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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ptember 20,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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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

<장편 이민현장 소설> ‘영웅의 약속’ 연재 81회

안동일 작

빌리 인생 최대의 위기

하바로프스크에서 베이징 까지 비행 시간은 두시간 남짓 밖에 걸리지 않았다. 보로이의 마지막 순진한 대사를 생각하면서 웃음 지으려니 벌써 베이징 공항에 도착했다.
공항에는 왕노사가 나와 있었다. 빌리는 노인을 번쩍 안듯이 포옹하며 코를 부벼 댔다.
“이 친구, 왜이래 왜이래.” 하면서도 노인은 싫어하는 기색이 아니었다.
다음날 빌리와 왕노사는 북경 천안문 안쪽 인민 대회당에서 열리고 있는 중국 공산당 제 18기 3차 중앙위원 전원 대회의(중전대회)장 해외 귀빈석에 나란히 앉아 있었다. 당 원로들이 만장의 기립 박수를 받으며 입장하면서 대회가 시작 됐다. 그 중에는 조남훈장군도 있었다. 빌리나 왕노사에게는 지리하기만 한 비서들의 보고가 있었고 이어 이번 대회의 주요 안건인 경제위원회 책임서기 선출이 있었다. 경제위원회는 당내에서 신설되는 위원회로 책임서기는 앞으로 국무원 경제 부총리와 국가기획 위원회, 대외경제연락 위원회를 총괄하게 되는 직책 이었다.
중앙위원회 서기처 총서기가 연단에 올랐다.
“전세계 인민의 단결을 촉구하는 불패의 우리당 원로들과 정치국, 그리고 서기처 동지들은 신설되는 경제위원회 총서기에 주영장 동지를 추대 하기로 의견을 모았습니다. 대표자 동지들 께서는 단결 필승의 우리당 전통을 감안 해서 표결에 임해 주시기 바랍니다.”
잠시 장내에 웅성거림이 있었다. 이 사실이야 대개들 알려져 있었을 테지만 금년 58세의 주영장은 중국의 관례로 보아 그 중책을 맡기에는 아직 젊었기 때문이다.
총서기가 다시 장내를 둘러보며 정숙 하기를 기다려 다음 말을 이었다.
“주영장 동지의 경제위원회 총서기 선출을 찬성하는 동지들은 기립 표결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그러면서 총서기는 자신의 인민복 웃 호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 앞으로 들었다. 당원증이었다. 앞쪽의 원로들이 하나 둘 일어났고 이어 의자가 접혀지는 소리가 마른 번개 소리처럼 꽈르르릉 하고 일어 나면서 장내에 있던 8백여 대표자들이 모두 일어섰다. 저마다 당원증을 오른손에 들고 있었다.
“주영장 동지의 경제위원회 총서기 선출이 18기 3차 전중대회에서 만장일치로 가결 되었음을 선포 합니다.
만장에 박수가 터져 나왔고 총서기가 손짓 하자 주영장이 연단으로 올라가 두손을 들고 인사를 했다.
빌리는 솔직히 말해 코메디를 보는 기분 이었지만 기쁘기는 한량 없었다. 왕노사도 흥분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대의원도 아니면서 벌떡 일어나 박수를 쳐 대는 것이 빌리에게는 더 재미있게 느껴 졌지만 소리를 내서 웃기에는 장내의 분위기가 엄숙 하고 진지 했다.

왕노사를 적극 따르고 지지하는 주영장이 중국 경제와 대외 협력 문제를 총괄하는 책임서기에 올랏다는 애기는 빌리와 왕노사의 고구려 계획의 실현이 한발짝 앞으로 성큼 다가섰다는 것을 의미 했다.
빌리는 석상린씨가 주최한 주영장의 경제위 총서기 선출 축하연에 참석해 연화도 만나고 원석도 만나 기분 좋은 시간을 가진뒤 서둘러 뉴욕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계속된 강행군에 몸은 말할 수 없이 피곤 했지만 기분은 말할 수 없이 좋았다. 세상을 자신의 손아귀에 한아름 가득 쥔 느낌 이었다. 다만 엊저녁 호텔에서 뉴욕의 유진과 통화 했을때 아리조나 피닉스에서 사고가 있었다는 소식이 깨름직 하기는 했지만 돌아가서 해결하면 될 일 이라고 여기면서 앞으로 전개될 창창한 일들의 설계에 비행 시간의 지루함을 느끼지 않았다.
그러나 호사다마 라고 했던가.

케네디 공항에 내려선 새벽, 빌리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엄청난 일을 겪어야 했다. 비행기에서 나와 수속장으로 향하는 연결 복도를 걸을 때 부터 이상하기는 했다. 가슴에 비표를 부착한 건장한 사내 세사람이 비행기 문 앞에 서 있다가 나오는 빌리를 흘끗 보고는 계속 따라 왔던 것이다. 막 입국 수속을 마치고 수하물 찾는 입국장으로 향하는데 사내 가운데 한사람이 빌리 바로 곁으로 다가와 건조하기 짝이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윌리엄 청이죠? 연방 검찰 소속 수사관 입니다. 당신을 체포 하겠습니다. 여기 구속 영장이 있습니다.”
빌리가 영문을 몰라 하며 사내가 내민 쪽지를 쳐다보고 있는데 사내는 다시 말을 이었다.
“당신에게는 불리한 진술을 하지 않을 묵비권이 있으며 변호사를 선임해 도움을 받을 권리가 있음을 알려 드립니다.”
그러면서 사내는 옆구리에서 수갑을 꺼내는 것이었다.

빌리에게 씌워진 혐의들은 무지막지 했다. 너무도 엄청난 것들 이어서 정신을 잃을 정도 였다.
살인교사, 조직범죄단체 결성, 폭행, 미성년자 약취, 매춘 알선및 착취,거기에다 횡령과 탈세까지 추가 돼 있었다.
빌리가 공항에서 끌려간 곳은 뉴욕시내 모처의 연방 검찰 특별 구치감이었다. FBI와 함께 사용하는 곳이었다. 차를 타고 오면서 수사관들에게 어떻게 된 영문이냐고 물었지만 자신들은 명령에 따라 임무를 수행할 뿐이라면서 묵묵 부답이었다.
도착하자 마자 수사관들은 빌리의 사진을 찍었고 지문을 채취했다. 완전히 중범죄인 취급이었다. 자신에게 어떻게 이런일이 발생 할 수 있는지 도무지 가늠을 할 수 없었다.
허리띠와 시계를 풀라고 했고 누런 봉투에 그것들을 담는 것이었다. 그리고는 구치감으로 데려 가려는지 수갑을 다시 채웠고 두사내가 양쪽에서 빌리의 팔장을 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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