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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ptember 19,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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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

<장편 이민현장 소설> ‘영웅의 약속’ 연재 58회

안동일 작

벌써부터 빌리는 유명 모델들의 대부 역할을 해야 했다. 행사를 주관하는 회사 대표로 표면적으로는 유진이 나서고 있었지만 비키를 통해서 은밀하게 빌리가 실력자라는 사실이 모델들 사이에 쭉 퍼져 있었다. 빌리는 라루시 녀석들의 해꼬지를 막기 위해 플라잉 드래곤 청년들이며 김광호네 한인 청년들을 유명 모델들 집 주위에 배치 했다. 청년들은 유명모델과 가까이 있게 됐다는 사실 만으로도 흥분 하고 있었다. 워낙 행사가 방대 했기에 김광호 수하의 고교생 들의 도움 까지도 받아야 했다. 한인 교포 청소년들은 빌리네 사무실에서 포트폴리오를 정리 하거나 전화 받는 심부름, 행사장 모형도 제작을 거드는 일등 주로 잡일을 하면서도 오랫만에 맡겨진 적당한 보수도 있고 의미있는 일이라는 생각에 무지 열심들이었다.
그토록 조심을 하고 대비를 했건만 사건은 터지고 말았다.
낸시는 모델 출신으로 톰을 도와 쉐퍼드사를 운영하고 있는 30대 중반의 여인이었다. 그녀야 말로 이번 대회 일에 열심히 매달려 동분서주하고 있는 최고의 일꾼이었다.
그녀가 습격을 당한 것이 었다. 밤늦게 일을 마치고 아파트에 들어 서는데 정체 불명의 괴한들의 습격을 받았던 것이다. 그녀도 조심하고 있기는 했지만 며칠 괞찬았기에 설마 어떠랴 싶어 혼자 귀가 했던 것이 불찰 이었다. 단순한 습격이 아니었다. 놈들은 그녀를 지하 세탁장으로 끌고가 실신을 시킨 뒤 얼굴을 면도칼로 난자질 했고 돌아가며 강간을 했던 것이다.
다음날 아침 사고 소식을 듣고 병원에 다녀온 세라는 너무도 끔찍해서 도저히 말도 못하겠다면서 부르르 떨고만 있었다. 여자의 생명인 얼굴이 무참하게 난자되어 도저히 복원할 수 없는 지경이었고 국부며 항문도 완전히 찢겨져 있었다는 것이었다. 젖가슴에도 칼질을 했고 유두도 반쯤 잘려 나갔다고 했다.
‘저런 처 죽일 놈들.’
모두들 주먹을 불근 쥐어야 했다.
그녀의 사고 소식은 신문은 물론 텔레비젼 뉴스에 까지 보도 되어 모든 사람이 알게 되었다. 놈들이 원하는게 바로 그것 이었다. 낸시가 그토록 무참하게 당한 사실이 알려 져야 모델들이며 사람들이 대회에 참여하는 것을 두려워 할것이라고 생각 했음이 틀림없었다. 그랬기에 놈들은 낸시를 난자질 해 놓고 아파트를 빠져나와 한 주민에게 전화를 걸어 세탁장에 여자가 쓰러져 있다고 알렸던 것이다. 그렇지 않았으면 낸시는 출혈로 생명을 잃어야 했었다.
낸시에 따르면 막 현관으로 들어 서려는 순간 마취제가 묻어 있는 손수건에 입이 막혀져 실신 했기 때문에 놈들의 인상착의를 자세히 기억할 수 없지만 모두 다섯명 이었고 스키 모자와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고 했다. 경찰 수사는 거북이 걸음이었다.
놈들이 노린 효과는 즉각 나타나기 시작 했다. 기꺼이 참가 하겠다면서 열성을 보이던 중견 모델들 가운데 몇몇이 벌써 겁을 먹고 몸을 사리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녀들의 사정도 이해가 되기는 했다. 만에 하나라도 놈들의 눈에 나 얼굴에 난자질을 당한다면 차라리 목숨을 잃는것만 못한일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청년들이 지켜주고 있다고 해도 라루시파의 악명이 워낙 높았기에 그녀들을 안심 시킬 수는 없었다.
무언가 특단의 조치를 강구해야 했다. 궁리 끝에 빌리는 함무라비 법 정신을 원용하기로 마음을 굳혔다. ‘눈에는 눈,이에는 이’라는 그 법도 법은 법이니까. 그래야만 이쪽도 만만치 않다는 것을 알게 하면서 이쪽 사람들을 어느정도 마음 놓게 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폴을 구슬려 라루시파의 동정을 기술적으로 빼낼 수 있었다. 폴이 평소에 절친하게 지내는 그쪽의 인물을 통해 낸시를 습격한 녀석들이 대강은 누구라는 것을 파악 할 수 있었다. 아무리 페밀리는 달라도 이틸리안 맙 끼리는 통하는 구석이 있었던 것이다.
놈들이 누구라는 것을 안 뒤 부터는 크게 어려운 일이 없었다. 다만 브루스가 이일이 라루시파와의 전면전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주저 했지만 그도 낸시의 참혹한 모습을 직접 목격하곤 마음을 굳혔다. 또 빌리는 다마토와의 일을 브루스에게 넌지시 얘기해 라루시가 거의 끝장이 나있다는 사실을 전했다.
브루스의 수하에는 래쿤이란 별명의 쿵푸와 칼쓰기의 달인이 있었다. 평소 빌리를 높이 평가 하고 있었던 래쿤이 이 일에 적극 나섰고 김광호네 청년 가운데도 날랜 청년 몇몇이 극력 자원했기에 거사는 성공으로 끝났다.
놈들 가운데 세명이 낸시가 당한 거의 같은 방법으로 아파트며 단골 술집 근처에서 이쪽의 공격을 받아 얼굴과 엉덩이에 다섯줄의 칼자국이 새겨 졌고 마취약이 잘 안 통했고 복면을 쓴 래쿤에게 심하게 반항했던 한 녀석은 덤으로 손가락 세개를 절단 당했다.
녀석들이 오히려 피해를 쉬쉬 하려 했지만 이 사실 역시 신문에 보도 됐다.
빌리도 위험한 고비를 넘겨야 했다. 아찔한 순간이었다.
빌리네가 점심시간에 자주 이용하는 회사 근처에 있는 커피숍에서 였다. 사람들도 많았다. 하킴과 디즈니의 테드도 있었고 헤리와 제임스, 그리고 가영의 뜻에 따라 빌리 옆에 붙어 있기로 한 래쿤도 있었다. 워낙 일이 바빠 간단히 샌드위치 정도로 점심을 때우기로 하고 식당에 들어 섰고 점심을 마친것 까지는 좋았다. 10대 후반쯤으로 보이는 히스페닉계의 웨이트레스가 커피 포트를 들고 빌리네 테이블 쪽으로 왔다. 커피들을 더 마시겠냐고 묻는 그녀의 표정이 어딘지 긴장 돼 있었지만 체구도 작은 여자였기에 별 신경을 쓰지 않았다.
몇몇은 됐다고 했고 몇몇은 더 달라고 했다. 빌리 옆에 래쿤이 매서운 눈초리로 앉아 있었다. 그녀는 빌리와 래쿤의 사이에 서서 왼손으로 빌리의 잔에 커피를 따르다 말고 그 뜨거운 커피를 그대로 래쿤의 얼굴에 확 뿌리는 것이었다. 순간의 상황이었다.
‘앗’ 하며 래쿤이 얼굴을 감쌌고 빌리도 놀라 옆으로 몸을 트는데 갑자기 뒷쪽에 있던 그녀의 오른손이 빌리의 목을 향해 날라왔다. 그녀의 손에는 날카로운 주방용 칼이 들려져 있었다. 간발의 차이로 빌리가 얼굴을 피하면서 그녀의 손을 쳐 냈다. 그 뜨거운 와중에도 래쿤이 그녀를 걷어차 땅바닥에 딩굴게 했고 테이블이 넘어지면서 아수라장이 됐다. 빌리의 목에서 선혈이 낭자 했다. 살짝 스치고 지나갔으니 망정이지 1센티만 안으로 들어 왔어도 큰일 날 뻔 했다.
제임스가 그녀를 짓 밟으면서 수갑을 채웠다.
그 경황중에도 빌리는 자신의 목을 눌러 지혈을 하면서 “야 살살해 그러다 죽이겠다.”고 했다. 그 순간은 빌리도 어이가 없다는 생각만을 했을 뿐이었다. 나중에 생각하니 아찔 했지만.
빌리가 괞찬다고 했는데도 사람들이 911을 돌렸고 앰불런스가 곧 왔다.빌리는 귀밑에서 목으로 이르는 부위를 여덟 바늘쯤 꿰메야 했고 ‘래쿤’은 온 얼굴을 붕대로 감아야 했다.
커피숍 주인도 영문을 몰라 했다. 며칠전 고용한 웨이트레스라고 했다. 제발로 찾아와 일하겠다고 해서 하라고 했고 아직 신원 파악도 못한 상태였는데 그만 그런일을 저질렀다며 자신이 너무나 송구스러워 했다. 경찰서에 연행된 멜리사라는 이름의 콜럼비아 태생의 여성 자객은 횡설 수설 하면서 정신병자 행세를 하고 있다고 했다.
그녀의 집안이며 주변을 샅샅이 조사 했지만 범행동기며 배후에 대한 구체적인 단서는 쉽게 밝혀지지 않았다. 그러나 뻔한 일이었다.
닷새정도 지나면서 사우나를 할 수 있을 정도로 빌리의 상처는 아물었지만 빌리의 주변은 더 삼엄한 경계 태세에 들어가야 해야 했다.
그러나 정작 빌리의 가슴속에는 그럴 수록 더 강한 투지가 일었다.
빌리에게 무엇보다 다행한 일은 라루시파 내부에 분명히 무언가 문제가 있었기에 그들의 공세가 전력을 다한 치열한 것이 아니었다는 사실이다.
빌리네 사무실에서 일어 났던 경미한 화재 사건만 해도 그랬다. 어느날 저녁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포트폴리오며 행사장 모형도, 계획서등을 정리 하고 있는데 전화벨이 울렸다. 아르바이트 학생 하나가 받았다.
전화를 건 사람은 다짜고짜 10분 뒤 누군가 사무실에 화염병을 던질것 이라고만 이르곤 전화를 끝었다고 했다. 빌리도 마침 그 자리에 있었다. 짚이는 데가 있어 빌리는 경계를 강화하게 하는 한편 서류며 중요 물건을 다른곳으로 치우라고 일렀다.
아니나 다를까 정확히 10분 뒤, 유리창 깨지는 폭음과 함께 빌리네 사무실 안으로 화염탄 수십방이 날아 들어왔다. 놈들은 건너편 건물 옥상에서 LMG형의 총류탄 발사총을 사용해 화염탄을 발사 했던 것이다. 그러니 지상에서의 경계는 아무 소용이 없었다. 반신반의 하면서도 대비를 하고 있었기에 화재는 금방 진압 됐고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었다.
이제 주변 건물 까지 신경 써야 하는 통에 경계 범위가 넓어져 일이 많아 지기는 했지만 제정신이 아닌 라루시의 발광은 두려운 것이 못됐다.
그래도 걱정을 하던 해리가 존 젠마노를 만났을 때 다른 얘기 끝에 빌리가 다쳤다는 얘기며 그간의 라루시측의 비겁한 공격들에 대해 성토를 했더란다. 존은 난처한 표정을 짓더라는 것이었다. 자신들은 커미션 이라는 상위 협의체를 구성하고 있는 협력 관계의 조직이었기 때문이리라.
“라루시 그 친구가 요즘 몹씨 초조해져 있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그렇게 까지 심각한가? 그러면 해로울텐데, 어째 예감이…”
평소의 그답지 않게 심각한 표정으로 혼자말처럼 이렇게 중얼 거렸다고 했다.
“이번에 빌리가 하는 사업 듣자니 그거 아주 대단하던데, 라루시가 배가 아플 만 하겠어, 그러니까 비지니스 할땐 인심을 잃지 않도록 해야돼 자업 자득이지, 라루시 얘기야, 그리고 지난번에 그 여자 문제는 빌리가 잘못한거야, 까짓 그 여자 하나가 뭐 그리 중요하다고 그렇게 까지 자존심을 건들여, 응 안그런가?”
헤리는 낸시의 애기를 하는가 싶기도 했지만 그런 것 같지는 않아 영문을 몰라 해야 했단다. 그도 그럴 것이 비키와의 그 얘기는 헤리에게 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자리에서는 적당히 얼버무리고 왔다면서 빌리에게 무슨일이냐고 들이 대는 것이었다.
“뭐 그런일이 있었어, 너 같은 애 아빠는 몰라도 돼.”
과묵한 헤리는 그정도에서 넘어 갔다.
계속 정신없이 바빴다. 그러자니 라루시의 공격이 언제 어디서 날라올까 전전긍긍하면서 그에 대한 분노의 감정을 되새길 시간 조차 없어서 좋았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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