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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

<장편 연재소설> ‘구루의 물길’ – 연재 45회

안동일 작

정벌기 – 요동의 진정한  주인은 누구냐

 

“덤벼라 이 촌놈들아.”
궁수의 활이 다다를 수 있는 적당한 거리 까지 달려오고 있었다. 고구려의 단궁은 웬만한 갑옷도 꿰뚫을 수 있었다.
궁수부장이 아진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활을 쏘아도 좋겠냐는 허락을 구하는 눈빛이었다.
아진은 손을 들어 제지 했다.
“어차피 독안에 든 쥐요. 서두들 것 없소.”
“그렇다면 제가 나가겠습니다.”
아까부터 씩 씩 대고 있던 말객 등대가 나섰다.
아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놈 잘 나왔다. 내 창을 받아라.”
등대가 질풍 같이 말의 배를 차고 달려 나가 장보의 어깨 쪽으로 창을 찔러 갔다.
장보는 쉽게 몸을 틀어 창을 피하더니 이내 같은 방법으로 등대의 가슴을 공격 했다. 두사람의 창이 어우러 졌는데 힘은 역시 장보가 윗길이었다.
“제법이구나 고구려 촌놈.”
“”잔말 말고 이 창이나 받아라 이 돼지야.”
가산에 숨어 있던 연군들은 이제는 아예 몸을 들어내 가산 아래쪽으로 나와 두사람의 대결 장면을 쳐다보고 있었다.
좁은 공간이어서 대결은 말들이 자유롭게 움직이기가 쉽지 않아 그리 활발하게 이루어지지 못했다.
몇 합 겨루는가 싶더니 장보가 몸을 돌려 다시 궁성 쪽으로 달아나기; 시작 했다.
“어디 가느냐? 이 돼지야.”
저 만큼 등을 보이고 달리는 장보를 향해 등대가 창을 날렸다.
장보는 뒤에도 눈이 달렸는지 순간적으로 고개를 돌려 날아오는 단창을 자신의 장팔모사로 탱하고 쳐내곤 계속 달려갔다.
등대가 자신의 창도 찾을 겸 그를 쫒아 달려 나가려는 기색을 보였을 때 참위가 고동을 불어 이를 제지했다. 연군의 화살 사정권 바로 아래였기 때문이다.
“조금만 더 겨뤘으면 놈의 목을 딸 수 가 있었을 텐데, 아쉽습니다.”
땀을 뻘뻘 흘리며 숨을 몰아쉬면서 돌아온 등대가 아진에게 말했다.
“수고 했소. 당분간 이창을 쓰도록 하시오.”
아진이 등대가 날린 창을 주워 가며 고구려 군에게 놀리듯 흔들고 가산으로 사라지는 연군의 모습을 보면서 자신의 창을 등대에게 건네면서 말했다.
“아무래도 저들이 시간을 벌려 하는 것 같습니다.”참위가 아진에게 말했다.
“그런 것 같소. 나도 그렇게 생각을 하고 있었소.”“가산 뒤로 돌아 기습을 해야 겠습니다.”“장원들 안에도 기다리는 군사들이 적지 않을 것 같은데…”“그래도 할 수 없지요. 약간의 피해는 감수 할 수 밖에 없겠습니다. 기습 돌격조를 짜야 겠습니다. 지리를 잘 아는 연군의 도움을 받도록 하고…”
“뭐 그리 서두를 것 없소 잠시 더 기다려 보도록 합시다.”
아진에게는 믿는 구석이 있었다. 북문으로 간 병력으로부터 소식이 그것이었다.
두시진 정도가 무료하게 흘렀다.

아니나 다를까 궁성쪽에서 요란한 함성이 울리더니 궁문이 열리고 해자의 잔교가 내려지면서 연군들이 우루루 몰려 나왔다. 그때 까지 장판교 장비의 모습으로 버티고 있던 장보가 더 놀라는 기색이었다. 그틈을 타 마냥 기다릴 수는 없는 노릇이어서 선발 해 놓았던 기습 돌격대가 뒷쩍이 아니라 정면의 바위벽을 타고 가산으로 올랐다.
선발대가 한번 오르자 후속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가산에 숨어 있던 복병들도 아래쪽의 상황에 놀라 경황이 없었는지 우왕좌왕 하느라 고구려군의 움직임을 제지 하지 못했다.
가산위에는 분지가 형성돼 있었다.
함성을 울리면서 가산에 올라선 고구려 돌격대가 측면에서 매복조를 공격 했다.
연군은 변변한 저항 못하고 가산 아래로 뒹굴 듯 쫓겨 내려왔고 내려온 연군은 궁성쪽에서 모려 나온 연군들과 한데 엉겨 독안에 든 쥐가 되야 했다.
궁성에서 다시 함성이 들리면서 이번에는 고구려 군이 쏟아져 나왔다.
북쪽으로 갔던 고구려군이 궁성을 완전 장악 하고 연군을 몰아 낸 뒤 이젠 오히려 밖으로 까지 쫒아 나온 것이다.
가산의 길목에서 백병전이 폂쳐 졌으나 기세가 꺾인 연군은 속수무책으로 추풍낙엽이 될 수 밖에 없었다.
아진은 부장들과 함께 가산에 올라 아군이 연군을 압박하는 광경을 지켜 보았다.
일방적인 살육에 가까웠다.
“투항하라, 투항하는 자는 살려둔다. 병장기를 버려라.”
아진의 고함이 가산을 울리자 연군은 하나둘씩 병장기를 버리고 두손을 번쩍 들었다.
그중에는 피투성이가 된 장보도 끼어 있었다. 그 등등 했던 기세는 어디 갔는지 초췌한 모습으로 고구려군의 창끝에 밀려 궁성 해자 앞 공터에 무릎 꿇는 모습이 아진과 부장들의 눈에도 들어 왔다.
이렇게 해서 연나라 도읍 용성은 고구려군이 장악 했다.
북문으로 갔던 라운 등 돌격대는 너무도 쉽게 성에 진입 할 수 있었다고 했다. 방포가 울렸지만 아진의 작전대로 숲길에 매복 한 채 기다리고 있었는데 연군 정탐병 한명을 잡을 수 있었다. 성안의 곽생이 위군에 보내는 밀사 였다. 사태가 위급해졌기에 위군에 항복을 하겠으니 빨리 용성 붑문으로 진격 해 달라는 내용의 서찰을 지니고 있었다.
고구려군은 얼마의 시간이 흐른 뒤 보무도 당당히 성문으로 몰려가 위군이라고 했더니 성문을 열어 주더라는 것이었다. 한족 출신이며 한어를 하는 그리고 선비 지방 말을 아는 여진 병사들이 많았기에 북성 수비병들도 별 의심 없이 문을 열었던 모양이다.
그 뒤부터는 일사천리 였다.
성내 연병들이 모두 남문 쪽과 가산 일대로 신경을 쓰고 있을 때 돌격대는 일사천리로 궁성 까지 그대로 몰아쳐 역시 궁성의 북문을 장악 했고 등 뒤에서 들어 닥친 적군에 놀라 우왕좌왕하는 연군을 궁밖으로 몰아내면서 짓 뭉개다 시피 했던 것이다.

궁성안은 난장판이었다. 성한 전각이 거의 없을 정도로 여기 저기 집들이 무너져 있었고 문짝 이며 내부의 집기 그리고 가구들이 모두 맨바닥에 나 뒹굴어 있었다.
고구려군이 들어 닥치기 전에 연군이 먼저 약탈을 했다는 것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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