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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

<장편 이민 현장소설> ‘영웅의 약속’ 연재 89회

안동일 작

녹색의 물결과 흰 거품

그런 쿠엔이 자신의 새 파트너인 브루스와 그의 절친한 친구들이 그의 초청으로 사이공을 방문 했기에 최대의 환영을 베풀었던 것이다.
파티는 사이공강의 호화 유람선에서 부터 시작 했다. 어지러울 정도로 복구와 개발의 삽질이 계속 되고 있는 사이공 시내의 야경을 배경으로 베트남식과 중국식의 산해 진미와 귀한 술들이 계속 날라져 왔고 모두들 흥겹게 떠들고 춤추고 노래를 불렀다. 아시안인들의 파티에서는 꼭 노래들을 불렀다. 쿠엔은 오늘의 파티는 뉴욕서 날라온 ‘멋진 친구 빌리 정을 위한 파티’라고 선언했다.

어떻게 알았는지 밴드는 아리랑을 연주했고 빌리와 윤호는 옆에 붙어 있던 아오자이 아가씨들의 팔장을 끼고 아리랑을 불렀다. 월남인 밴드는 돌아와요 부산항 까지도 능숙하게 연주 했다.
배에서 내린 빌리등이 벤쯔에 태워져 실려 간 곳은 사이공 시내를 한참 벗어난 교외에 있는 쿠엔의 저택이었다. 불란서 식민지 시절 총독부의 고관이 살았다는 대리석의 저택은 뉴욕 빌리의 집보다 훨씬 컸고 고풍스러 웠다. 구석 구석에 간혹 쾨쾨한 부분이 있기는 했지만 유럽풍의 귀족적 분위기가 넘쳐 있었다.

“자, 이제 오붓하게 우리끼리 남았는데 편하게 즐겨 보도록 하지.”
거실에 들어서자 양복 웃저고리를 벗고 넥타이를 풀면서 쿠엔이 말했다. 옆에 서 있던 아오자이 처녀가 공손히 그것들을 받아 들었다. 쿠엔의 영어실력은 쓸만했다.
빌리와 가영등도 웃저고리를 벗고 장의자에 등을 기댔다. 거실은 무척 넓었다. 큰 테이블을 밀고 다닐 수 있게 레일이 깔려져 있는게 독특 했다.
“준비 됐지?”
쿠엔이 집사인듯한 중년 사내에게 물었고 사내가 고개를 끄떡 였다.

늘씬한 아오자이 처녀가 작은 테이블을 밀고 나타 났다. 아오자이 사이로 그녀의 눈부신 허벅지가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원래 양옆이 갈라져 있는 아오자이라는 옷이 여자의 각선미를 눈이 동그래 질 정도로 강조하는 옷이기는 했지만 그녀처럼 아예 허리선까지 터져 있는 경우는 처음이었다. 테이블 위에는 각종 술병이 가득차 있었다. 빌리가 좋아하는 잭 다니엘도 있었다. 그녀가 서브를 할 모양이었다. 빌리는 손가락으로 병을 가리키며 말했다.
“언더 락스.”
그녀가 글라스에 얼음을 넣기위해 허리를 더 굽혔을때 빌리는 다소 안심하는 기분이 됐다. 그녀의 허리 맨위 부분에 팬티선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아주 작은 비키니 팬티에 틀림 없었다. 빌리는 그녀가 팬티를 입지 않았나 싶었었다. 만약에 팬티선을 발견 하지 못했더러면 신경이 자꾸 그쪽으로 더 써져야 했을 것 같았다.
웬일인지 처음부터 감각이 그쪽으로 발달되고 있었다. 실내의 냄새도 그랬다. 하긴 방콕에서 비행기를 갈아 타면서 베트남 항공 여승무원의 아오자이의 모습을 보면서 부터 여자들의 다리에 부쩍 눈이 갔다.

“빌리 주변에는 미녀들이 그렇게 많다면서?”
쿠엔이 빙긋이 웃으며 물어왔다. 그와는 벌써 퍼스트네임 베이스가 돼 있었다.
“그래도 아오자이 입은 멋진 아가씨는 없는데.”
“어떤가? 루씨라고 사이공에서는 제일가는 댄서야.”
쿠엔이 아오자이 아가씨의 등에 손을 올리면서 말했다. 빌리는 술잔을 입에 가져 가면서 빙긋 웃기만 했다.
“월남 전통 음악 즐겨본 적 있나?”
쿠엔이 빌리와 윤호를 쳐다보며 물었다.
“글쎄 기억이 없는것 같은데…”

세사람의 악사가 저쪽에서 걸어 들어오고 있었다. 남자 두사람, 여자 한사람이었다. 해금같은 현악기와 작은 북 여러개, 그리고 태평소 비슷한 나팔을 들고 있었다. 그들이 입은 옷은 중국옷도 아니고 태국옷도 아닌 독특한 옷 이었다. 아오자이 말고도 월남에는 전통옷이 있는 모양이었다. 원색의 천 위에 금박이 적당히 조화돼 있었다. 그들은 이쪽을 향해 공손하게 절을 하더니 자리를 차지하고 앉았다. 거실 안쪽에는 큰 러그가 깔려 있었다. 쿠엔이 전통음악을 들려 주는 사이공의 유명한 극장식당 전속 악사들인데 특별히 집으로 불렀다고 했다. 식당 이름은 금방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음악 연주가 시작 됐고 가수들도 나와서 노래를 불렀다. 중국음악 비슷하기도 하면서도 그 풍이 달랐다. 귀엽게 생긴 여가수가 높고 가는 가성을 쓰면서 생글생글 웃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이런 류의 공연을 자주 했는지 그쪽은 밝게 돼 있고 이쪽은 적당하게 어두운 실내의 조명이며 대형 산수화 액자로 된 뒷쪽의 배경도 잘 어울렸다.

빌리와 쿠엔의 사이에 앉은 루씨가 다리를 움직일때 마다 자꾸 그녀의 허벅지가 신경이 쓰이기는 했지만 모처럼의 이국적 정취와 아까 배에서 부터 마셔댄 적지않은 술 때문에 기분은 좋았다.
아까의 집사가 테이블을 밀고 이쪽으로 오고 있었다. 귀는 무대쪽에 두면서 별 생각없이 그쪽을 쳐다 본 빌리는 깜짝 놀라야 했다. 낮은 테이블위는 긴 상자가 있었고 그위로 검고 하얀 것이 보였는데 꼭 여자가 누워 있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좀더 가까이 왔을때 보니 확실히 여자였다. 검은 것은 여자의 머리 였고 흰것은 여자의 벗은 어깨 였다. 여체 위에는 음식인 듯한 것들이 얇은 야자 입사귀에 쌓여 군데 군데 놓여 있었다. 빌리는 여체 인형위에 음식을 올려 놓았구나 싶었다. 그래도 참 별난 취미도 다 있다 싶었다. 발가 벗은 듯한 인형의 뽀얀 살결이 너무도 살아 있는 것 같았다. 테이블이 빌리네 바로 앞에서 멈췄다.

“오늘 내가 이것을 대접하려고 모셨지.”
쿠엔이 입맛을 다시며 주위를 집중했다.
발가 벗겨진 인형 주변은 얼음이 채워져 있었다. 인형의 배 위에는 삶은 문어 같은 고기점 위에 무슨 양념이 뿌려져 있는 음식이 놓여 있었다. 인형의 젖꼭지 부분 그리고 다리사이 중요 부분은 입사귀로 가려져 있었다. 눈을 감고 있는 인형은 베트남 여인 이었는데 작은 체구였지만 얼굴 윤곽이며 몸매가 기가 막히게 정교하게 잘 만든 것이었다.
쿠엔이 테이블 가에 놓여 있는 포크를 들어 윤호에게 건넸고 루씨가 빌리와 브루스에게 포크를 건넸다.
“이게 뭔데?”
브루스가 물었다.
“이게 그 유명한 탄치만 코브라야.”
“뱀고기?”
윤호가 놀란듯 한마디 했다.
“먹어봐 남자들 한테는 최고니까.”
“에이…”
“글쎄 최고 라니까.”
손님 접대를 위해 각별히 준비 한 것인데 너무 사양 하는 것도 예의가 아니다 싶어 빌리는 손에 쥐어져 있는 포크를 인형의 배위로 가져 갔다. 윤호도 주저하는 표정으로 포크 쥔 손을 그쪽으로 옮기고 있었다.
쿠엔이 살짝 찍어 냉큼 입으로 가져 가는 것을 보고 빌리가 자신앞에 놓여 있는 것 중에 가장 작게 보이는 것에 포크를 찍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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