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46 F
New York
September 20, 2024
hinykorea
연재소설

<장편 연재소설> ‘구루의 물길’ – 연재 48회

▲ 위사진, 한국궁중복식연구원 창립30주년 기념패션쇼 – 고구려 고분벽화복식 재현

안동일 작

도도히 흐르는 사랑

오후의 봄 햇살이 바람이는 강물을 타고 금빛으로 흐르고 있었다.
아 이 빛은 어디서 시작해서 어디로 가는가. 왜 하필이면 금빛인가. 그 끝은 어딘가. 인생사의 흐름처럼 가닥을 잡을 수 없었다.
“자 이제 그만 들어가자. 죄인이 근신하지 않고 이처럼 나다닌다고 또 말 나지 않겠느냐?”까다로운 상황도 모면 할 겸 아진이 도도를 재촉했다.
“왜 자꾸 죄인이라고 그러십니까? 장군께서 잘못하신게 무어 있다고. 그리고 병부에서도 이쯤에서 일을 접으려고 하는것 같습니다.”
“그래? 어떤 근거로 그렇게 말하지?”“말씀 안 드렸는데 어제 오후에 병부에서 사람이 또 다녀갔습니다. 모달 진창구님이 오셨더랬습니다.”“진 장군이 직접 왔었다고?”병부 도사를 맡고 있는 진 창구는 아진과도 나쁜 사이가 아니었다. 몇 안되는 후원자의 한사람이었다.

“네 몇몇 부장들을 불러 몇 가지를 확인 하셨고 또 부대 내의 죽간과 서한들을 살펴 보시더군요, 그리고 몇 가지는 가지고 가셨습니다.”“그랬구나.”
“그런데 장군님 군막의 부월이며 군기 그리고 하사 표찰은 그대로 두라고 하시더군요. 이는 다 무엇을 뜻하는 것 인가요? 장군님 신상에 아무 변화가 없다는 것 아닙니까?” 나쁜 소식은 아니었다.
“그래도 그리 간단히 생각할 문제는 아닌 듯 싶구나”“아니듯 싶다니요? 꼭 남의 일 말씀 하듯 하십니다. 이번 일에 장군께서 보이시는 무심한 태도가 저희들로서는 너무 안타깝습니다.”
“도도야, 너도 사냥을 해보아서 알겠지만 그 힘센 맹수들이 왜 우리 연약한 인간 들에게 잡히고 말더냐?”
“우리 인간은 병장기를 사용 하지 않습니까?”“그래 무기 때문이기도 하지, 하지만 더 큰 이유는 맹수들이 자기 성질에 못이겨 날 뛰다 덫에 걸리거나 몰이꾼의 몰이에 몰리기 때문 아니더냐? ”
“그렇긴 합니다”
영리한 도도는 벌써 아진의 얘기를 이해 했다.

“덫에 걸렸을 때는 가만히 있는게 상책이란다. 몸부림 치면 칠수록 더 옥 죄어오게 마련이지…”“그래도 덫에서 빠져 나오려면 무언가 노력은 해야지요.”
“항상 해결의 실마리는 덫을 논 쪽에서 틈을 보이면서 나타나게 마련이란다.”
“…..”
도도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 이면서 아진을 다시 쳐다 보았다. 존경의 념이 서린 초롱초롱한 눈망울과 빨간 볼이 소녀 같았다.
“내가 지어낸 얘기가 아니고 언젠가 사냥 갔을 때 폐하께서 해주신 얘기란다.”
“장군님은 정말 대왕 마마를 존경하십니다. 언제나 마마의 말씀을 꺼내지 않으실 때가 없으십니다.”
“내가 그랬던가? 흐흠..”“대왕 마마야 말로 정말 그 어떤 존경을 받아도 흠결이 없는 분이란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일도 문제없이 넘어갈 수 있다고 하는 거죠. 마마를 그렇게 따르는 장수이신데 마마인들 내치시겠습니까?”“아무리 왕이라 해도 할 수 없는 일이 있는 법이란다. 특히 이 나라 고구려에서는…”“그렇지 않은 것 같은 데요, 요즘 돌아가는 일을 보면 모두 마마의 뜻대로 되어가는 것 아닙니까?”“그래, 도도 너도 그렇게 생각 하느냐?”

“예, 다들 국내성 계실 때의 마마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권위와 힘을 가지고 계시다고 하고 있어요, 환나나 소노 같은 나부는 이제 힘을 못 쓴다고 하던데요.”“그래야지 나라가 제대로 되려면 영이 서야 하는 법이지.”
어느덧 강가를 지나 소도가 나오는 곳까지 걸어 왔다.
아진의 장원이 빤히 보이는 곳이다.
지나던 평민들이 아진과 도도를 보면서 가볍게 목례를 하고 지나갔지만 더러는 의아 하다는 표정 들을 감추지 않았다.

아진과 도도는 평복을 입고 있었다.
“이제는 장군님도 유명인사가 되셨습니다. 장안의 백성들이 다들 알아봅니다.”“벌써 평양성에 있은지 몇 년이냐? 처음 성을 축조할 때부터 따지면 20년이 다 되가는데…”
“그 세월 동안 많은 것을 이루셨지요.”
“많은 것을 이뤘다고? 나는 한게 아무것도 없는 것 같은데, 게다가 지금은 가장 절친하다고 생각 했던 친구들에게 버림을 받은 꼴이 아니냐?”“버림을 받았다니요, 당치도 않습니다. 라운 오라비등이 장군님의 뜻을 더 헤아리지 못했기 때문이지요. 조만간 그들도 깨닫게 될겁니다.”“그렇게 생각 하느냐?”“예, 어디가서 우리 물길인들이 이런 대우를 받고 이만큼이나 뜻을 펼 수 있겠습니까?”“기특하구나.”“언젠가 조회 때 하신 말씀 생각납니다. 이 나라야 말로 우리 물길 사람들의 나라 이기도 하다는 말씀, 쓰던 말이 좀 다르고 생김이 조금 다른 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 다는 말씀 말입니다.”

“대왕 마마의 말씀이 바로 그 말씀 아니냐?”잠시의 침묵이 흘렀고 두 사람은 군인답게 빠른 걸음으로 장원을 향해 걸었다.
“도도 자네는 나라를 키우는 일이 어떤 일이라고 생각하는가?”모처럼 아진이 먼저 말문을 열었다.
“나라를 키우는 일이라니요? 나라를 만드는 일까지 포함해서 입니까?”
도도가 영특하게 말귀를 알아듣고 반문해 왔다.
“그래, 사람들마다 출신이 다르고 또 태어나는 환경이 다른 것 처럼 어디 사람이다 하는 것도 다 나중에 사람들이 정해버린 생각 아니겠느냐? 나라도 마찬가지다. 다 자신이 선택 한 것은 아니 쟎느냐? 나는 어디 살던 어떤 말을 쓰던 자신이 있는 곳에서 가족들과 이웃을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자신을 키우는 것이 나라를 위하는 일이고 또 나라를 크게 만드는 일 이라고 생각 한다.”

“그런데도 힘을 쓰는 남자들은 왜 그렇게 자기들의 세상을 만들려 하는지요?”
“주변을 보지 못하고 너무 먼 쪽의 큰 것, 어찌 색각하면 허황된 것을 보기 때문 아니겠느냐? 나라라는 것은 백성이 먼저야 한다는 생각을 가져야 하는데 많은 사람들이 백성을 먼저 보지 않고 자신과 자신 주변의 힘만 생각하기 때문 아니겠느냐? 그 힘이 얼마나 속절 없는것을 알지 못하고…”“듣고 보니 그렇군요.”
“참 내 진즉 물어 보고 싶었는데 왜 너는 라운을 따라가지 않았더냐? 라운과 어려서 부터그렇게 절친 했으면서”

(계속)

 

Related posts

<장편 연재소설> ‘구루의 물길’ 연재 76회

안동일 기자

<장편소설> ‘조선여인 금원’ 연재 36회

안동일 기자

< 장편소설>  ‘조선여인 금원’ 연재 제 2회

안동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