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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ptember 20,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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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

<장편 이민 현장소설> ‘영웅의 약속’ 연재 100회

안동일 작

대망의 고구려 프로젝트

빌리와 친구들이 응시자 가운데 20명을 다시추려 최종 인터뷰를 하는 윌리엄 엔터프라이즈 중역 회의실의 모든 광경을 날개를 단 왕노사가 반나체로 그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새로이 탈라리아 프로덕션 고문으로 영입한 김장호 화백이 7년전 그렸던 그 그림은 아직 빌리네 회사 벽에 걸려 있었던 것이다.
빌리는 회사의 체제 정비를 끝내고 새로 영입한 간부와 기존의 멤버들 가운데 승진 승급을 시켜 간부로 올라선 78명과 포코노 산의 탈라리아 산장에서 3박 4일의 단합대회를 겸한 수련회를 가졌다.
빌리는 단 한마디를 했다. ‘꿈이 있는 사람에게는 길이 열리는 법’이라고.
수련회를 마친 다음날 빌리는 헤리와 함께 서울로 가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항공편 예약을 맡은 여비서는 빌리가 건네는 스케줄을 보고 고개를 갸웃 해야 했다. 생전 들어 있지 않았던 서울이 그 안에 적혀 있었기 때문이다.

***

여름 경찰서 1백미터 라는 글씨 밑에 붉은 화살표가 그려져 있는 철제 안내판이 유난히 고즈녁하게 보이는 철지난 해변 이었다. 경찰 모자 모양으로 생긴 섬인지 반도의 끝인지 저멀리 보이는 푸른 동산 끝에는 등대가 세워져 있었다. 모장의 창 끝 부분에 해당하는 곳이었다. 모래사장은 개펄 처럼 단단히 굳어 있었다. 군데 군데 물이 남아 있는 곳은 주름이 져 있었다. 빗살무늬 주름들이 오후의 석양을 받아 반짝이고 있었다.
“앞으로 많이 바빠 지겠네요.”
30대 중반의 깨끗한 인상의 여인이 반걸음쯤 앞에 서서 등대 쪽을 바라보고 있는 남자에게 말했다.
“그래야겠지.”
바지 주머니에 왼손을 찌르고 있는 남자가 무심한 듯 대꾸 했다. 여자의 눈이 귀밑에서 시작된 희미한 흉터에 고정돼 있었다. 여자는 아까부터 그 흉터가 어찌된 흉터인지 묻고 싶었지만 차마 운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이번엔 언제까지 한국에 있게 되는데?”

남자는 여자가 조금전 부터 반말투와 경어투를 적당히 섞어쓰고 있다는 것을 눈치채고 있었다. 만난지 벌써 3시간 가까이 되어가고 있었다.
할말이 많을 것 같았지만 정작 만나고 나니 무슨말을 먼저 꺼내 야 할지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녀를 만나기 위해 이곳 해변으로 오면서 빌리는 얼굴을 마주치는 순간이 어떨까 많은 생각을 했다. 사실은 그녀에게 연락을 할것인가 말것인가를 두고도 한참을 망설여야 했었다. 대충의 소식을 알게 된 것만으로 족하지 않는가 하는 생각도 들었던 것이다. 빌리의 에상대로 승혜는 최두환 의원의 부인이었다. 그녀의 소재를 파악 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그리고 최의원의 부인인 한승혜가 미국에 이민 갔다 중간에 되돌아온 사람이라는 것은 서산 사람들이라면 모두 알고 있는 일이었다.
매듭을 짓는다는 그런 기분도 있었지만 아무튼 얼굴은 한번 쯤 보고 싶었다. 사람을 시켜 승혜에게 연락을 해보라고 했다. 자신이 직접 수화기를 잡을 수도 있었지만 그 경우 혹시 그녀를 크게 난처하고 당황하게 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승혜에게 전화를 했던 차경웅은 그녀가 빌리를 잘알고 있다고 반가와 하더라는 얘기를 전해 줬다. 그러나 자신의 전화만으로 만날 약속을 하기에는 좀 그렇다고 망설이더라는 얘기였다. 그래서 이번에는 빌리가 수화기를 잡았고 그녀와 만리포 해변가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했던 것이다.
전화상으로는 상당히 쾌활하게 나왔다. ‘정말 반갑다’ ‘신문 봐서 소식은 들었다.’ ‘정말 대단하다’는 얘기를 했다. 물론 깍듯한 존대말을 쓰고 있었다. 빌리는 그녀에 대해 묻고 싶은게 많았지만 옆에 사람들도 있었고 또 그녀가 흔쾌히 약속 장소를 정하자고 하기에 자신이 서산쪽으로내려 가겠다고했다. 당연히 그렇게 해야 했다. 가정이 있는 주부를 서울에까지 올라 오게 할수는 없는 일이었다.

정작 얼굴을 마주 하자 승혜는 대단히 쑥스러워 했고 안정을 찾지 못하는듯 했다. 두사람이 만난곳은 만리포 노래비 앞이었다. 약속 장소는 빌리가 정한 곳이었다. 지난번 서산에 내려왔다 잠깐 둘러본 곳이었고 승혜도 마땅한 장소를 생각해 내지 못하는 것 같아 빌리가 정했던 장소 였다.
빌리가 조금 먼저 도착해 있었다. 차에 앉아 있기도 뭣해 밖으로 나와 별 생각 없이 노래비에 적힌 가사를 읽고 있는데 저쪽에서 차가 한대 들어왔다. 승혜가 탄 차였다. 차에서 내리는 그녀의 모습을 보면서 빌리가 그쪽으로 몇걸음 다가갔고 그녀가 빌리와 눈이 마주치자 씩 하고 멋적은 웃음을 지었다.

‘하나도 변하시지 않았네요.’ 그녀가 던진 첫마디였다. 악수는 청해 오지 않았다. 물론 주변에 운전기사며 사람들의 이목이 있기도 했다. 그녀의 모습은 많이 변해 있었다. 승혜라고 생각치 않고 길에서 그냥 마주 쳤다면 싑게 알아볼 수 없을 정도 였다. 살도 다소 오른듯 했고 퍼머한 머리하며 나이든 테가 역력 했다. 3선의 국회의원 부인쯤 되니까 초라한 행색은 아니었지만 그녀의 얼굴은 다소 짙은 느낌이 드는 화장을 하고 있었음에도 어딘지 수척해 보였다. 예전의 해맑은 소녀는 아니었다.
‘살아있으니까 승혜를 이렇게 만나게 되는군.’ 빌리는 처음부터 그녀에게 예전 처럼 반말을 했다. 그게 자연스러울것 같았기 때문이다.
‘정신없이 바쁘실텐데..’ 그녀의 두번째 말이었다.

승혜가 먼저 길에서 이럴게 아니라 어디 안에 들어가자고 했다. 탁트인 해변에서 만난다는 생각만 했지 다짜고짜 해변을 함께 걸을 상황이 아니라는 생각은 못했다. 마땅한 곳이 없어 바로 옆의 매운탕 집으로 들어갔다. 식당에는 손님이 아무도 없었다. 주인 아주머니가 그들을 방으로 안내 했다. 빌리는 바닥에 앉는 다는 것이 다소 불편 했지만 썰렁하고 다소 옹색한 느낌의 의자 있는 식탁보다는 안쪽의 밝은 방이 낳을것 같아 별 반대없이 구두를 벗고 실내로 올랐다. 밀폐된 공간이 아닌 실내쪽으로 탁 트인 방이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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