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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ptember 20,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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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

<장편 역사소설> ‘구루의 물길’ – 연재 제15회

 

안동일 작

거련 태자와의 운명의 조우

원행 중에 창학사의 오경에 대한 설명은 이어 졌다.
“오경(五經)은 주역(周易) 서경(書經)) 시경(詩經) 예기(禮記) 춘추(春秋)의 5가지 경서를 이른르는데 여기서 경(經)이란 정치·윤리의 기본원리를 제공하는 사람들의 영원한 규범이란 뜻이지. 이 오경에 악(樂)을 더하여 육예(六藝 ) 육경 (六經)라고도 하지.
시경(詩經)은 중국 춘추(春秋)시대의 민요(民謠)를 중심으로 한 가장 오래된 시집(詩集)이라고 할수 있지. 서경은 요순 때부터 주나라 때까지의 정사(正使)에 대한 문서를 수집하여 공자님께서 편찬한 책이지, 아진, 요순 시대라고 들어 봤는가?”
“예, 계루부 능 학사님에게 들었습니다.”
“그랬구나, 사람들도 그렇고 세상이란 게 참 묘해 우리가 계속 영토를 확장하고 사람들을 편하게 잘살게 됐다고는 하지만 그런 가르침을 보면 옛날이 더 살기 좋았다고 하니 말이야.”
“사람들 살기가 편해 졌습니까?”
이 말에 창학사는 아진을 물끄러미 쳐다보기만 했을 뿐 아무런 대꾸를 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다음 설명으로 넘어갔다.
“오경 중에 가장 재미있는 경이 바로 주역(周易)인데 점을 보는 점서(占書)라고 할 수 있지.”
“점이요? 유학에서도 점을 봅니까?”
“응 그래 그걸 좀 논리 정연하게 설명하고 있는데 어떻게 보면 주역은 셈을 다루는 수학이라고도 할 수 있고 어떤 경우에는 이런 결과가 나온다는 통계를 다루고 있다고도 할 수 있는데 어쨌든 그 뜻이 아주 심오한 가르침이란다. 주역은 경(經)과 전(傳)의 두 부분으로 되어 는데 경에서는 우주와 인생의 원리를 양효(陽爻)와 음효(陰爻)를 여섯 개의 선으로 된 그림으로 설명하고 있지. 그 설명이 꽤 복잡하고 긴데 여기 좀 봐라”
그러면서 창학사는 자신의 손바닥위에 선을 몇 개 그었다.
“이렇게 계속 이어진 선과 잘라진 선 두개의 선이 있는데 이 선들을 세중 네줄로 모아 그림을 그리는데 그 각각의 그림을 괘(卦)라고 하지. 모두 예순 네 개가 있단다. 당초는 서죽(三竹)이라 불르는 대나무와 작은 나무토막 산목(算木)을 써서 실제로 조합을 만들어 길흉을 판단했다는데 연구가 더 있어야 할 부분이지. 주역은 음양(陰陽),사상(四象),팔괘(八卦) 등 팽창되는 원리로 이 세상이 어떻게 이루어져 있고 앞으로 어떻게 펼쳐질 것인가 한은 많은 심오한 내용을 담고 있는 책이란다. 기회가 되면 꼭 배우도록 해라, 네 인생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여겨진다. 오죽하면 공자님 이 주역을 대성이라고 까지 불렀지 않았겠니.”
아진은 고개를 끄덕 였다. 꼭 배우고 싶엇다. 우주의 원리, 그리고 인생의 길흉화복이라….

태학은 도성 북쪽 언덕위에 자리 잡고 있었다.
풍광 좋은 곳의 넓은 공간을 차지하고 있었는데 경당과 사당 그리고 학생들이 기거하는 숙사로 구성되어 있었고 말 타기며 궁술을 읽힐 수 있는 너른 연병장이 있었고 아진네의 돌 경전 건립 공사 말고도 크고 작은 공사가 진행 되고 있었다.
태학에서는 아진 등 석도강 사람들을 위해 남향의 양지 바른 곳에 작업장 천막을 설치해 주었다. 아진은 그곳에서 어렵사리 구한 석판의 마무리 손질에 여념이 없었다. 장백산 까지 원행을 하면서 구한 돌들 이었다. 어차피 크기며 모양을 완전하게 똑 같이 할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비슷해 질 만큼은 비슷해 져야 했기에 손 이 더 갈 수 밖에 없었다.
이곳 학사 박사들도 많은 관심을 갖고 있어 틈만 나면 석도 천막을 찾아오곤 했다.
특히 자신의 글이 석판 지석에 새겨질 남온 이란 박사는 천막에서 살다시피 했다.
남온 박사는 해맑은 사람이었다. 석판에 적힐 자신의 글을 몇 번이고 써와서 구하와 아진에게 보여주면서 ‘이건 어때?’하며 큰 소리로 읽어 주기도 했고, ‘이건 여기가 틀렸구나 하면서 다시 써 야 겠지?’ 하며 혼자 결론을 내고 다시 들고 가곤 했다.
지석을 만드는 일은 구하의 손이 가장 많아 가는 일이었다. 종이에 쓰여진 글을 돌판에 풀을 먹여 굳힌 다음 예리한 칼로 하나하나 파내야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만에 하나 실수라도 해서 돌이 쪼개지거나 글자 옆이 무너지기라도 한다면 새로 시작해야 하는 조심스러움이 요구되는 일이다. 아진은 구하를 도와 돌결이 어디 있는지 또 어디부터 칼을 대야 하는지 의견을 내곤 했다.

아진은 석판을 열심히 연마했다. 신바람이 나서 아침 일찍 태학 문을 들어섰고 저녁에도 구하와 함께 태학 순라꾼의 재촉을 받고서야 가장 늦게 태학 문을 나서는 사람이었다. 다만 태학에 와서 보니까 망구얼타이님의 말마따나 석도강 식당의 음식이 나쁜 편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 아쉬움이라면 작은 아쉬움이었다.
이렇게 바쁜 나날이 계속 되는 어느날 이었다.
구하가 칼로 새겨낸 주역의 도입부 석판을 다듬고 있는 중이었다. 햇살이 화창한 오후 무렵이었다.
인기척이 있었고 누군가 자신들의 작업을 지켜보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계속 일에 열중하고 있었다. 그런 일이 여러 번 있었기 때문이다. 작업장을 찾아 신기한 듯 일하는 모습을 쳐다보고 이것저것 물어 오는 사람마다 응대 하다가는 작업의 진척이 도통 없었기 때문 이었다.
하지만 이번의 사람은 꽤나 진중한 사람인 듯했다. 차 한잔 마실 시간이 지나도록 도통 기척이나 소리 없이 작업을 지켜보는 것이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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