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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ptember 20,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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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

<장편 이민 현장소설> ‘영웅의 약속’ 연재 102회

안동일 작

대망의 고구려 프로젝트

 

“글쎄, 한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는데…”

순간적으로 생각을 해도 그말은 맞았다. 승혜와 헤어지지 않고 변호사가 된 뒤 그녀와 결혼해 가정을 꾸렸으면 분명히 다른 삶을 살았을 터였다.

“모르긴 해도 달라졌을 거예요, 오빠의 오늘과 같은 모습이 아니었을 거예요.”

“지금의 내모습이 어떤데?”

“당연히 엄청난 거인이란 느낌을 갖게 되죠. 미 국무장관 유도 아닌…”

“그래? 그얘기 아직도 기억 하고 있군. 지금 내모습이 국무장관 보다 났단 말이지?”

“그럼요 나아도 훨씬 났죠.”

“고맙군, 그렇게 생각해 주니까,…”

“신문마다 오빠 기사를 온통 도배하고 있는것 아시죠? 오늘 아침에도 어떤 모임에 갔었는데 거기서도 그 얘기였어요, 그게 바로 만주를 우리땅으로 만들고 고구려의 구토를 회복하는게 아니냐고요. 빌리 정이라는 사람이야 말로 이시대의 광개토대왕과 같은 사람이라고 까지 하더군요.”

“너무 그쪽으로 끌고 가니까 오히려 우리가 앞으로 일하기 힘들어 질것 같아, 그래서 걱정이야.”

“참 요동개발 프로젝트가 추진되면 우리 서해안도 당연히 개발이 된다고 하는데 그것도 오빠가 추진 하는거예요?”

“아니야 그건 국내기업이 하는 거지.”

얘기가 다시 그쪽으로 흐르고 있었다. 그래도 얼마간 이나마 가슴에 담겨 있던 말들을 쏟아 놓으니 마음의 앙금이 가라 앉는 것 같았다.

어느새 처음 출발했던 자리에 되돌아 와 있었다. 두사람은 쇠난간을 잡고 바다쪽을 향해 나란히 섰다. 오후의 태양이 바다를 더 짙게 만들면서 표면에 반짝이고 있었다.

다시 되돌아온 자리, 그리고 다시 만난 사람. 인생의 길에 상봉과 이별 그 얼마나 많은가. 인생이 숫제 만남과 헤어짐의 연속이거는… 어떤 상봉 어떤 이별이 과연 내 인생에 남는 상봉과 이별인가.

빌리가 반짝이는 물비늘들을 먼눈으로 바라보며 무심한듯 입을 열었다.

“며칠전에도 이곳에 왔었는데 그땐 내가 어디서 오는 길이었는지 알아?”

“그걸 내가 어떻게…”

“우리 엄마 묘소에서 오는 길이었지.”

“어머니 묘소가 한국에 있어요?”

승헤가 놀란듯 물었다.

“뉴욕에 계신 엄마 말고 생모 말이야.”

승혜의 눈은 계속 똥그래져 있었다.

“우리 엄마야 말로 상봉과 이별을 제대로 못한 불쌍한 분이지.”

한참의 침묵이 흘렀다.

“국민학교 다닐때 였지 하루는 학교를 마치고 집에 돌아 갔더니 집안 분위기가 아주 이상한거야, 낮이었는데도 아버지가 집에 돌아와 계셨지.”

빌리가 시선은 계속 바다에 둔 채 조용히 말했다.

“원래 아버지야 엄마에게 친절하게 대한적이 별로 없었지만 그날의 아버지 표정과 그 분위기는 사뭇 달랐어, 어머니는 뭔가 하소연 하는 듯한 표정으로 아버지를 쳐다보고 계셨지, 대학원생 한사람이 나에게 영어를 가르치기 위해 집에 오곤 했었는데 그가 오는 날 이었음에도 그 형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어, 어떻게 된거냐고 내가 물었지만 아버지는 몹씨 화난 듯한 표정으로 나에게 고함을 쳤지, 방에 들어가 있으라고, 그러면서 그 자식은 이제 오지 않을 거라고 하는 거였어, 나는 내방으로 들어 가면서 엄마와 그형을 놓고 무슨일이 있었구나 하고 직감 할 수 있었지, 그 뒤부터 아버지의 엄마를 대하는 태도는 더 냉정해 졌고 엄마는 어렵사리 끊었던 술을 다시 마시는 거였어, 나는 모른체 했어, 아니 무시했던 거야, 그리고 몇달 뒤 나와 아버지는 미국으로 떠났어, 난 그게 당연 한 거라고 생각했지”

“그랬군요.”

계속 듣고만 있던 승혜가 한마디 했다. 웬일 인지 그녀의 눈에 눈물이 맺혀 있었다.

“승혜 혹시 기억 나나? 사람의 가슴에는 원래 사랑의 감정이 들어 있지 않은데 일종의 자기 최면이며 훈련으로 그런 감정을 키운다는 얘기 말이야.”

“기억 나요, 그땐 그말을 이해 못했었죠.”

“실은 나도 그말을 이해하지 못하고 사용했었지. 내가 엄마를 다시 생각하게 된 것은 승혜를 보고 나서야, 그래서 그말이 내 가슴에 들어 왔었고 이해가 되지 않던 그 말을 승혜에게 들려 주면서 나를 합리화 하고 또 위장하려는 억지 였지 않나 싶은데…”

“억지가 아니었어요.난 지금이나 그때나 그말을 이해 하지 못하지만 적어도 오빠가 냉정한 척 하고 또 치밀한 척 하지만 뜨거운 사랑의 가슴을 지닌 사람이라는 것은 알고 있어요.”

승혜가 가만히 자신의 손을 빌리의 손으로 가져 왔다.

빌리가 그손을 잡았다.

“오빤 열심히 살고 계시잖아요.”

“그런것 같아? 하지만 꼭 그렇지도 않아, 문득 어떻게 사는 것이 바르게 사는 것인지 알 수 없을 때가 있지, 내가 아버지 만큼이나 좋아하는 어느 노인은 이세상을 움직이는 것이 사내들의 꿈이라고 말했는데 그 꿈을 이룬 뒤에는 어떻게 하지? 그 꿈이란것 역시 부질 없는 허위의식이거나 자기최면 아닌가 싶을 때도 있지.”

“그건 오빠가 너무 혼자만 있어서 그래요, 한 남자의 꿈은 한여인에 의해서 완성 된다는 생각 해본적 있어요?”

“글쎄, 무슨 말일까?”

빌리가 자신의 손에 들어 있던 승혜의 손을 살며시 놓으며 그녀의 얼굴을 빤히 쳐다봤다.

“자신의 바로 옆에서 남자의 일을 이해하고 또 함께 만들어가는 반려가 있을 때 또 그 반려를 기쁘게 하기 위해서 라도 열심히 뛸때 그게 사람 사는 행복이 아닐까요?”

“행복? 참 오랫만에 들어보는 단어로군,“승혜가 말하는 행복이란게 그동안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반대로군.”

“오빠가 15여년 전에 나한테 한말이에요.”

빌리도 15년전 센트럴 파크가 생각 나기는 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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