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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ptember 20,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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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

<장편 이민현장 소설> ‘영웅의 약속’ 연재 73회

안동일 작

빌리의 저택
 현대는 쇼업의 시대 라면서 근사하게 보여야 근사한 사람들이 주변에 모이고 그 가운데서 근사한 일들이 벌어 진다는 것이었다. 그의 말이 맞았다.

10 에이커 라면 웬만한 동네의 한블럭 이었다.

빌리가 특별히 요구한 것은 테니스코트를 하나 만들어 달라는 것 밖에 없었다.

빌리는 아버지와 합쳐 아버지를 모시고 살까도 생각 했었다.

아버지는 빌리가 엄청난 저택을 구입했다는 얘기에 기분 좋아 하시기는 했지만 함께 살 생각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중국 여행을 하고 돌아온 이후 빌리는 아버지를 자주 찾았다. 장수왕의 당부도 있었기에 더욱 그랬다.

아버지에게도 고구려 개발 계획에 대해 말씀을 드렸다. 의외로 아버지는 쌍수를 들고 환영을 표시했다.

“야, 그거 대단한 일인데, 정말 한번 해봄직한 일이다, 어떻게 그런 생각을 다 했냐?”

“왕노인 때문이죠, 그리고 참 아버지 그동안 아버지 한테 못되게 군것 죄송하게 생각 하고 있습니다.”

“녀석 별소리를 다하네”

아버지는 씩 웃으면서 빌리의 어깨를 툭 쳤다.

공학도인 아버지는 건설에 관심이 많았다. 빌리가 아직은 구상 단계로 남들에게 말할 시기가 아니라고 말씀을 드렸는데도 빌리가 갈때마다 꼭 그 얘기를 꺼냈다. 당신 동창들 가운데 중국 중앙정부에 요직에 올라 있는 사람들도 많다면서 그 문제에 까지도 적극 나설 태세를 보이는 것이었다.

그것 뿐만이 아니었다. 도시건설 설계의 세계 최고 권위자들이 자신의 동창 들이라면서 그 사람들과도 연계해 주겠다고 했다.

아버지도 많이 달라지고 계셨다.요즘은 서울 쪽과도 자주 연락을 하는 눈치였다. 지금 근무하는 연구소에서 부소장으로 진급은 했지만 실권이 전혀 없는 한직으로 배정 받은 것에 무척 서운해 하시는 눈치였다.

가영의 일이 적당한 선에서 마무리 되고 사람들이 공원 묘지의 참사에 대해 잊어 버릴 때쯤 진객 한사람이 뉴욕을 찾았다.

빌리는 운송회사 확장 건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을 때 였다. 저택 수리공사가 거의 끝나가 주말쯤 이사를 할 계획이었다. 이사라야 먼저 아파트에 있던 세간살이들은 대부분 그대로 두기로 한채 새집에 어울리는 가재도구를 모두 새로 구입했기에 옷가지며 책, 디스크 정도만 옮기면 되는 일이었다. 아파트에는 패션에 근무하는 상미의 단짝 여성 디자이너가 들어가 살기로 했다.

뉴욕을 찾은 진객은 다름 아닌 러시아 최고의 부호이며 최대 마피아조직인 포톨스카야 조직의 대부인 알렉세이 보로이 였다.

알렉세이 보로이를 빌리에게 소개해준 사람은 빌리네 고문 변호사 이반 샥스틴 이었다. 러시아계 유태인인 샥스틴의 친척 가운데 한사람이 보로이의 고위 보좌관 이었기 때문이다.

샥스틴은 빌리에게 보로이와 존 젠마노를 연결해 주라는 부탁을 하는 것이었다. 보로이쯤 되는 사람이 젠마노와 아직 일면식이 없다는 것이 의아 했지만 듣고 보니 그럴만 했다. 말이 같은 마피아지 전혀 그 태생이나 계보가 달랐기 때문이다. 이미 알려진 대로 러시아는 마피아에 의해 장악되고 있었다. 러시아인 누구에게나 나라를 움직이는 최고의 권력 기관이 어디냐고 물으면 서슴없이 마피아라고 대답 한다는 것은 이제 상식이 되어 버린 일 이었다. 빌리는 마침 뉴욕 교포 출신으로 모스크바에서 사업을 벌이고 있는 피터 현을 통해 보로이에 대한 대강의 정보를 들을 수 있었다.

수학교사 출신의 보로이가 큰 돈을 벌게 된 계기는 그가 러시아 최초로 소비상품 도매 체인점을 열면서 부터 였다. 페레스트로이카가 시작 되면서 사회주의 시절 금지 되어 있던 현금에 의한 대규모 상품 도매 거래가 합법화 됐을 때 보로이가 이 거래의 독점권을 따냈던 것이다. 당시 한창 실권을 휘둘렀던 개혁파 고위 경제 관료 이고르 가이다르가 보로이의 이종 사촌형 이었다.

가뜩이나 생필품이며 기호품이 부족했던 러시아 사회에서 국산품은 물론 외국산 상품을 산더미 같이 보유 하고 있는 보로보이의 독점 도매 체인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 였다. 정부에 의해 독점권이 보장 되는 가운데 서구의 소비재는 러시아 인들의 지갑을 활짝 열게 했다.

사업이 커져 가면서 보로이는 폭력 조직과 당연하게 유착될 수밖에 없었다. 창고를 지키는 일이며 또 지방의 군소업자며 밀매업자를 징치하는 일이 필요 했던 것이다. 또 선적이며 운송을 책임지는 일도 만만한 일은 아니었다. 그래서 보로이는 당시 모스크바를 주름 잡고 있던 폭력 조직패의 최고 보스 콘스탄친 포톨스키야와 손을 잡았고 경제와 폭력이 결합한 러시아의 마피아가 탄생 하게 됐던 것이다.

빌리는 베이사이드 저택의 오픈하우스 파티에 보로이와 젠마노를 함께 초대 하기로 했다. 왕노사가 함께 있었으면 좋았으련만 노사는 독감에 걸려 도저히 여행을 할 형편이 아니었다.

10에이커 호화 대 저택이 문을 열던날, 이날은 빌리 정이 세계적 인물로 도약하는 날이기도 했다. 장미가 활짝 핀 6월 초순이었다.

턱시도의 남성들과 쭉빠진 모델들이 문가에서 부터 사람들을 맞이했고 운동장 만한 연회룸에는 산해 진미가 그득했다.

마당의 분수에는 물이 솓아 올랐고 그 분수가에서는 탈춤이 공연 되고 있었다.

보로이가 먼저 모습을 나타 냈다.

“미스터 쳉, 너무 멋진 집입니다. 그리고 아가씨들이 너무 멋집니다.”

보로이가 두손을 활짝 들고 빌리에게 달려들 듯 다가와 포옹을 했다.

호리 호리한 체구에 안경을 낀 보로이는 외모상으로는 전형적인 수학교사 였다. 그는 깐깐하게 생긴 외모와는 달리 미녀들을 너무 노골적으로 좋아했다. 지난번 만났던 식당에서도 웨이트레스의 다리를 훔쳐 보느라 대화의 화제를 잊고 엉뚱한 대답을 했을 정도 였다. 보로이의 영어가 짧은 탓에 샥스틴 영감의 조카가 통역을 하고 있을 때였다.

빌리의 눈짓에 따라 샴페인을 날라다 준 비키의 모습을 보는 순간 부터 보로이는 정신을 잃고 있었다. 도도한 표정의 비키가 한번 생끗 웃자 샴페인 글라스를 잡은 보로이의 손이 떨리는 것을 보면서 빌리는 웃을 수 밖에 없었다.

존 젠마노가 도착 했다. 그의 벤쯔, 리무진 뒤에는 트럭이 한대 따르고 있었다. 그는 동제비 나무라는 꽃이 핀디는 희귀한 나무 두그루와 엄청나게 큰 샹데리아를 들고 왔다. 이탈리아에서 특별히 주문을 한 최고급 품이라고 전화로 떠벌였던 바로 그 물건이었다.

젠마노가 가져온 샨데리아를 넓은 거실 가운데 매 다는 일로 연회는 시작 됐다. 샨데리아를 매다는 일도 일종의 공연이었다.

젠마노는 일꾼들이며 장비까지 대동하고 왔다. 작은 실내용 기중기가 설치 됐고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사다리 네개를 이용해 일꾼들이 천정에 고리를 설치 했다. 대형 상자가 열렸을때 그리고 그 상자에 들어 있던 샹데리아가 기중기에 매달려 올라갈때 사람들은 경탄의 소리를 질렀다. 형형 색색 영롱한 보석과 유리로 장식된 엄청나게 호화로운 것이었기 때문이다. 마호가니 집안의 주벽 장식과 무척 잘 어울렸다. 샨데리에가 제자리에 고정됐고 전기 기술자들이 능숙한 솜씨로 전기 연결 까지 마쳤다.

벽입구에 장치된 스위치를 올릴 차례였다. 그런데 꽤 듬직해 보이는 스위치 박스에는 단추와 마이크처럼 보이는 동그란 쇠그물만 씌워져 잇는 부분이 있었을 뿐 정작 스위치가 없었다.

젠마노가 시끌벅적하게 빌리를 불러 설명을 했다.

“이게 이태리의 첨단 과학인데, 주인만 불을 켤수 있지, 빌리 자네가 명령어를 입력해야돼, 그래서 집안 어디서건 ‘이놈아 불을 켜라’하던 ‘꺼져 버려라’하던 자네의 입력된 명령에만 따르도록 되어 있어, 적당한 말 생각해서 빨리 입력해.”

빌리가 씩 웃으며 옆에 서있는 비키를 쳐다봤다.

“비키, 네가 입력하지.”

“내가?”

비키는 감격한 얼굴이었다.

“비키가 이집 안주인인가?”

젠마노가 비키를 보며 험상굿은 표정을 지었다. 일부러 그러는 것이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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