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46 F
New York
September 20, 2024
hinykorea
연재소설

<장편 연재소설> ‘구루의 물길’ -연재 39회

안동일 작

– 어려운 결단, 파병

중원의 패자인 위나라에서 이를 좋게 볼 리 없었다. 따지고 보면 고양이를 기른 셈이었는데 연왕 에게 풍발을 천거 했던 측이 위 였지만 정변을 일으켜 황제 까지 칭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던 것 이다.
하지만 인과응보라고 할까 풍발은 아들인 풍홍에게 시해를 당해 왕위를 찬탈 당했다. 자칭 황제에 올라 기고만장해진 풍홍은 사치와 방탕에 빠져 백성들을 돌보지 않으면서도 위를 침범해서 그 나라 백성들을 잡아 오는가 하면 위야 말로 오랑캐 선비의 나라임으로 동북의 정통성은 한족인 자신에게 있다면서 강남의 송과 교류 하면서 사사건건 위를 자극 했다.
그러자 참다못한 위가 드디어 대군을 동원, 연 정벌에 나설 것을 선포 하면서 전국에 병정들의 소집령을 내렸다는 소식이 들렸다. 다급해진 풍홍은 고구려에 사신을 보내 구원을 요청 했던 것이다.
기실은 고구려 장수왕 으로서도 선뜻 응하기 어려운 원병 요청 이었다. 순망치한의 이치로 가뜩이나 오만한 위가 더 강성해져 요동을 장악 하게 되면 고구려로서도 좋은 일이 아닌 것은 틀림없지만 그렇다고 자국 백성들조차 충성을 바치지 않는 풍홍을 위해 원군을 보내 강성한 위와 전면대결 한다는 것은 썩 내키지 않는 일일뿐더러 위험한 일이 아닐 수 없었던 것이다.
다급해진 풍홍은 사신을 세 차례나 연달아 보내면서 원병을 요청 했고 장수왕은 병부의 장군들이 한번 의논해 보라는 지시를 내렸던 것이다.

“그렇다고 우리가 군을 동원하지 않으면 위의 위세에 눌려 머리를 수그린 격 밖에 되지 않습니다. 형식적이나마 병력을 보내 상황을 살피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생각 됩니다.”
아진의 옆에 앉아 있었던 연나부의 젊은 장자 목도부가 안을 내놓았다. 목도루는 주목 받는 신진기예의 한사람이었다.
“형식적으로 보낸다…. 그건 풍홍의 눈치를 보자는 얘긴데, 풍홍이 그런 위세가 있을 때의 경우 아닌가?”노장군들 쪽에서 이견이 나왔다.
“꼭 풍홍이나 연 군부의 눈치를 보자는 게 아니고 병사를 내기는 하되 위나라가 어떻게 나오는가에 따라 상황을 보아 가면서 대처를 하자는 그런 뜻 입니다. 또 우리로서는 우리 국경을 주시하고 있다는 의지를 보이는 것도 되겠지요.”
목도부가 자신의 견해를 피력 했다.
“그래 그거 탁견인 듯 싶은데, 제장들은 어떻게 생각 하시오?”병부랑이 좌중을 둘러보며 말했다.
몇몇 노장군들이 미심쩍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삐죽이 내밀기는 했지만 별다른 이견을 내지는 않았다.
“그러면 일단 마마께 우리들의 의견은 그렇게 모아졌다고 고하고 오도록 합시다.”
병부랑과 태 대말객 몇 사람이 왕의 집무전으로 갔고 나머지 장수들은 도방에 앉아 하명을 기다리기로 했다.

좌중은 더 시끄러워 졌다.
지금이 추수를 해야 할 시기인데 대규모 병사를 동원 하면 어떻게 하느냐 평양성 마무리 공사도 다 끝내지 못했는데 파병이 가당치나 한일이냐 등 궁시렁 대는 소리도 들렸지만 누가 주장이 되어 나가야 하는지 규모는 얼마나 돼야 하는지가 중점 사안이 돼 설왕설래가 계속 됐다.
“자 자, 내말 들좀 들으시오, 참 딱 들 하시오, 무어 걱정들 한단 말이오? 왕께서 나가라면 나가고 있으라면 있는거지 우리가 무슨 결정을 한단 말이오, 불충스럽게, 오늘 이 자리는 왕의 명령을 따르겠다, 충성을 다하겠다, 이렇게 다짐하는 자리가 되어야 하는 것 아니겠소?”
병부 주태 나밀운이 다시 나서 찌렁찌렁한 목소리로 좌중을 제압 했다.
몇몇은 아직 못마땅한 표정을 감추지 않았으나 반론을 내지는 않았다. 병부랑과 태말객들이 떠난 좌중에서 나밀운은 나이로나 서열로나 가장 좌상이기도 했다.
그는 평양 출신이었다. 천도 초기 평양 출신과 국내성 이주파 간의 알력은 적지 않았으나 서서히 정리돼 가고 있는 단계였다.

달도 차면 기우는 법이라 했던가. 이제 5나부는 그 권위를 잃어 가고 있었다. 거기에는 왕의 주도면밀한 안배와 책략이 주효했음은 물론이다.
오늘 회의만 하더라도 아진이 생각 했듯이 왕의 권위를 다시 높이고 군부 주요 수장들의 성향과 충성도를 확인 해 보려는 왕의 의도가 다분히 담겨져 있었던 것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어전으로 갔던 병부대로 일행이 병방으로 돌아 왔다.
상당히 상기돼 있는 표정들이었다.
“자 좌정들 하시오.”
병부대로의 지시에 모두 자리에 앉았다.
“마마의 명령을 전달하겠소. 대왕 께서는 우리 병부 수장들의 건의에 따라 후연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한 군을 파견 하기로 결정 하셨소. 총병력은 8만으로 하며 총사는 갈로맹광 장군이 맡기로 했소. 그리고 4명의 부사가 장군을 도와 전후좌우군 각 2만씩을 지휘하기로 했소. 부사는 본인과 총사가 상의해서 추후 발표하기로 했으며 평양성 내의 각 부와 나는 최소 경비 병력을 제외한 전 병력을 이번 출병에 참여 시키라는 분부가 게시었소.”
좌중이 소란해 지기 시작했다. 8만이라니 엄청난 대군이었다. 무엇보다 각 나부가 사병들을 모두 징발해야 한다는 것도 좌중을 시끄럽게 만드는 소식이었다.

“각 나부 마다 사정이 다른데 어떻게 인원을 정한단 말인지 모르겠소.”
역시 환나 쪽에서 볼멘 소리가 나왔다.
“최소의 장원 경비 병력만을 남기고 나머지 인원은 다 보내야 한다고 하지 않았소.”
병부대로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이번 출병은 우리가 회의에서 뜻을 모아 결정한 일인 만큼 추호도 착오가 없이 진행 될 수 있도록 각 장수들은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오.”
“출병 일자는 어떻게 됩니까?”누근가가 물었다.
“아무래도 점검을 해야 되기 때문에 딱 못 박지는 않았지만 열흘 이내에 모든 준비를 마치려 하고 있소. 마마 께서도 이왕 파병 할 것이면 빨리 치러 내자고 하셨소.”좌중이 더 소란 해지기 시작 했다. 열흘 안에 8만의 대군을 소집해 정비 한다는 것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자 자세한 사항은 계속 연락을 취하도록 할테니 이만 각자의 위치로 돌아가 민반의 준비를 하기 바라오.”
병부대로는 산회를 선언했고 대말객 이며 이번 원정군의 총사로 지명된 맹광 장군 등 수뇌부 몇 명은 게속 회의장에 남아 의논을 할 모양이었다. (계속)

Related posts

<실록(實錄)소설> 순명(順命) 그때 거기 지금 여기 (연재 47)

안동일 기자

< 장편소설>  ‘조선여인 금원’ 연재 제 2회

안동일 기자

장편 이민 현장소설> ‘영웅의 약속’ 연재 101회

안동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