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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

<장편 이민현장 소설> ‘영웅의 약속’ 연재 84회

안동일 작

인생 최대의 위기

“호사다마라고 하더니 이런일이 벌어 지는군, 걱정 말아, 인생은 새옹 지마라고 복이 굴러 화가 되고 화가 굴러 복이 된다고 하지 않던가? 주먹도 뒤로 뺐다가 내지르는 주먹이 힘이 실리게 마련 이니까.”
중국의 문제는 어차피 급할게 없으니 차근차근 하게 마음 먹으라고 노인이 빌리를 달랬다. 그쪽은 자신이 계속 매달려 있을테니 재판을 빨리 끝내라고 당부 했다. 그러면서 신문보도가 빌리를 더 키워 주고 있다고 하는 것이었다.
빌리가 공항에서 구속된 이래 뉴욕의 언론들은 연일 중국인과 한인이 결탁한 갱스터 비지니스에 철퇴가 가해 졌다고 대서 특필 하고 있었다. 검찰 쪽의 입장을 거의 대변 하고 있었다. 빌리네 탈라리아 패션이 급성장한 이면에는 암흑가의 비리가 온통 도사리고 있었다는 식이었다.
한인 교포 언론들도 최윤호의 급성장과 몰락 이란 특집기사를 내보내 면서 아틀란틱 카지노 딜러 출신 윤호가 중국인 갱스터의 배후 실력자로 알려진 빌리 청의 마수에 말려 잘못된 길을 걷다가 철퇴를 맞았다고 쓰고 있었다.

아직까지도 언론은 빌리를 중국계로 알고 있었다. 사건 초기 중국계 신문에서 빌리가 홍콩 출신으로 플라잉 드라곤의 이가영과 사촌 간이라고 적었기 때문이다.
빌리네는 언론을 통해서는 아직 아무런 반격을 하지 않았다. 조용히 재판의 날을 기다리고 있었다.
몰락 이란 표현 까지 쓴 언론의 부정적 기사 취급 과는 달리 비지니스는 더 호황을 구가하고 있었다. 탈 브랜드와 탈라리아 상표는 신문이 떠들면 떠들 수록 더 잘 팔려 나갔고 탈라리아 트랜스도 계속 영업을 하고 있었다. 오히려 이 사건으로 그렇게 귀찮게 굴던 트럭 노조들의 시비가 사그러 졌기에 트럭 앞에 탈 마크를 부착한 트럭들은 미 전역을 누비면서 화주들을 만족시키고 있었다.
다른 트럭 회사와는 달리 깔끔한 수금 서비스를 해주는 것이 화주들에게 큰 호평을 받고 있었다. 물건을 배달 하면서 수금을 했고 그 수금된 돈은 탈라리아사를 거쳐 정해진 날에 화주의 구좌로 딱딱 입금이 됐다.
하킴 무가베와 김장호 화백이 만든 ‘태권 마스크 보이’가 전국 극장에서 개봉되어 몇주째 달러박스 리스트 탑을 장식하고 있었다. 탈 자켓의 선풍이 또한번 불었고 청소년들은 누구의 아이디어 였는지 모르지만 ‘누가 탈에 돌을 던지는가’라는 스티커를 자켓에 붙히고 다녔다.

신경을 계속 자극 하는 것은 배심원 구성이며 재판 진행을 둘러 싼 판사의 태도 였다. 연방 법원의 판사들은 한결 같이 빌리네를 부정적 시각으로 보고 있었다. 누군가의 영향을 받는 것이 역력 했다. 주무 법원인 맨해턴 연방 법원에 속한 연방판사 10명이 모두 그랬다. 빌리네 변호사들의 검찰에 대한 소송 자료 열람 신청에도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면서 골탕을 먹였고 또 엉뚱하게 날라오는 뜻밖의 검찰 취조 신청에는 즉각적으로 그쪽의 편을 들어 주곤 했다. 알프레드 녀석은 일부러 그러는지 아니면 우연인지 몰라도 빌리가 가장 바쁠때 검찰 출두를 요구해 왔다. 가보면 엉뚱한 소리를 하거나 아예 청사에서 몇시간 기다리게 하다가는 바빠서 그러니 다음에 하자고 하기 일쑤 였다.
배심원 선정도 그랬다. 변호인측의 타당한 이의 제기는 기각 됐고 검찰의 입장만 반영 되는 것이엇다.
배심원의 구성은 인종, 직업 , 성별, 그리고 과거의 전력등이 종합적으로 고려 돼야 하는 데도 대부분 백인 중산층 이상의 사람들로 구성 됐다는 것이다. 중산층 이상의 백인 들이야 말로 동양인 갱스터라면 말만 들어도 치를 떠는 사람들 아닌가.

빌리에게는 진작 부터 짚이는게 있기는 했다.그래도 법을 다루는 사람들인데 설마 그렇게 까지야 하는 마음도 들기도 했지만 그 이유 아니고서야 재판부며 검찰이 이렇게 까지 노골적으로 적대시 하고 나올 수 없었다.
뉴욕 출신의 연방 의원 중에 판사 출신 인사가 있었다. 전국 패션 의류업자들의 로비단체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인물이었다. 밀접한 관게라야 이쪽은 정치자금을 모아 주고 저쪽은 관계 법안의 상정이나 폐지에 앞장 서주는 일을 도맡아 해주는 악어와 악어새 같은 것이었지만.
빌리네도 모임에서 그 의원과 보좌관을 몇번 만나야 했고 남들이 하는 만큼의 기부도 했다. 그런데 그쪽에서는 언제나 더 요구 하는 것이었다. 사흘이 멀다 하고 이런 저런 구실의 모금파티 자선 파티를 한다면서 빌리네에게 티켓을 사라고 했다. 그것도 한두푼 짜리가 아니었다. 그것 까지는 또 참을만 했다. 빌리네 모델 에이전시가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 하자 파티에 모델들을 참석 시켜 달라는 요청 까지 해오는 것이었다. 빌리는 그 일 만큼은 단호하게 거절 하라고 테드에게 일렀다. 그렇지 않아도 그 의원이 패션계를 장악 했던 라루시와 아주 절친한 사이였으며 라루시와 함께 술만 먹었다하면 모델들을 불러냈다는 풍문을 듣고 있었던 것이다. 어떻게 사법을 다뤘다는 판사 출신이 그럴까 싶었고 자신도 어찌됐건 법조계에 발을 디뎠던 변호사 아닌가 싶어 더 이상의 상상이나 의심은 하지 않기로 했었다. 그런데 그게 결정적으로 그쪽의 비위를 건들였던 모양이었다. 그런 일로 서로 얼굴을 붉히게 됐고 의원 보좌관이라는 녀석이 언젠가는 ‘얼마나 갈지 모르는데, 너무 잘난체 하지 말라 ’는 뜻의 악담과 야유를 퍼붓고 돌아가기도 했다.

며칠 전 검찰 취조 갔을때 알프레드의 방으로 그 의원 한테 전화가 걸려 온적이 있었다. 비서가 실수를 했는지 인터폰으로 ‘검사님, 히치콕 의원 이십니다.’ 했던 것이다.
그때 알프레드의 당황하는 표정이란.
빌리네 재판을 맡은 판사도 마찬 가지였다. 히치콬의 수족이라고 알려진 사람이었다. 빌리는 자신이 법학을 전공 했다는 사실 자체가 부끄러워지기 까지 했다.
빌리의 자신감과는 달리 계속 어두운 소식이 들려 왔다. 쉐퍼드 에이전시의 테드가 검찰측의 공작이었는지 협박 이었는지 아무튼 그쪽으로 돌아 섰다는 소문이 들리면서 며칠째 사무실에 나타나지 않더니 전화로 사의를 표명해 왔다고 했다. 또 플라잉 드래곤의 행동대장 급으로 공원묘지 사건 여파 때 구속되어 수감돼 있는 래리 우가 ‘연방 사면 프로그램’ 혜택의 유혹에 넘어가 검찰측 증인이 되었다는 풍문이 거의 확실한 증거를 가지고 들려오고 있었다. 연방 사면 프로그램은 조직범죄 마약 등의 범죄에 관한 결정적 제보를 해주는 사람에게는 어떤 죄를 지었건 과거를 불문하고 새 신분을 내줘 아예 다른 사람으로 살게 하는 그야말로 미국에서나 볼 수 있는 초법적인 제도였다. 종신형을 언도 받은 래리 우로서야 유혹이 될만 한 일이었다. 그러니 래리 우에서 어떤 엉뚱한 얘기가 나올지 모르는 일이었다. 빌리가 어쨌든 가영과 어울려 다녔고 일이 있을때 마다 그쪽의 도움을 받았던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도움을 받았기에 가영네 쪽으로 흘러간 돈이며 이권이 적지 않았던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닌가.
진인사 대천명이란 말은 이럴 때 쓰는 말이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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