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nykorea
연재소설

<장편 이민 현장소설> ‘영웅의 약속’ 연재 91회

안동일 작

 고구려 프로젝트

사이공 탄손누트 공항에서 나짱 까지는 비행기로 1시간이면 족했다. 나짱 인근인 닌호아에 쿠엔이 말하는 건어물 공장이며 창고가 있었다. 빌리는 그와 동업으로 전세계를 상대로 샥스핀 장사를 하기로 약조를 했던 것이다. 비행기 안에서 빌리는 옆에 앉은 가영에게 고구려 계획에 대해서 들려 줬다. 가영도 왕노사의 움직임등을 보고 짐작은 하고 있었던 듯 싶었다. 가영은 자신도 적극 나서겠다고 했다. 호텔로 들어오는 차안에서 풍경과 여건은 좋은데 아직 전혀 개발이 되지 않은 나짱 해변을 보더니 이곳도 국제 관광 휴양 명소로 개발하면 어떻겠냐고 나오는 것이었다.
가영은 그 계획에 신바람이 나 있었다. 빌리도 그의 아이디어 자체에는 찬동을 했지만 큰일을 두개나 벌리기에는 저쪽 일이 너무 크고 중대하다는 생각을 갖지 않을 수 없었다.
아무튼 오후에 쿠엔과 건어물 사업 문제를 매듭 지으면서 휴양지 개발 문제도 차근 차근 따져볼 일이었다.

***

“그러니까 지금으로선 진현방을 움직일 방법이 전혀 없는 겁니까?”
빌리가 심각한 표정으로 창밖을 내다보고 있는 왕노사에게 재차 물었다. 진현방은 이른바 신 태자당의 보스였다.
“좀 가만히 있어봐, 생각좀 하게.”
왕노사가 전례없이 짜증까지 섞인 목소리로 대답했다.
두사람은 북경의 샹그리라 호텔 특실에 마주 앉아 있었다. 노인은 벌써 한시간 째 그 자리에 앉아서 꼼짝 않고 있었다. 노인이 이처럼 심각하고 초조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그도 그럴것이 두사람의 고구려 프로젝트가 무산될 위기에 처 해 있기 때문이었다.
당 경제위원회의 힘 가지고도 되지 않는 일이 있었다. 경제위원회 총서기에 오른 주영장은 빌리네 요동 관광 개발 프로젝트를 자신의 일처럼 열심히 밀어 붙혀 거의 내인가 단계에 까지 이르게 했으나 마지막 순간 태자당의 거센 반대에 직면 했던 것이다. 원로들의 2세들이 자신들 부친의 후광을 등에 업고 중국의 경제며 정치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태자당 얘기는 오래전 부터 있었던 얘기다. 당초 등소평의 아들들을 비롯해 양상곤이며 팽진, 만리, 왕진, 주덕의 아들 사위들이 태자당으로 꼽혀 왔으나 거기도 세대 교체가 일어나 진현방등 새로운 인물들이 실권을 장악하고 있었다. 태자당 멤버들은 대개들 외국 유학 경험이 있고 또 정치 경제 분야의 요소요소에 자기 세력들을 심어 두고 있었으며 또 폭력조직인 트라이어드를 수하에 두고 있었다. 표면적으로 알려진 트라이어드의 라오타(老大,두목)들이 실은 이들의 수하였다.
이런 태자당이 빌리네 프로젝트의 최대 난관으로 등장 했던 것이다. 경제위원회 위원직을 갖고 있는 진현방은 대뜸 그 계획은 애써 잠재워 놓은 민족 문제에 다시 불씨를 던지는 일이라고 반대에 나섰던 것이다. 반대에 나선 정도가 아니라 회의석상에서 이 계획을 외국측에 주도권을 내주려는 자는 풍옥상과 같은 자며 인민이 용서 하지 않을 것 이라고까지 극언을 했다는 것이다. 풍옥상은 20년대 강성한 군벌의 하나로 초기에는 손문이며 장개석과 손을 잡았다가 후에는 소련과 일본에게도 추파를 던졌고 또 얼마동안은 공산당과도 협력 관계를 유지했던 카멜레온 같은 인물이었다. 그는 국공내전 때 다시 장개석의 편을 들어 대만으로 함께 건너 갔다가는 장과도 반목하여 미국으로 망명했다. 48년 10월 다시 소련으로 건너가려다 배에서 의문의 화재 사건이 일어나 숨졌다.

트라이어드는 이 화재 사건이 자신들의 거사였다고 주장하고 있었다.말하자면 자신들 조직의 연원이 그 시기 까지 거슬러 올라간다는 얘기였다.
왕노사가 태자당을 염두에 두지 않았던 것은 아니었다. 태자당의 또다른 실력자 왕동곡과는 절친한 교분도 있었다. 그러나 진현방방의 태도가 너무도 완강하다는 것이었다. 어제만 해도 왕동곡을 통해 진현방에게 자리를 함께 하자고 말을 넣었는데 일언지하에 거절 당했다. 진현방은 동방실업 유한공사라 총재라는 직함까지 갖고 있었다. 이 회사는 심천이며 광동등 경제특구의 합자회사를 관리하는 일종의 정부기관이기도 했다.
명분에 있어서도 왕동곡의 주장은 진현방에게 밀리고 있었고 또 실제 세력에 있어어도 진현방은 떠오르는 해였고 왕은 지는 해 였기에 왕노사나 빌리의 속은 탈수 밖에 없었다. 진현방의 마음을 돌리게 할 묘수가 생각나지 않았다. 막강한 경제력을 지닌 그를 돈으로 매수 할 수도 없었고 그를 제거 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 했다. 외숙부인 강주석이 그를 엄청나게 신임하고 아꼈기 때문이다.

“저들이 말하는대로 일단 50대 50으로 시작을 하고 나중에 기회를 봐서 뒤집어?”
왕노사가 한참만에 입을 열었다.
“글쎄요.”
“그쪽에서 참여 시켜 실제 일하는 사람을 확실한 우리편으로 만들어 내는 것도 방법은 방법인데…”
“그게 그렇게 뜻대로 되겠습니까? 이번에 보니까 저쪽도 보통이 아니던데…”
“중국이란 나라가 넓기는 넓지? 빌리, 그 바쁜 친구가 그런것 까지 신경쓰고 있을 줄이야…”
왕노사의 얼굴이 다시 찌푸려졌다.
“그런 문제는 처음 부터 확실히 해놓고 나가야지, 후에 뒤집는다는 게 더 어려울 것 같은데요.”
빌리의 표정도 전에없이 심각했다. 그리고 그는 몹씨 야위어 있었다.
“그걸 누가 모르나, 지금으로선 다른길이 없으니 그렇지?”
“제가 한번 나서 보겠습니다.”
“자네가?”
“예, 게현량을 한번 만나서 담판을 짓지요.”
“만나 주지도 않으니까 그렇지, 그렇다고 우리가 너무 저자세로 나가기도 그렇고…”
“닷새만 시간을 주십시요, 그 사이에 그 친구를 만나기는 하겠습니다.”
“어떤 수로?”
“생각해 놓은게 있습니다.”
빌리는 어제 부터 노인에게 말하려던 계획을 들려 줬다.
“그래 그방법도 괞찬겠는데, 한번 해봐, 자네는 역시 치밀해, 언제 그런걸 다 조사해 뒀나?”

노사가 빌리의 어깨를 두들겼다. 그의 표정이 많이 풀어져 있었다.그러나 빌리의 얼굴에는 수심이 남아 있었다.
노사가 주영장을 만난다며 방을 나간 뒤에도 빌리는 게속 소파에 앉아 창밖을 내다 보았다. 또 크리스의 얼굴이 떠올랐다.
크리스를 생각 해서라도 일을 성사 시키지 않으면 안됐다. 빌리는 죽을 각오로 이일에 매달리고 있었다. 크리스를 롱아일런드 공원묘지에 묻으면서 빌리와 친구들은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눈물을 뿌리며 맹세를 했었다. 고구려 프로젝트를 어떤일이 있어도 완수해야 한다고. (계속)

 

 

Related posts

<장편 이민 현장소설> ‘영웅의 약속’ 연재 98회

안동일 기자

<장편소설> ‘조선여인 금원’ 연재 50회

안동일 기자

<장편 이민현장 소설> ‘영웅의 약속’ 연재 55회

안동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