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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ptember 20,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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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

<장편 이민현장 소설> ‘영웅의 약속’ 연재 68회

안동일 작

호태왕 비와 장수왕의 장군총

내려다 보이는 경관은 수려 했다. 앞쪽으로 동리가 펼쳐져 있었고 그 너머로 강 자락 끝이 보였는데 압록강이라는 것이었다.
그때 저 아래서 빗자루를 든 노인이 뭐라고 소리치면서 이쪽으로 달려 오고 있었다. 처음에 빌리는 자신들에게 그러는 것이 아니라 무슨일이 난 줄 알았다. 그런데 가만히 보니 꼭대기의 자신들에게 소리치고 있는 것이었다. 노인은 막 장군총 입구를 뛰어 들 듯 들어서고 있었다.
“야, 이놈들아 내려와 거기가 어디라고…”
노인이 중국말로 고함치는 소리를 빌리도 알아 들을 수 있었다.
관리 국장이 ‘아 저 노인네 또 왔군.’하면서 비실비실 먼저 몸을 움직여 내려 가기 시작 했고 빌리도 날렵하게 몸을 움직여 밑으로 내려 갔다. 그러면서 가만히 생각하니 무례한 짓을 한 셈이었다. 장수왕이라고 알려져 있는 이곳에 모셔진 대왕의 머리 꼭대기에서 쿵광 댄 것이 아닌가.
올라가 있던 사람들이 박물관장이며 관리국장이라는 것을 알았는지 노인의 험상굳은 표정은 다소 완화 돼 있기는 했지만 분을 못참겠다는 듯 여전히 씩씩 대고 있었다. 남루한 인민복에 까맣게 그을은 얼굴에는 주름이 잔뜩 있는 전형적인 중국 시골의 촌로였다. 그러나 노인의 눈매에는 어딘지 기품이 있었다.
시 위원장이 불쾌한 표정으로 위에서 노인에게 뭐라고 하려 했을때 왕노사가 손짓으로 그를 제지하면서 먼저 말했다.
“노인 미안합니다. 우리들이 잠깐 다른 생각을 하느라 그만…”
왕노사는 노인에게 포권의 예까지 취한 뒤 철계단 을 내려갔다. 모두들 밑으로 내려 왔다. 노인은 아직 까지 씩씩 대고 있었다.
“먼곳에서 오신 귀한 분 들인데, 이 뭐 무례한 짓이요? 고노인.”
관리국장이 노인에게 한마디 했다.
“아무리 귀한 손님이라도 그래 거기가 어딘데 올라간단 말이요? 더구나 국장이 안내까지 해?”
노인이 지지 않고 악을 썼다.
“노사, 저희들이 잘못했습니다. 노여움을 푸십시요.”
오선생이 다시한번 노인을 달랬다.
그래도 노인은 매서운 눈길을 풀지않고 올라가 있던 네사람을 한번씩 노려 본뒤 저쪽으로 갔다. 그러면서 혼자말처럼 중얼 거렸다.
“조상도 위할 줄모르고 예의 범절도 없는 호로자식들 같으니라고…”
빌리는 깜짝 놀라야 했다. 노인의 마지막 중얼거림은 한국말이었던 것이다. 오선생도 그말을 알아 들었는지 빌리를 쳐다 보며 눈을 크게 떴다.
노인은 저쪽 부터 장군총 마당을 쓸고 있었다.

며칠 뒤 뉴욕에 도착한 빌리가 난데없이 친구들에게 포권의 예를 취하면서 고구려 단지 계획을 털어 놓자 모두들 깜짝 놀랐다.
“글쎄, 보통일이 아닐텐데, 그런 건설을 해 내자면 엄청난 비용과 시간이 들텐데 그만큼 투자해서 얼마나 소득을 올릴 수 있느냐가 문제 겠지.”
크리스가 먼저 투자효과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대규모 관광 호텔을 짓고 또 골프장도 만들고 큰 호수도 파고 승마장도 만들고 겨울에는 스키장을 만들고, 말하자면 대규모 관광 위락 단지를 만들겠다는 얘기인데 그런 관광 단지가 만주땅에서 성공할 수 있겠어? 중국에는 소주 항주 같이 경치가 빼어난 곳도 많다는데…”
세라도 부정적인 견해를 들고 나왔다.
“나는 이일이 그런 투자승수를 따지는 일이라기 보다는 빌리 말대로 우리 민족의 긍지라고 할까 자부심, 이런걸 찾는 민족적인 사업 이라는데 주목 하고 싶은데, 일단 그 가능성을 타진해 보는것도 의미 없는 일이라고는 생각지 않는데.”
유진이 빌리를 조금은 이해하고 나섰다.
“우리가 그동안 미국에 살고 있기는 하지만 얼마나 괄시를 받고 설움을 겪었냐? 이제 우리도 뭔가 우리 자부심을 찾는일, 보람된 일, 그런일도 한번 해보자, 고구려 박물관도 짓고 고구려 문화제도 주최하고, 잘만하면 고구려 옛땅을 찾는일이 될 수도 있다는건 신나는 일 아니야? 나는 한번 시도해 보자는 의견인데.”
헤리는 더 찬동하고 나섰다.
빌리의 계획은 어마어마 할 정도로 당찬 것이었다. 압록강 유람 보트 위에서의 생각 이후 북경과 홍콩을 거쳐 미국으로 오면서 호텔에 누워 자면서도 또 비행기 속에서도 온통 빌리는 그 생각만 했다. 그의 꿈은 살에 살이 붙으면서 점점 부풀어 갔다.
왕노사는 홍콩 공항에 까지 나와 빌리를 전송 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이제 자네의 꿈이 무언지 물어도 되겠지?”
빌리는 꿈에 부풀어 비행기에 오를 수 있었다. 그의 꿈에는 장수왕이 함께 하고 있었다.
친구들이 반대를 한다해도 설득에 설득을 거듭하리라고 다짐 하고 있었는데 잠깐의 얘기만을 듣고도 벌써 유진과 해리가 찬동하고 나섰다는 것은 그만큼 빌리의 수고를 덜어 준 셈이었다.
찌안을 개발하는 합자 회사를 건립해 찌안 일대를 완전히 세계수준의 관광 휴양 단지로 만들어 내는 것이었다. 단순한 관광 도시가 아니라 역사의 숨결이 느껴지는 선인들의 웅지와 지혜를 다시 새겨 볼 수 있는 그런 분위기 있는 도시로 만들어 내는 일이었다. 복원되는 고구려의 기상에 한반도에 살고 있는 한인들 뿐 아니라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모든 동포들이 어깨를 으쓱 할 수 있는 그런 고구려 단지를 만드는 것이었다. 중국 사람들이 잔뜩 신경을 쓰겠지만 그들 에게는 경제적 이득이 돌아가게 하고 또 그들로서도 역사를 알게 된다는 부차적 목적에 수긍할 수 있게 하면 됐다.
먼저 교통 시설을 완비해야 했다. 통화에서 집안으로 가는 1백70키로 미터의 고속도로를 만들어 내고, 가능하다면 공항까지도 만들어 낼 수 있으면 더 좋았다. 대규모 고구려 박물관을 건립해 동양 고대와 중세의 문화와 정신을 한몸에 느낄 수 있게 하고, 지금 방치 되어 있다 시피한 유물 유적들을 현대의 최신 과학과 설비를 동원해 보수하고 또 복원해 내면서 앞으로의 관리에 만전을 기하게 하는 것이었다.
초현대식 대형 관광호텔을 지어야 했다. 카리브해 연안의 휴양 도시 수준의 호텔처럼 모든 부대 편의 시설을 갖춘 그런 호텔이었다. 골프장, 테니스 코트, 승마장을 갖춘 곳이다. 그것도 세계최고 수준으로, 휴양지가 반드시 가져야 하는 바다가 없는 것이 험이기는 했다. 그러나 그곳에는 유장한 압록강이 있었고 그것으로 모자란다면 근사한 대형 인공 호수를 파면 됐다.
그곳에는 조선족 교포가 다수 인종을 이루며 살고 있는 곳이 아닌가, 모든 시설의 종사자며 종업원들은 당연히 절대다수가 한인들로 채워 진다. 그정도의 시설을 투자한 기업이면 지역 경제권을 장악 하기 마련 이다. 경제권을 장악하고 있고 또 인구도 많고, 단지내에서의 통용어는 당연히 한국어, 이렇게 되면 그땅이 우리 땅이지 누구의 땅이 겠는가?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서라도 개관을 즈음해서 랄지, 매년 한두차례씩 근사한 이벤트를 개최 하는 것이다. 지난번 디즈니 월드 에서의 모델대회의 경험을 바탕으로 세상이 깜짝 놀랄 그 이상의 행사를 선보이는 일이었다. 그때가 되면 과학기술도 더 발전해 있을 것이고 빌리네 인적 자원도 많아질것 아닌가?
그리고 당연히 과학과 역사가 조화를 이룬 어린이 놀이 공원을 만들어야 했다. 중국의 어린이며 세계의 어린이 들에게 꿈과 용기를 심어 주는 일이야 말로 빌리가 바라는 일 아닌가. 동양의 디즈니 월드로 꼽히기만 하면 해변을 끼고 있지 않다는 약점 정도야 충분히 커버 할 수도 있었다. 날씨가 문제 이기는 했다. 그곳 요동의 겨울이 워낙 춥다고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추우면 추운대로 또 겨울 레져를 발달 시키면 되지 않은가. 사람은 더운 곳 보다는 추운곳에서 더 자극을 받고 활력을 얻는다고 하지 않던가. 그곳은 높은 산도 끼고 있었다. 눈도 많은 곳이었다. 국제수준의 스키장 몇개쯤 건설해 놓으면 고구려인의 겨울기상이 더 빛을 발하게 될것 아닌가. 중국인들이 잘한다는 얼음조각 전시회 같은 것도 아이디어가 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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