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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

<장편 이민 현장소설> ‘영웅의 약속’ 연재 94회

안동일 작

대망의 고구려 프로젝트

 

왕노사에게 진현방을 맏겠다고 상그리라 호텔에서 말했던 사흘뒤 빌리와 헤리 그리고 유진은 심천의 향밀호 골프장 4번 티잉 그라운드에 올라 있었다.
“헤리 지금이다. 너무 긴장 하지 말고, 마음껏 휘둘러봐.”
빌리가 드라이버를 흔들고 있는 헤리를 쳐다보면서 말했다. 중국인 캐디 처녀가 아까부터 왜 빨리 치지 않나 하는 눈치를 보내고 있었다. 파 5, 550야드가 넘는 홀이었다.
진현방과 그의 동료들은 벌써 세컨샷을 쳤지만 마침 비거리가 짧았는지 티에서 3백 야드 조금 넘는 페어웨이 중간 지점에 모여 있었다.
헤리가 호흡을 가다듬고 그의 신병기, 타이타늄 버블 샤프트를 티에 올려 있는 공에 댔다 떼었다 세번쯤 웨글을 했다. 그의 허리가 돌았고 클럽 헤드가 쭉 빠져 나가면서 경쾌한 임팩트 사운드가 울렸다. 공은 총알같이 진현방네 바로 왼쪽으로 날아가고 있었다.
“대충 맞은것 같은데…”
헤리가 씩 웃었고 빌리와 윤호는 앞쪽을 향해 목청껏 외쳤다. 모처럼 보는 헤리의 웃음이었다. 헤리 뿐만 아니라 유진이며 빌리는 크리스가 그렇게 허무하게 세상을 떠난 뒤 웃음을 잃은 사람들이 돼야 했었다.
“포어!”
웬일이냐는 듯 그들이 돌아보는 기색이 있었고 세 사람은 모자를 들어 미안 하다는 표시를 했다. 공은 그들 바로 옆으로 굴러 가고 있었다.
그들 중 하나가 모자를 벗어 뱅글뱅글 돌렸다. 놀랍기는 하지만 괞찬다는 표시였다.
다음홀 파 3에서, 그린에 아직 앞 섬이 올라 있었기에 그들을 만날 수 있었다. 미국인이 하나 섞여 있는 네사람 한조 였다. 각진 얼굴의 덩치 큰 중국인 사내가 진현방일 터 였다.
“조금전에 미안 했습니다.놀라시지는 않았는지요?”
헤리가 모자를 벗으며 영어로 말했다.
“아까 그 드라이버 샷이 형씨가 친 겁니까?”
미국인이 감탄한 얼굴로 물었다. 헤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어쩌면 그렇게 장타 이십니까? 3백야드가 훨씬 넘던데…”
“어쩌다 맞은 거죠.”
자연스럽게 그와 인사를 했고, 심천 메릴린치 지사장 이라는 그가 자신의 섬을 소개했다. 진현방은 고개를 끄덕 이기만 했다. 그린이 비워졌기에 그들이 티샷을 했다. 골프를 무척 좋아 한다는 진현방의 스윙폼은 괞찬았다. 핀에서 멀기는 했지만 온그린을 시켰다. ‘니이스 샷’하고 격려를 했더니 씩하고 웃으며 손을 들어 보였다.
잠시 후 모두 그린에 오른 저들이 웨이브를 줬다.
헤리가 7번 아이언으로 멋지게 핀에 붙혔다. 3 피트도 떨어지지 않은 지점이었다. 그린 뒷 쪽에 서있던 진현방이 요란하게 박수까지 쳤다.
빌리와 유진도 온 그린은 했다. 세사람이 그린으로 다가갔을때 마침 진현방이 퍼팅 셋업에 들어가 있었다. 세 사람은 그린 옆에서 진현방의 퍼팅을 구경할 수 있었다. 20피트 거리의 롱 퍼팅이었는데 신중하게 자세를 가다듬던 그가 기적 같이 그 퍼팅을 성공 시켰다. 뻘쩍 뛰며 무척이나 좋아 했다.
앞서거니 만나거니 하며 라운딩이 계속 됐다. 스넥코너에서는 소금 뭍힌 수박을 함께 먹었고, 파 3 홀 마다에서는 서로의 티셧을 구경할 수 있었다. 17번 파 5에서 헤리가 또 한번 괴력의 장타로 그들을 감탄 시켰고 먼저 라운딩을 끝낸 그들이 18번 그린에서 기다리면서 헤리의 깨끗한 버디에 박수를 올렸다. 진현방은 6언더의 헤리의 스코어에 코스 신기록 같다고 감탄 하면서 자신도 오늘 자신의 최고 스코어를 수립했다며 무척이나 신나했다.
7명은 함께 발가 벗고 목욕을 했고 클럽 하우스 큰 테이블에 함께 앉아 맥주를 마셨다. 조금 전에 만났음에도 10년지기가 된듯 했다.

빌리의 작전이 멋지게 성공한 것이다. 빌리는 진현방이 골프에 미쳐 있다는 얘기를 들었고 향밀호 골프장 예약과의 아가씨에게 탈라리아 패션 선물세트를 건네면서 그의 티타임 바로 뒤에 자신들을 부킹해 달라고 부탁 했었다. 마침 헤리와 윤호가 일본에 나와 있었던 것도 제참이었다. 스톨라냐 사태는 너무도 싱겁게 해결 됐기에 회사는 별 탈이 없이 굴러 갈 수 있었다. 크리스의 그 사고가 있었던 다음날 오전, 회사 구좌에는 스톨라냐사로 부터 약속된 액수가 입금되어 있었다. 모두들 정신이 없어 그 다음날 까지 입금 사실 조차 몰랐었다. 나중에 이를 알았을때는 공연히 끌탕을 하다 크리스만 돌연한 죽음을 맞았다고 생각이 들면서 더 억장이 무너지는 것이었다. 그래도 좌절하고 슬픔에만 잠겨 있을 수는 없었다. 저 세상의 크리스도 결코 그것을 바라지 않고 있다는 것은 빌와 친구들 모두 잘 알고 있었다.
“그러면 형씨들이 바로 그 유명한 탈라리아 패션회사의 파트너들 이었군요?”
진현방이 빌리에게 맥주를 따르면서 말했다. 그의 얼굴은 벌써 거나했다. 그도 탈라리아를 알고 있었다. 하긴 그가 입고 있는 티셔츠가 바로 빌리네 ‘탈’이었다.
“진선생이 바로 그 유명한 신 태자당의 라오타 였군요?”
“라오타라뇨? 그냥 말석에 있을 뿐인데…”
진현방은 태자당의 존재를 부인하지는 않았다.
진현방은 자신이 오늘 근사한데 가서 한턱을 내야 하는데 빌리네 에게도 함께 가자고 했다. 싱글을 기록한날 한턱 내지 않으면 평생을 두고 골프 재수가 없다는 징크스는 세계 어디서나 통용되는 것이다.
해가 지려면 아직 시간이 있었기에 7명은 클럽하우스 포커룸에서 카드를 하기로 했다. 진현방은 브릿지를 골프만큼 좋아했다. 그는 두시간 남짓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빌리와 유진의 솜씨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특히 유진이 적당히 밀었다 당겼다 하면서 게임을 콘트롤 했기에 그의 칩이 그나마라도 쌓여 있었지 그렇지 않으면 초장에 거덜 났을 터였다.
심천의 황후클럽은 남성 전용 풀 코스 클럽이었다. 1인당 2천달러 정도의 경비가 소요 되는 클럽이었다. 최고 시설의 사우나 또 중국 미녀들의 정성어린 지압 맛사지 서비스, 그리고 풀코스 중국식 디너와 최고급 술, 그리고 잘빠진 댄서들과의 댄스 파티, 그 다음의 어떤 코스 까지 마친 시각은 새벽 두시였다.
엄청나게 잘 대접 받았다면서 굳은 악수를 하고 헤어지면서 빌리는 진현방을 다음날 홍콩의 베이 브릿지 클럽으로 초대 하겠다고 했다. 처음에는 ‘약속이 있기는 한데…’ 했지만 이내 그 약속을 뒤로 미루겠다면서 빌리의 초대에 응해 왔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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