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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ptember 20,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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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

<장편 역사소설> ‘구루의 물길’ – 제25회

안동일 작

7. 축제의 수렵경연

-고구려는 매년 3월에는 낙랑 언덕에서 사냥을 하는데 이날 잡은 짐승으로 산천신에게 제사를 지낸다. 그때 왕이 직접 5부의 신하들을 데리고 사냥에 나갔다. (삼국사기 권 45,열전, 온달.)-

경진년 어전 수렵 제전은 압강 너머 요양산에서 펼쳐졌다. 수렵제전, 사냥 대회는 10월의 동맹제전 못지않은 도성 백성들의 축제 날 이기도 했다.
왕을 필두로 제가 백관들이 모두 참여해 그간의 닦은 무예 기량을 뽐내고 우승자 에게는 왕이 직접 하사하는 큰 사발의 어사주와 푸짐한 상품이 돌아가는 한바탕 야외 잔치였다.
아침부터 물이꾼들의 함성과 여인네들의 웃음, 그리고 활시위 소리 창던지는 소리가 산 전체를 진동 하고 있었다. 사냥대회인데도 저마다 가장 좋고 화려한 옷을 입고 나와 부와 미색을 뽐냈고 저마다 먹거리를 들고 나와 야외에서 조리를 해 먹고 마시고 즐기는 모습을 보였다.
부족국가의 연원의 테를 벗지 못했던 경진년 까지는 이 대회 또한 각부와 부락간의 경쟁이었다.
양민 하호들은 몰이꾼이 되어 산 정상에서부터 북과 징을 치면서 산짐승 들은 산 아래로 몰았고 참가자들은 산중턱에나 기슭에 대기 하고 있다가 활과 창으로 짐승들을 포획했다.
궁내부며 오부의 원로들이 심사관이 되어 누구의 화살 혹은 창이나 검이 결정적인 일격 이었냐를 심사해 점수를 매겼다. 큰짐승 사나운 짐승일수록 점수가 높은 것은 물론이었다.

근위병인 아진은 내부인 계루부 소속으로 대회에 참여 하는 것으로 되어 있었으나 왕을 호위해 함께 중앙 금상 천막에 있어야 했기에 입상하기는 어려운 점이 있었다.
“오늘은 천신님들 께서도 도움을 주시는구나, 이렇게 날씨가 청명하단 말이냐?”
붉은 경장에 활을 들고 있는 왕도 연신 흡족한 찬사를 표하곤 했다.
“그나저나 워낙 산이 깊지 않아 짐승들이 많지 않을 것 같아 걱정입니다.”
계루부 원로 궁사 한사람이 왕에게 걱정의 소리를 했다.
“꼭 큰 짐승 잡아 한다는 법은 없지, 이렇게 모두 나와 유쾌하게 지내는게 좋은일 아니더냐?” 굳이 사냥터를 요양산으로 정한 것도 왕이었다.
“아진 여기 있지 말고 나가서 저쪽 목을 지켜라, 그래야 우리 체면 세울 것 아니냐?”
왕이 아진에게 한마디 채근했다.
“괜찮습니다. 마마 아직 몰이꾼들 함성이 저 위에 있습니다.”
“그래. 그렇군, 사냥이야 아진이 전문이니까. 참 용노사는 안녕하시더냐?”
왕은 아진이 용노사 초막에 가서 수련한 일까지 알고 있었다.
“예 아직 정정 하십니다.”
“특별히 창법을 배워 왔다고 ?”“제대로 깨우치지 못한 것 같아 부끄럽습니다.”
“아진 너 답지 않게 겸손할 줄도 아는구나, 역시 용노사가 참 좋은 스승이긴 하구나 ”

왕이 다시 말을 이었다.
“창법을 배운 것은 잘 한일이야, 도 한달, 창 일년 이란 말이 있지 않은가 다들 도나 활을 하는데 군사를 운용하려면 창이 제일이지”
그때 저쪽에서 와 하는 함성이 들렸다. ‘환노부 양 장군 천세 ’하는 함성이 이어졌다.
명궁사 환노부의 양곤태가 장끼를 활로 잡은 모양이었다. 대회 첫 점수 였다.
첫 수확은 가산점이 있었다.
“이제 계속 장끼가 떠오르는 모양입니다. 마마 저희도 나가겠습니다.”
계루부의 궁사들이 왕에게 포권례를 하고는 천막을 나설 채비를 했다.
“그래 나가라, 그리고 활은 공중에 대고 쏘도록 행여 몰이꾼들 맞추지 않도록…”
“예 명심하겠습니다.”
궁사들이 나간 뒤에도 아진은 천막에 남아 있었다.
“오랫만에 잡아 보니까 잘 안될 것 같은데…”
왕이 빈 활시위를 당겨보며 혼자 말처럼 말했다.

왕은 사냥의 마지막을 장식하게 되어 있었다. 오후 무렵 노루나 사슴 한 마리를 몰이꾼들이 왕이 있는 쪽으로 몰아오면 다른 궁사들이나 창수들은 비켜나 있고 왕이 활을 쏘아 대미를 장식하면서 만세의 환호를 받게 되는게 관례였다.
“잘 하실겁니다. 마마 걱정 마십시오. ”
궁녀 한사람이 대꾸했다. 무미였다. 금상 천막에는 궁녀들 몇이 있었는데 무미도 거기 있었다.
그러면서 무미는 왕의 활을 받아 이리저리 살피더니 조임새를 몇 번 만지고는 주머니에서 아교를 꺼내 시위에 한번 더 칠을 했다.
“무미, 네가 활도 안단 말이냐?”
“아비가 쏘는 걸 어려서부터 봤지요.”
“으흠 그랬구나.”
왕은 기특하다는 표정으로 무미가 화살을 꺼내 활촉을 만지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무미의 아버지도 연나부 이름난 궁사였다.

“아진님 거기 숫돌 좀 주세요. 이건 조금 더 세워야 겠는데요.”
굳이 자신이 몇 걸음 옮겨 가져와도 될 것을 아진을 일부러 끌어 들이는 태가 역력했다. 무미는 아까부터 아진을 바라보면서 무언가 아는 척을 하고 싶어 했었다.
무미는 활촉을 손질한 다는 핑계로 아진에게 ‘이것 좀 보라 ’ ‘저것 좀 잡아라’ 하면서 옆을 떠나지 못하게 했다. 활촉 손질이 끝난 뒤에는 아진이 들고 있던 단창의 날까지 손봐야 한다고 막무가내로 빼앗아 창끝 날을 퍼렇게 세워 만들면서 계속 아진과 신체 접촉을 일삼았다. 아진은 얼굴이 벌게졌다.
그런 무미와 아진의 모습을 보면서 왕도 빙그레 웃었다.
무미와는 며칠 전 에도 아진으로서는 부끄러운 모습을 왕 앞에 보인 적이 있는 터 였다.

아진이 용노사 초막에서 훈련을 마치고 궁으로 돌아온 날이었다.
흑치 사범에게 인사를 하곤 숙소인 내군 막사로 가는 길이었다.
작은 담을 지나 왕의 침전 앞쪽에 꾸려져 있는 정원을 돌아 가야 내군 숙소가 나왔다. 정기신의 운용에 대해 생각 하면서 큰 전나무 옆을 지날 때였다.
누군지 나무 밑에 사람이 있다는 것은 느끼고 있었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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