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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

<장편 이민현장 소설> ‘영웅의 약속’ 연재 71회

안동일 작

크리스의 사무실 한구석을 점령한 감사반은 열흘이 넘게 그곳으로 출퇴근 하면서 빌리네 회사의 세무상 비리나 헛점을 찾고 있엇지만 소득이 없는 모양이었다.
점심시간도 없이 낑낑매는 그들을 위해 밥이나 먹으러 함께 나가자고 해도 그들은 거절했고 여직원이 커피한잔을 가져다 주는 것도 경게를 하곤 했다.
“자식들, 뭐 그렇게 안달을 떨고 있는지…”
유진이 빌리 사무실에 앉아서 턱으로 그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나쁜 놈들이야, 범인 잡을 생각은 않하고 애꿎은 피해자들을 괴롭혀?”
크리스가 그말을 받았다.
“그나저나 브루스한테 아무일 없어야 할텐데, 몇년전 사건이 다시 문제가 되는 가보지?”
“글쎄 말이야, 베트남 놈들은 다 놓쳐 놓고…”
“우리도 이렇게 찍혀 버렸으니 사업하기 힘들어 지겠어.”
“찍히긴 뭐가 찍혔냐? 어차피 한번은 겪고 넘어갈 일인데, 매도 일찍 맞는게 좋다고 생각 하지뭐.”
“어디 한번 마음대로 뒤져 보라고 해, 터럭하나 걸리나…”
“정말 괞찬겠냐?”
헤리가 크리스에게 다시 다짐하듯 물었다.
“그럼, 걱정마, 절대로 녀석들에게 헛점 잡히지 않을 테니까…”
크리스가 자신있게 대답했고 친구들은 유쾌하게 웃었다.
빌리는 어쩐지 크리스가 평소의 그답지 않게 들떠 있는 듯 떠벌이는 기색이 있다고 느꼈으나 무심하게 넘어 갔다.
연방 국세국 감사반이 별다른 소득 없이 철수 하고 돌아간지 얼마 되지 않은 어느 날, 크리스가 엉뚱한 제안을 내 놨다. 실은 국세국으로 부터 몇만달러의 추징금을 얻어 맞았기에 크리스로서는 친구들에게 면목이 서지 않는 일이기는 했다.
“우리도 이제 뭔가 달라져야 하지 않겠어? 이번에 소동을 겪으면서 나는 많은 생각을 해 봤는데, 우리도 이제 좀 어그레시브하게 과시하면서 살아야 한다는 결론이 나왔어, 어때 내 말뜻 알아 듣겠지?”
“자식, 항상 그렇게 어렵게 말하는데 나같이 머리 나쁜 사람이 어떻게 알아듣냐? 차이나타운 갱조직 일원이라는 소리는 듣지 말아야 한다 그얘기 아니니?”
“맞아,득과 실을 따져 볼때 그동안은 그렇게 인식되기도 하는 부분이 실보다는 득이 많았겠지만 앞으로는 그렇지 않을 것 같다는 얘기지, 그래서 우리 회사 조직도 광범위 하게 공표를 하고 또 우리 회장인 빌리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홍보를 하자는 말인데, 빌리가 물건은 좋잖아.”
“칭찬을 하는건지 욕을 하는건지…”
빌리가 멋적게 대꾸를 했다. 크리스의 의견에 찬동 못할 부분이 있기는 했지만 친구들의 의견을 들어 보기로 했다.
친구들은 이제는 빌리가 전면에 나서 기업을 홍보 할때가 됐다고 입을 모았다. 사람들도 더 끌어 모으고 뉴욕 재계며 동포사회에도 당당히 얼굴을 내밀자는 것이었다. 얼마전 까지야 국무장관까지 하겠다던 소문난 신동 윌리엄 정이 그래 한다 하는 법률회사 쫒겨나듯 때려치고 나와서 봉제공장이나 하고 있냐는 주위의 눈길이 달갑지 않아 대충 넘어갔지만 이제는 다르다는 것 이었다. 왜 자신들이 차이니스 갱단의 수하인으로 알려져야 하고 동포사회에서 조차도 빌리를 중국계 빌리 챙으로 알게 해야 할 이유가 어디 있냐는 것이었다. 회사도 욕심많은 빌리의 성에는 차지 않겠지만 이정도라면 어디다 내 놔도 꿀리지 않는 수준이고 더우기 고구려 단지 개발계획과 같은 민족적인 사업을 추진하는 마당에 그렇게 인식될 이유가 어디 있냐는 얘기들 이었다. 일리는 있었다. 그러나 육감이랄까 아니면 어떤 깊은 생각이 떠 올랐던지 빌리는 친구들을 설득했다. 아직은 때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그래도 친구들은 빌리의 집을 옮기자고 했다. 박봉의 변호사 시절 부터 살고 있는 아파트는 이제 너무 좁고 초라하다는 것이었다. 지난번에 일본서 손님이 왔을때도 그랬고 또 며칠전 그 세무감사의 와중에 중국 에서 석상린의 보좌관이 왔을때도 그랬다는 것이었다.
“우리도 그렇지만 특히 동양 사람들은 상대방의 집을 방문했을때 더 강한 친밀감을 느끼는 것 아니야, 그러니까 빌리네 집을 옮겨야 한다고..”
“맞아 회장의 집이 우리 회사의 얼굴이기도 한데 말이야.”
“야. 식구도 없는데 큰집으로 옮겨 어쩌란 말이냐?”
빌리가 반대 의사를 표시 했지만 친구들의 전면적인 저항에 부딪혔고 크리스가 세금을 절약 하기 위해서라도 집을 구입해야 한다고 나서는 통에 빌리도 반대를 철회 해야 했다.
그일은 일사 천리로 진행 됐다.
회사가 뉴욕을 근거로 하고 있는데 아무래도 뉴욕시에 살아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 이었고 마침 베이사이드 베이 근처의 저택 하나가 적당한 가격에 나와 있었다. 빌리가 보기에는 적당한 저택이 아니었다. 너무 컸다. 듀퐁회사의 상속자 가운데 한사람이 살던 집이었다. 그런데도 크리스 녀석은 그 옆의 집과 공터 까지 매입해 아예 성곽을 꾸미고 있었다.

***

“비키, 이제 이 창가에 서서 이렇게 강을 내다 보는 것도 못할것 같은데, 어쩌지?”
빌리가 비키의 어깨의 감촉을 느끼면서 말했다. 빌리의 아파트 창가 에서 였다.
“무슨 얘기야? 나보고 이제는 여기 오지 말라고?”
비키가 발끈한 태도로 반문했다. 비키는 빌리의 얼굴에 장난기가 잔뜩 서려 있는 것을 눈치 채지 못하고 있었다.
“그럼, 대스타가 차이니즈 갱이나 찾아 다니면 되겠어? 그러다 신문에라도 나게 되면 어떻게 해.”
빌리가 고개를 돌리면서 한마디 더 했다.
“그게 무슨 큰 일이야? 빌리 처럼 멋진 애인 가진 모델있으면 나와 보라고 해, 난 상관하지 않아.”
“애인?”
“그럼 내가 당신 애인 아니야?”
“글쎄…”
“그냥 친구야?”
빌리가 고개를 흔들었다.
비키의 표정이 더 심각해 졌다. 파르르 떨리기 까지 했다.
그런 화난 표정의 비키는 더 매력적이었다.
“알았어, 왜 그런 애기를 진작 해주지 않았지?”
“뭘 알았다는 말이야?”
“그럼 나는 뭐야? 내가 빌리의 애인도 아니고 친구도 아니라면?”
“그대의 생명을 책임지는 왕자님이지, 그대는 여왕이고.”
비키의 표정이 환하게 풀렸다. 소파에 있던 스펀지 등받침을 빌리의 얼굴을 향해 던졌다.
빌리가 피하면서 그녀를 와락 안았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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