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46 F
New York
September 20, 2024
hinykorea
연재소설

<장편 연재소설> ‘구루의 물길’ -연재 37회

 안동일 작

-천도, 그 험난한 여정

태온의 손이 칼로 향하는 것과 동시에 전각 안에 있었던 모든 환나 무장들의 손이 일제히 병장기로 가려는 것을 보고 도성패자도 칼을 움켜 쥐려던 손을 슬며시 거뒀다. 숫적으로 도저히 승산이 없었다.
그때 아진의 부월이 허공을 가르면서 전각 천정 대들보 옆에 퍽 하고 꽃혔다. 아진은 부월을 날리는 그 순간 몸을 날리듯 걸음을 옮겨 염창의 뒤에 바짝 섰다. 왕 옆 에는 완골 병부령이 앉아 눈을 부릅뜨고 앉아 있었고 대모달 두 사람이 태산처럼 서 있었지만 염창은 아진의 수중에 들어온 셈이다. 여차하면 아진의 단창이 염창의 목을 꿰 뚫을 수 있는 그런 위치였다.
“아니 무슨 짓이요?”
환나 중신 하나가 비명 지르듯 소리 쳤다.
“나 에게 묻지 말고 저 위를 보면 될 것 아니오?”
천정에서는 피가 방울 방울 떨어지고 있었다. 아진은 진작부터 온 신경을 천정 쪽에 집중하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밑에서 버럭 고함소리가 나는 순간 천정에선 기척이 더 크게 났고 그 기척은 왕 쪽으로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기에 부월을 날렸던 것이다. 피는 왕과는 조금 떨어진 탁자 위로 떨어지고 있었다. 아진은 몸을 더욱 바짝 염 대로쪽으로 붙여 아예 손으로 염대로의 어깨를 누르다 시피했다. 염태온이며 환나 무장들의 표정이 경악에 가까워졌다.
“아니, 환나 너희들이 감히…”
아진이 염창을 장악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한 병부랑이 벌떡 일어서며 소리쳤다.
환나 장수들은 염창과 태온을 번갈아 쳐다보며 당황해 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때 왕이 좌중을 둘러보며 한 마디했다.
“왜 그러느냐 아진, 소란스럽게… 중요한 회의라서 쥐새끼라도 한 마리 나타난 모양인데 왜그리 경망스럽게 구느냐?”
그러면서 왕은 다시 퍼렇게 질려있는 염창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며 한 마디 더 했다.
“염 숙부 어찌 이 호화로운 집에 쥐가 들끓는단 말이오?”
“글쎄말입니다. 부지런히 단속은 하고 있는데도 …”
염대로는 역시 노회 했다. 왕이 이쯤에서 수습하고 싶다는 뜻을 받아들인 것이다.
“그래, 아진 저것은 쥐 임에 틀림없다. 청소는 환나부에 맡기도록 하고 그쯤해라.”
왕은 망연자실하고 있는 염 태온 쪽으로 눈길을 돌리더니 말을 이었다.
“염 장군! 그 패기는 여전 하구려. 하지만 패기만으론 집안의 쥐를 잡을 수 없지 않은가?
환나가 국내성에 남겠다고 한 말은 쥐가 듣고 있기 때문에 짐짓한 말로 인정하고 내 못들은 걸로 하겠소. 아니 그렇소? 염 숙부.”
염창은 아무 대답이 없었다. 백전노장의 노회한 염창이 사시나무 떨듯 떨고 있는 것을 아진은 느낄 수 있었다.
“아진, 밖에 있는 장수의 이름이 무엇이었지?”
아진은 대뜸 누구를 말하는지 알아들었다.
“도혁만 대모달입니다.”
“대모달 도혁만을 들라하라. ”
왕은 전각 밖에 까지 들릴 정도의 큰 소리로 저 만큼에 있는 환나 경비병에게 큰 소리로 명령했다.
환나의 장수들은 어리둥절해 할 뿐 제지하지 못했다. 전혀 그럴 상황이 못됐다.
“그럼, 천도 행렬의 선도에는 환나가 서는 걸로 확실하게 결정된 것으로 알겠소. 더 이상 재론한다면 국법으로 다스리겠소. 구체적인 행로와 규모는 병부령을 통해 다시 이르겠소.”
염태온은 얼굴만 붉으락 푸르락할 뿐 아무 대꾸도 못했다.
이때 회랑 앞에서 소리가 들렸다.
“대모달 도혁만 입니다.”
경비병들이 고했는지 이내 도혁만이 나타난 것이다.
“들라하지요? 들라해라. ”
왕이 염창에게 의견을 구하는 듯 하더니만 대답도 기다리지 않고 명령했다.
도혁만은 염창은 쳐다보지도 않고 왕 앞에 무릎을 꿇었다.
“마마, 부르셨습니까?”
“음, 그래. 여기 염 대로와 상의를 끝냈는데 도 장군 자네가 수고 좀 해주어야 겠어. 이 길로 소노부로 가려하는데 날쎈 군사 이 백만 추려서 나를 호위해 주어야겠네. 소노부는 환나부와 다르거든. 그렇지요? 염숙부.”
염창은 아예 눈을 감고 있었다.
“전하를 모시게 되어 영광입니다.”
도혁만은 상기된 얼굴로 왕에게 머리를 숙였다. 그는 뒤통수로 염태온 이며 환나 장수들의 따가운 눈총이 쏟아지는 것을 알지 못할 정도로 흥분해 있었다.
도혁만이 나가자 왕은 더 엄청난 말을 했다. 왕은 다시 염태온을 쳐다보며 이렇게 말을 했다.
“소노부로 가는 길에 염장군도 같이 가야겠소. 아무래도 환나의 군사는 환나의 장군이 통솔해야 하지 않겠소?”
왕의 말에 아진도 놀랄 뿐이었다.
“아드님을 데려가는 대신 내 아우와 같은 아진을 여기 남겨 두겠소. 아진 너는 염숙부를 잘 뫼시어라.”
아진은 순간 당황 할 수 밖에 없었다. 노인에게 계속 부월을 들이대고 인질로 잡고 있으란 뜻인지 또 성이 날대로 나있는 염태온을 어떻게 부릴 것인지 도무지 요량이 서지 않았다.
그때 도성패자가 자리에서 이러 서더니 태온에게 다가갔다.
“염장군 아까는 내가 너무 흥분 했었네, 요즘 신경이 날카로워져 있어어….”
하면서 손을 내밀었다. 떪 떠름한 표정이었지만 염태온도 내미는 손을 잡지 않을 수 없었다.
“내가 더 흥분해 있었네.”
두 사람이 손을 잡는 것과 동시에 왕은 아진에게 물러 서라는 눈짓을 했고 아진은 휴 하고 한숨을 쉬며 왕의 뒷 쪽으로 서는 것으로 좌중은 정리가 됐다.
일단 기세가 완전히 꺾인 환나의 장수들은 더 이상 어쩌지 못했고 오히려 왕이 도혁만을 내세워 자신의 정병 2백을 뽑아 소노로 가는 길을 환송 했다. (계속)

Related posts

<장편 역사소설> ‘구루의 물길’ – 연재 제20회

안동일 기자

<장편 이민현장 소설> ‘영웅의 약속’ 연재 39회

안동일 기자

<장편 연재소설> ‘구루의 물길’ 연재 68회

안동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