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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ptember 20,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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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

<장편 이민 현장소설> ‘영웅의 약속’ 연재 90회

안동일 작

나짱의 녹색의 물결과 흰 거품

 

다음 순간 빌리와 윤호는 소스라치는 듯한 비명을 질러야 했고 하마터면 포크까지 바닥에 떨어 뜨려야 할 뻔 했다. 뱀고기에 포크를 찍는 순간 인형이 꿈틀 하고 움직였기 때문이다.
“아니 이게 뭐야, 살아있는 사람이잖아?”
“하하하”
쿠엔이 껄껄대며 웃었다.
인형이 또 한번 꿈틀 댔다.
“사람도 참, 어떻게 이런 짓을…”
빌리가 쿠엔을 쳐다보며 항의조로 한마디 했다. 술기운이 확 달아나는 것 같았다.
그때 인형이 눈을 뜨면서 생긋이 웃었다. 어두운 불빛 이었지만 인형의 눈이 너무도 초롱하고 예뻤기에 순간적으로 불쾌 하다거나 괴기스럽다는 기분이 사라졌다.
루씨도 너무 재미있다는 듯 깔깔 웃었고 가영도 놀랬다가는 껄껄 웃었기에 분위기가 더 이상 나빠지지 않았다.
“어이 놀래라. 어떻게 사람을…”
윤호도 한마디 했다.
“정말 몰랐나?”
“인형인줄 알았지.”
“자 빨리들 들어, 그래야 자네들의 인형이 일어나 춤을 추지.”
사람의 호기심, 특히 남자들의 음심이라는 게 참 묘했다. 어쩌면 이런 괴기스런 짓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싶은 기분도 있었지만 놀림감이 됐다는 것에 대한 분함, 그리고 포크를 찍을때 이 여인의 반응은 어떤 것일까 하는 생각이 이내 의식의 대부분을 지배하고 있었다.
사실은 머리가 쭈볏할 만큼 자극적이엇다. 당장 집어 치우라고 소리쳐야 한다는 이성과 어디까지 갈것인가 지켜 보자는 야릇한 흥분속의 호기심이 교차 했지만 후자가 훨씬 강했던 것이다. 또 얼음에 채워져 있는 여자가 너무 추울것 같아 빨리 여인 배 위의 것들을 치워 줘야 겠다고 생각됐다.

입에 집어 넣은 무슨 코브라라는 뱀고기의 맛은 특별히 역겹거나 이상하지는 않았다. 약간 노릿하고 비린듯 하기는 했지만 뿌려져 있는 인삼가루며 양념들이 그런 냄새를 충분히 중화 시키고 있었다.
“농담이 아니라 효과가 금방 나타 난다니까.”
벌써 세개째를 먹고 있는 쿠엔이 빙글빙글 웃으며 말했다.
루씨가 빌리등에게 작은 유리잔을 건네면서 짙은 검은색의 액체를 따라 줬다.
“그거랑 같이 먹는거야.”
쿠엔이 한잔 죽 들이켰고 빌리등도 잔을 입에 가져갔다. 독한 마오타이 였다. 빌리도 단숨에 넘겻다. 아마도 뱀술이려니 싶었다.

배위의 고기점이 없어져 깨끗해지자 집사가 테이블을 밀었고 저만큼 갔을때 여인이 상반신을 일으켜 앉으며 손을 흔들었다. 어찌된 셈인지 생긋 웃는 그녀의 나뭇잎들은 제자리에 그대로 붙어 있어 그녀의 가슴은 살짝 가려져 있었다. 쿠엔이 ‘어이 아메리칸 휴매니스트’하면서 빌리에게 살짝 무언가를 던졌다. 빌리가 받아보니 얼음 모양의 플라스틱 조각이었다.
저만큼에서 완전히 몸을 세운 상자속의 여인이 테이블에서 내려와 악대 앞으로 갔다. 아랫배를 가린 나뭇잎도 그대로 있었다.
여간 해서는 보이지 않는 투명한 끈으로 묶어둔 모양이었다. 아까 나뭇잎이 움직였던 것도 그녀의 의도된 동작이었다. 얼음도 바깥쪽만 진짜였고 안쪽의 것은 플라스틱이었던 모양이다.

에덴 동산에서 쫒겨나던 이브의 차림새의 여인이 고혹스런 춤을 추기 시작 했다. 손을 머리위로 들어 올려 몸을 비틀때는 나뭇잎들이 흔들리며 그 안의 내용물을 살짝 살짝 노출 시켰고 까치걸음으로 뒤로 돌아서는 그녀의 뒷 모습은 실오라기 하나 없는 태어날때의 그 모습이었다. 작은 여인의 몸에 어떻게 저런 동그란 엉덩이가 있을 수 있을까 싶게 조각으로 빚은것 같았다.
루씨가 뱀술을 한잔 더 돌렸고 모두들 뱀고기를 우물 거렸다.
한바탕 전쟁을 치룬 기분이었다.
“이친구, 참 사람 혼 빼놓을 친구로군.”
빌리가 뱀고기를 우물대고 있는 쿠엔의 어깨를 쳤다.

고혹스런 춤을 추던 나뭇잎의 여인이 러그위에서 사라져 갔고 두건을 쓴 중국 선비 복장의 남자와 화려한 월남 전통의상의 여인이 교대하듯 나타 났다.
“저 남자가 월남을 침략한 중국 촉나라의 제갈 공명이고 저 여자가 월남의 맹왕후야.”
쿠엔이 설명을 해줬다.
두 남녀의 춤은 엄청난 각색을 한 춤이 틀림없었다. 처음에는 아까 보았던 전통 사위를 보이는 듯 했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남녀간 사랑의 행위를 묘사하고 있었다. 남자가 여자한테 쩔쩔 매고 있었다. 처음에는 점잔을 빼며 호령을 하던 공명이 맹획의 부인인 맹왕후의 자태에 반해 사랑을 구걸하고 있었다. 여자의 옷자락이 휘날리며 속살을 드러내면 남자는 쩔쩔 맸다. 가끔식 여자의 뽀얀 젖가슴이며 흰 허벅지가 드러났다.
“저춤 진짜 오리지날인가?”
빌리가 물었다.
“그럼 거의 옛날것 그대로 복원 한거지.”

빌리는 탈춤을 생각했다. 봉산탈춤이며 별산대며 대사는 걸찍 했지만 시각적으로야 그렇지 않았다. 민족마다의 특성이 그런데서 나타난다고 여겨 졌다. 한국인들이 청각적이라면 월남인들은 시각적이었다. 아오자이가 그랬다.
마지막 부분은 쿠엔이 뭐라고 해도 현대판 창작이 틀림없었다. 여자의 앞가슴이 다 풀어 헤쳐져 노출 되어 있었고 남자가 거기에 얼굴을 가져가려다 여자가 살짝 밀자 꽈당 넘어졌고 넘어진 남자가 여자의 옷을 잡아 당기자 여자가 전라가 됐던 것이다. 여자는 당황한듯 양손으로 중요 부분을 가렸지만 금새 고혹적인 웃음을 지으며 빌리네에게 윙크를 보내곤 가렸던 손을 머리위로 치켜 올렸다. 남자가 뒤에서 여자의 쪽진 머리를 풀었고 이내 맹왕후는 긴머리의 현대 여인이 되어 고혹적인 몸동작을 계속 했다.
그녀가 춤을 추고 있는 사이 빌리네의 장의자 쪽으로 나뭇잎 여인이며 귀엽게 생긴 가수, 맹왕후 였던 댄서등이 왔다.

나뭇잎의 여인이 빌리옆에 앉아 애인이라도 되는듯 자연 스럽게 어깨를 기대 왔고 자신의 아오자이 사이로 환히 노출된 허벅지 위로 빌리의 손을 끌어 갔다. 그녀의 피부는 진짜 얼음속에 들어 있었던 것도 아니면서 차고 매끄러웠다. 그녀의 이름은 린느라고 했다. 그녀의 용모는 집안에 있는 여인 가운데 가장 깜찍 했다. 맹왕후가 가영의 옆에서 뭐라고 재잘댔고 전통가수는 유진의 옆에서 생글댔다.
새벽 2시가 넘어서야 그로테스크의 결정판이라고 불러도 좋을 파티가 끝났다. 세 사람은 2층의 게스트 룸으로 각각 안내 됐다.
너무했다 싶어 정신을 차리기 위해서라도 찬물을 뒤집어 써야 했다.
빌리는 자신의 방으로 배정된 프랑스 왕후의 방 같이 너른 게스트룸의 욕실에서 찬물로 샤워를 했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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