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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ptember 19,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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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

<장편 이민현장 소설> ‘영웅의 약속’ 연재 80회

 안동일 작

보로이 저택의 패션쇼

당연히 하바로프스크 공항에는 보로이와 빌리를 마중나온 사람들이 있었다. 그 도시도 꽤 큰 도시였다.
마중나온 사람들 가운데는 이곳 부시장 이라는 거한도 있었고 경찰 책임자 라는 정복의 사내도 있었다. 빌리와 인사를 나누고 출구로 걸어가면서 이들이 노어로 얘기를 나누는데 ‘야네 샤발로트’ 어쩌고 하는 것으로 보아 뭐 불편하게 여객기를 타고 오냐고 하는 것 같았다. 보로이는 자가용 비행기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장거리를 갈때는 아무래도 경비행기가 위험하기에 여객기를 이용한다고 했다. 실은 빌리로서도 이 먼거리를 보로이가 경비행기로 가자고 할까 봐 은근히 걱정 했었다. 죽고 사는거야 하늘의 뜻이고 운명에 따를 일이지만 혹한의 시베리아 벌판을 경비행기로 횡단한다는 것은 썩 내키는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보로이는 비행기 안에서야 자신이 이번에 우기듯 빌리를 초청 했던 까닭을 얘기 하는 것이었다. 물론 사업에 관한 얘기였다.
빌리가 생각지도 못했던 엄청난 비지니스였다. 빌리더러 세계를 상대로 무기장사를 하라는 얘기였다.
소총등 개인 화기는 물론 항공모함에서 전투기 까지, 심지어는 핵무기 까지도 원하는 것은 자신이 책임지고 빼내 공급 하도록 할테니 빌리는 세일즈를 책임져 달라는 것이었다. 당초 젠마노를 염두에 두기도 했었지만 빌리야 말로 영어도 잘하고 세계에 발이 넓기 때문에 그 일에 적격 이라는 것이었다. 러시아에는 과거 냉전 시절에 전력을 기울여 만들어 냈던 각종 무기가 주체하지 못할 정도로 쌓여 있다는 것이엇다. 정부측 하고도 은밀히 애기가 다 돼 있다고 했다. 빌리는 그제사 왜 보로이가 군장성들이며 군수산업에 관계하는 사람들과의 만남을 자주 주선했는지 이해가 됐다.
보로이는 빌리가 법률회사 시절 미국의 무기회사의 대리인이 되어 중남미며 중동 각국을 돌아 다녔던 사실 까지도 알고 있었다. 깜짝 놀랄 일이었다. 윤호도 알지 못하는 일을 어떻게 보면 어눌하기 까지한 보로이가 알고 있단 말인가 싶었다. 빌리가 어떻게 알았냐고 자꾸 캐 묻자 보로이는 웃으며 애기 했다.
“빌리, 자네 브루나이의 무스타파라는 사람 기억 나나?”
무스타파라면 부르나이의 왕자였다. 그곳에 전투능력에 폭격시설 까지 갖춘 다목적 호화 수송기를 팔기 위해 애를 쓰고 있었던 제네럴 더글라스사를 위해 몇번 만난 적 있는 친구였다. 국왕의 다섯째 아들 이었는데 꽤 똑똑한 친구였다. 그 나라의 구매장관이란 직함을 지니고 있었다. 연배도 비슷했고 보스턴의 하바드에서 그것도 법학을 공부 했다고 해서 각별히 서로에 관심을 지녔던 사이였다.
“그 친구를 만났군요? 그런데 어떻게 내 얘기까지 나왔죠?”
“지난번에 뭘 좀 구입하겠다고 해서 모스크바에 왔었는데 미국 애기를 했었지, 그랬더니 그 친구가 하바드를 나왔다고 하잖아, 그래서 내친구 중에도 예일 나온 동양인 미국 변호사가 있다고 했더니 대뜸 윌리엄 정 아니냐고 하던데?”
“그랬습니까?”
“참 그런데 그 친구는 빌리 자네를 코리언 이라고 하대.”
“그래요? 실은 우리 어머니가 코리언입니다.”
“그래?”
보로이는 빌리를 중국계로 알고 있었다. 아버지에게는 미안했지만 굳이 밝힐 개제가 아니다 싶어 그냥 어머니만 한국계로 하고 넘어갔다. 어차피 모국이라면 어머니의 나라니까.
“그거 또 잘된 일인데, 빌리 자네하고 합작 회사를 만들게 되면 블라디보스톡에 회사 본부를 두려고 하거든, 그쪽이 여러모로 조건이 좋아, 그래서 우리가 지금 블라디보스톸에 가는건데, 거긴 코리언들도 많이 있잖아. 앞으로 일하기 편하겠는데…”
보로이는 빌리와의 일이 벌써 성사 된것 처럼 말하고 있었다.
하바로프스크는 블라디보스톡으로 가기 위해 중간 기착지로 내린 곳이엇기에 크게 시간을 소비 하지 않았다. 하바로프스크의 명물인 사우나로 밤 비행기의 피로를 씻어 낸 뒤 그곳의 사람들과 만나 담소하고 식사를 한 뒤 다시 비행기를 타고 목적지로 향했다.
블라디보스톡의 인상은 무척 깨끗하고 고풍스럽다는 것이었다. 한 마디로 동양의 유럽이라는 부동항, 그곳이 마음에 들었다. 블라디보스톡은 러시아 정부가 지정한 경제 특구로 내년 부터는 비자없이 아무나 드나 들 수 있는 자유무역항이 된다는 곳이었다.
보로이는 블라디보스톡에 회사 자리 까지 물색해 놓고 있었다. 보로이가 신임한다는 한인 3세 세멘스코 김의 안내로 둘러본 그곳은 파르테논 신전을 연상케 하는 고풍스런 건물이었다. 빌리의 방으로 내정 했다는 제일 높은 층 깔끔한 사무실 창가에는 동해 바다의 푸른 물결이 넘실거리고 있었다. 보로이가 제시하는 조건은 거의 파격적이었다. 모든 경비는 자신이 부담하고 이윤의 절반만 달라는 것 이었다.
다음날 다시 하바로프스크 공항으로 날아와 그곳에서 헤어지면서 보로이는 빌리의 코에 자신의 코를 부벼왔다. 빌리는 보로이의 안경 너머 작은 눈이 빨갛게 충혈된 채 이슬을 머금고 있음을 보았다. 이번에는 빌리가 말했다.
“끄로비 아부구스타, 당신을 만난 것은 내 인생의 멋진 행운과 기쁨입니다, 빠까 다 스브다니야.( 자그럼 다시 만날때 까지)” 끄로비는 피를 나눈 동지라는 말이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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