 입혀 주는 손도 가볍게 떨리고 있었다.
도도가 굳이 따라나서 마차 안에서라도 상처를 치료 해야 겠다고 해서 세 사람이 마차에 올랐다. 마차 바퀴는 벌써 고쳐져 있었다. 아진의 장원에도 부품이 있었던 것이다. 그당시 고구려의 마차 기술은 단연 국제 최고 였다.
덜컹대는 마차 안에서 아진은 주부와 도도의 성화로 다시 웃옷을 벗고 급히 들고 나온 약초며 박하 해열제를 바르고 습포를 했다.

안학궁 뒤쪽 용악산 입구 분지에 있는 왕실과 대가들의 전용인 격구장에 도착 했을때 왕은 한경기를 벌써 끝냈는지 평상에 앉아 땀을 식히고 있던 무렵이었다.

“아니 어깨가 왜 그 모양이냐?” 왕은 아진을 보자 대뜸 어깨에 대해 물어 왔다.
“작은 사고가 있었습니다. 심려 끼쳐드려 죄송합니다.”
“작은 사고가 아닌데 아진 네가 이렇게 다칠 정도라면…”
왕이 금방이라도 일어서 아진의 어깨를 만져 볼것 같은 태세를 보였기에 아진은 짐짓 어깨를 펴면서 한걸음 옆으로 섰다.
“마차는 멀쩡한데 도대체 무슨 사고냐? 혹시 누가 암수라도 펼쳤더란 말이냐?”  왕은 아래쪽에 있는 마차를 쳐다보면서 다시 물어왔다. 도도가 마차 아래 내려와 있었기에 왕도 그녀의 모습을 보았을 터였다.
주부가 나서 간략히 사고의 내용을 고했다.

“이런 이런, 그깟 어린아이 하나 구하자고 아진이 큰일 날뻔 했구나.”
“송구스럽습니다. 그간 수련에 게을렀던 모양입니다. 그 정도는 충분히 해낼 수 있으리라고 생각 했는데 말들이 워낙 힘이 셌던 모양입니다.”
“그래 벌을 내려야 겠구나, 네 몸이 어떤 몸인데 제대로 건사하지못하고…”

“마마 하지만 어린아이 하나 구하려고 그랬다는 말씀은 평소의 마마의 말씀과 다르십니다. 백성 한사람 한사람을 나라의 들보로 여겨야 한다고 하시지 않았습니까?”
아진은 왕앞 에만 서면 거침없이 말을 잘했다. 마치 집안의 허물없는 형님 대하듯 했고 또 실제 두사람 사이의 오가는 정이 그랬던 것이다.
“그래 그건 네 말이 맞지만 그래도 장수는 나서야 할 때와 그러지 않아야 할 때를 가려야 하는 법이다. 중국의 일화를 들어 안됐다마는 촉한의 선왕 유현덕이 소패성 전투때 아들 아두를 땅바닥에 던진 일화를 알고 있느냐?” “예, 일전에 실직주 전투 나가기 전에 어전에서 모두들 있는데 말씀 하셨지요.”
“그래 기억 하는구나, 아들은 또 나면 되지만 조자룡같은 장수를 어디서 구한단 말안가 했다지 않느냐? 그 여자 아이가 내 손녀딸 이라면 너야 말로 나에게 조자룡같은 장수 아니더냐.”
장수왕도 아진 앞에서는 말이 많아졌고 궤변도 심심치 않게 늘어 놓는 편이었다.
“황감하기 그지 없는 말씀이십니다.”
“그래 그나저나 이래저래 네 일진이 요즘 사납기는 하구나. 어떻게 지내고 있는가 해서 불렀더니만, 한판 겨뤄 보려 했더니 부상병이 돼서 나타 났으니…”
그러면서 왕은 주부며 옆에있던 내군 들에게 옆으로 물러 나라는 눈짓을 했다.
그들이 얼만큼 떨어져 시립해 서자 왕은 다시 말을 시작했다.

“라운 이라고 했던가 흑수로 간 천부장이?”
“예 저와는 둘도 없는 동무입니다.”
“그래 알고 있다. 나도 그를 기억 한다. 또랑 또랑한 장수였지…”“정말 죄송 합니다.”
“ 라운이 우리에게 창을 곧바로 들이 대지는 않을 테지?”
“그러리라고 저도 생각 하고 있습니다.”
아진이 자신없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어쨌든 맹광 과 얘기가 됐으니 그 문제는 맹광이 이르는 대로 따르도록 해라.”

“예 알겠습니다.”
더 묻고 싶었지만 그 정도면 왕의 뜻을 알아낸 셈이어서 따르기로 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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