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46 F
New York
September 20, 2024
hinykorea
연재소설

<장편 이민 현장소설> ‘영웅의 약속’ 연재 98회

안동일 작

대망의 고구려 프로젝트

일은 장기전으로 들어가야 했다. 자칫 섯불리 나설 수도 없었다. 1백년도 훨씬 지난 영수증은 법적 효력을 상실하고 있었다. 억지로 법률적으로 꿰어 낸다 하더라도 상속자들이 영 쇠락해 있고 그 물건을 지니고 있지 않은 이상 소문만 무성해져 다께미야가 그 귀한 것을 정말 없애 버릴 수도 있는 일이었다. 남의집에 들어가 도둑질을 하기도 그렇고 당장은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었다.
빌리는 김천수 노인과 인상 좋은 사립탐정 하야시 신지 에게 맡기고 홍콩을 거쳐 왕노사를 만난 뒤 뉴욕으로 돌아가야 했다.
“정회장님, 실은 고백할게 있습니다. 저도 한국인입니다.”
빌리와 헤어지면서 얼굴이 벌개진 채 어색한 한국어 발음으로 하야시가 한 말이었다. 그는 한인 3세였다. 일본 경시청 형사출신인 그는 일본인들의 치사한 편견에 격분을 느껴 형사일을 때려치고 흥신소를 개업 했다는 것이었다. 빌리네가 찾고 있는 것들이 어떤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그는 그동안 한국인 이란 것을 숨겨 왔던 것을 속죄 하는 의미에서도 이일에 최선을 다 하겠다고 몇번이고 다짐했다.
“비용은 얼마가 들어도 좋습니다. 임형 꼭 좀 부탁 합니다.”
빌리가 그의 손을 부여 잡고 말했다. 그의 한국어 이름이 임 신이었다.

홍콩 공항에는 난데 없이 카니가 마중을 나와 있었다.
“놀랐지?”
카니가 빌리를 포옹하며 뺨에 키스를 하면서 말했다.
그녀의 모습은 언제나 빌리를 설레게 하는 그 무엇이 담겨져 있었다.
“응 웬일이야? 남편이 알면 어쩔려고?”
“겁내기는, 내가 그정도 밖에 안되는 여자 같아? 대인이 몸살끼가 있다고 나보고 나가보라시던데. 남편도 알고 있어.”
아무리 그래도 빌리에게는 썩 편하지는 않았다. 지난번에 왔을때 카니와 오랫동안 얘기 하면서 감정의 응어리라고 할까 아니면 어떤 미련이라고 할까 그런 것들이 조금은 사그러 들기는 했지만 그녀의 우수가 깃든 듯한 눈을 보면 빌리는 조건 반사처럼 욕망을 느껴야 했기 때문이다.
왕노사는 로렌스 언덕의 저택에서 빌리를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많이 편찬으신가?”
왕노사의 전용차인 링컨 컨티넨탈 뒷자리에 나란히 앉아 빌리가 물었다.
“아니 좀 피곤 하신가봐, 나이가 있으시니까, 빌리하고 하고 있는 그 일 때문에 조갑증을 내고 계셔서 더하지 뭐, 그래 일은 잘 되가는 거야?”
“응 그럭저럭.”
짧은 스커트를 입은 그녀의 미끈한 다리가 빌리의 눈에 들어왓다. 이제 40을 눈 앞에 둔 중년의 여인이었음에도 그녀의 몸매는 여전히 처녀 같았다.
카니의 손이 갑자기 빌리의 허벅지 위로 덮쳐왔다. 공항가도로 빠져 나가기 위해 로터리를 급회전 해야 했기에 차가 빌리쪽으로 쏠린 탓도 있었지만 다분히 의도적인 행동도 포함돼 있었다. 차가 평정을 찾았음에도 그녀는 손을 치우지 않았다.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빌리의 허벅지 안쪽을 간질이고 있었다.
“왜이래? 이러지 말자면서.”
빌리가 나직하게 말했다.그러나 그녀의 손을 뿌리치지는 않았다.
“이정도도 못해?”
카니의 손이 더 위쪽으로 올라 오려 했기에 빌리는 그제사 자신의 손으로 그녀의 손을 잡아 시트위에 올려 놓았다.
“아 이냄새.”
이번에는 머리를 어깨로 기대오면서 코까지 벌름대며 말했다.
빌리는 갑자기 욕구가 팽만해지는 것을 느꼈지만 잠자코 있었다.
“이번에는 아무일 없었어?”
카니가 빌리의 어깨에 얼굴을 묻은 채 물었다.
“무슨일?”
“열흘 가까이 여행 하면서 혼자 자지는 않았을테니까…”
“아무일 없었어, 얼마나 바쁘게 뛰었는데, 여자는 얼굴도 못봤다.”
대답을 하면서도 빌리는 기분이 묘했다. 엄연히 남의 부인인 이여자 한테 뭐 그런것 까지 일일이 변명하듯 강조해야 하는지…
“그럼 오늘은 꼭 몸을 풀어야 겠네.”
“뭐라고? 무슨 얘기야? 지금.”
빌리가 몸을 비틀어 그녀의 머리가 어깨에서 떨어지게 하면서 말했다. 신체의 욕망과는 정반대의 행동이며 말이었다.
“지난번에 우리 말했던 것, 그냥 취소해 버리고 없던 일로 할까?”
카니가 빌리에게서 떨어져 앉아 저쪽 창을 내다보며 무심한 듯 말했다.
“어떻게 세상에 살면서 자기 하고 싶은대로 다하고 사나? 안되는 것도 좀 있고 참는 것도 좀 있어야지.”
“빌리, 정말 참기는 참는거야?”
“그럼, 얼마나 참고 있는데…”
“그래, 오늘밤엔 숙정이나 잘 위해줘.”
카니가 작은 한숨을 쉬면서 체념조로 말했다.
한참을 말이 없이 달려야 했다.
정말 묘한 여인이었다. 아니 잊을 수 없는 여인이었다. 평생 이런식으로 빌리의 옆에 있을 여인이었다. 그녀와의 인연의 끈이 그렇게 되어 있는 모양이었다. 지난번에 만났을때 그녀와는 무려 세시간을 앉아 얘기를 했다. 뉴욕에서 그렇게 헤어진 이래 처음으로 가졌던 긴 시간이었다. 6년 만의 일이었다. 아래층의 하인들 이외에는 아무도 없었던 왕노사의 저택 에서였다. 마음만 먹었으면 충분히 무슨일이 있었을 수도 있었지만 아무일 없었다. 그러나 그대신 별 얘기를 다 했다. 처음에는 사람들 안부며 사업 얘기로 시작 했지만 나중에는 카니의 결혼 생활 그리고 숙정이며 비키등 빌리의 여자 친구들 얘기가 나왔고 그러다가 섹스 얘기 까지 나왔다.

카니는 왕노사의 강력한 권유도 있었지만 주 메니저 에게서 빌리의 냄새가 났기 때문에 결혼 했다고 했다. 워낙 사람이 착하고 진국이기 때문에 분명 우정 이상의 감정을 느끼고는 있다고 했다.  정의 면에서 보자면 빌리보다는 훨씬 강한 정을 느낀다고 했다. 그러면 나한테는 무슨 감정이냐고 물었더니 그녀의 대답이 걸작이었다. ‘빌리 당신은 왕자 잖아, 그리고 난 왕자에게 길들여진 이웃나라 공주 출신 포로’ 누가 할 소리를 누가 하냐고 빌리가 들이대야 했다.  (계속)

 

 

Related posts

장편 이민 현장소설> ‘영웅의 약속’ 연재 101회

안동일 기자

<장편 이민 현장소설> ‘영웅의 약속’ 연재 88회

안동일 기자

<장편소설> ‘조선여인 금원’ 연재 37회

안동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