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46 F
New York
September 20, 2024
hinykorea
연재소설

<장편 연재소설> ‘구루의 물길’ – 연재 44회

안동일 작

정벌기 – 요동의 주인은 누구냐

공격은 서둘러 오참을 먹고 해가 중천에 있을 때 시작 됐다.
“전군 돌격”
아진이 왕으로부터 하사 받은 대추나무 지휘봉을 힘차게 휘두르는 것과 때를 맞춰 목청 큰 천부장의 고함을 질렀고 이 고함은 그대로 각 부대의 부장들에게 반복 되었다.
사방에서 방포가 오르고 방패차와 공성차를 앞세운 기갑대가 선두에 서서 흙먼지를 날리며 고함 소리와 함께 성쪽으로 밀려 들어 갔다.
성에서 날라오는 화살과 투석은 방패차에 가로 막혀 무력할 뿐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오른쪽 성곽이 돌먼지와 함께 펑하고 구멍이 나기 시작 했고 한번 구멍이 난 성곽은 여지없이 허물어 졌다.

위에서 떨어지는 뜨거운 물이 문제이긴 했어도 아군의 피해는 별로 없었다.
팽홍왕은 자신의 성곽이 무너져 내리는 데도 연신 박수를 치면서 ‘잘한다’ 소리를 연발 하고 있었다.
무너진 성벽안으로 물밀듯이 고구려군 기마대가 몰려 들어 갔다. 여기저기 병장기 부딪는 소리와 고함소리 신음소리가 피어 올랐다. 난전과 같은 백병전이 시작 되었으나 갑옷으로 무장한 말을 탄 기마군과 보병의 대결은 처음부터 상대가 되지 않았다. 기세가 꺾인 연군은 우왕좌왕하며 도망치기에 바빴다.
고구려군은 파죽지세로 궁성이 보이는 곳 까지 진격을 했다.
궁성 둘레에는 해자가 파여 있었고 또 궁성에 이르는 길 양쪽은 가산이 꾸며져 있었다. 인공으로 조성한 인공 돌과 소나무 구릉 이었다. 조경용이기도 했고 수비를 위한 군사 작전용이기도 했다.
아진군은 팽왕이 일러주지 않았다 하더라도 그쪽에 무언가 매복이 있으리라는 짐작을 할 수 있는 그런 지형이었다.

아진군은 전열을 정비 할 겸 가산의 입구에서 일단 멈췄다.
“역시 병력이 매복해 있습니다. 장군.”
“그래 나도 그 낌새를 보고 있소.”
소나무 가지들이 흔들리고 있었고 여기저기서 인기척과 병장기 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흥분한 김에 궁문 앞 해자까지 내쳐 달려 갔더라면 적지 않은 낭패를 보았을 했을 일이었다.
이쪽 부대가 전진을 멈추자 숲에 숨어있던 연군들도 맥이 빠졌는지 얼마 지나지 않아 거구의 한 연군 장수가 장창을 꼬나 쥐고 해자 앞으로 달려 나와 떡하니 버티고 서는 것이다.
“저 장군이 바로 장보 장군입니다.”
옆에 있던 풍홍의 병사 한사람이 고구려 장수들에게 일러 줬다.

장보는 용성 제일의 장수로 용력과 담력이 뛰어나다고 소문나 있었다. 후한의 장비를 흠모하여 병기도 장팔모사를 쓰고 있었고 얼굴에는 덥석부리 수염을 기르고 있는 위인이었다.
아닌게 아니라 수하도 없이 혼자 모사를 비껴든 채 해자의 다리를 등지고 서 있는 모습이 장비가 장판교에서 조조의 위군을 상대 하던 그 모습이 연상 되는게 사실이었다.
“고구려 오랑캐 놈들아 여기가 어디라고 감히 쳐들어 왔느냐. 나희 중 용기가 있는 자 있다면 나의 창을 받아 보아라.”
장보가 고구려군을 향해 큰소리를 쳤다.

이쯤 되면 장군전을 치루지 않을 수가 없게 됐다. 후한 이후부터 삼국 시대 까지만 해도 전투마다 각 진영의 장수들이 전군 환시리에 서로 자웅을 겨루는 장군전이 반드시 있었는데 16국 시대에 들면서 그런 낭만적인 전통은 사라져 가고 있었다.
“쥐새끼처럼 숨어 있는 네 수하들이나 거두어라.”
성벽이 급한 천부장 말객 등대가 앞으로 나서며 응대를 했다.
“매복이 무섭다면서 여기까지 용케 왔구나. 용기가 있다면 이리 와서 본좌의 창을 받아 보아라 고구려 촌놈아.”
등대는 말을 달려 앞으로 나가려 했다.
“말객 참으시오”
참위가 그의 말의 고삐를 잡으며 말렸다.
“일부러 당신의 부아를 돋구려 그러는 것이오. 달려 나가단 산적 꼬지가 되기 십상이오.”

“거 보아라 용기도 없으면서 냉큼 무릎이나 꿇어라 그러면 너희들 목숨만은 보전해주마.”
장보가 기승을 내고 있었다.
숲속에 있던 연군들도 굳이 자신들의 모습을 감추지 않아도 된다는 듯이 군데 군데 머리를 삐쭉 내밀고 있었고 일부러 그러는 듯 방포 들을 들었다 놨다 하는 것이 보였다.
아진은 순간 궁리를 해야 했다.
기실 숲에 숨어 있는 군사라 해야 기백을 넘지 않을 텐데 그 스무배에 가까운 병력이 그들 에 눌려 발이 묶인 형국이기 때문이었다.
방패차와 공성차를 동원 하기에도 옆 부분의 공격이라 피해가 만만치 않을 터 였다.
가산은 양쪽으로 민가들로 연결 되어 있었다. 권신들의 저택인 듯 장원 형태의 큰 집들이 대부분 이었는데 이 장원들을 격파하고 뒤에서 산으로 올라 공격 할 순은 있겠지만 이또한 시간이 걸리는 일이었다.

이때 풍홍왕이 도착 했다. 뒤쪽에 남아 있으라 했건만 조급증을 못 이겨 따라온 모양이었다.
“장보로군, 저놈은 만용만 있어 가지고…”
모사를 비껴든 채 이쪽을 노려보고 있는 장보를 보고 퐁홍왕이 혼자말처럼 뇌까렸다.
“장군, 내가 나서 보겠네.”
아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놈 장보 듣거라, 내가 누군지 아느냐?”
어디서 그런 목소리가 나왔는지 평소의 그답지 않게 크고 위엄있는 목소리로 소리쳤다.
“누구긴 누구냐? 풍홍인지 부홍인지 백성을 못살게 굴다 배신해 오랑캐 고구려의 주구가 된 왕인 것을 안다.”
장보도 지지 않고 큰소리로 답했다. 왕에 대한 존경심은 추호도 없었다.
“저놈이…”

풍홍은 얼굴이 붉으락 푸르락 해져 씩씩 댔다.
“이놈아 내가 너를 평소에 섭섭지 않게 대해 줘Yrj는 어찌 이럴 수 있느냐, 쓸데 없는 만용 부리지 말고 어서 길을 열어라. 너희 연군은 고구려군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
연군에 대해 너희 라는 호칭을 사용하는게 아진의 귀에 들어왔다.
“곽생이라는 놈 나오라고 해라, 내 이모든게 곽생놈의 농간이라는 것을 잘알고 있다. 그놈만 징치하면 다른 사람들은 용서해 줄 수 있느니라.”
“곽생 대부야 말로 나라의 충신이고 이제는 주장이시다. 함부로 그 이름을 더러운 입에 올리지 마라. 풍홍 너나 너희 고구려 겁쟁이들이 감당할 분이 아니다.”
홀연 장보가 옆에 있던 말을 타고 이쪽으로 달려 나왔다.
그 기세가 사못 대단했다.  (계속)

 

Related posts

<실록(實錄)소설> 순명(順命) 그때 거기 지금 여기 (연재 8)

안동일 기자

<장편소설> ‘조선여인 금원’ 연재 17회

안동일 기자

<장편 이민현장 소설> ‘영웅의 약속’ 연재 84회

안동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