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46 F
New York
September 19, 2024
hinykorea
연재소설

<장편 이민현장 소설> ‘영웅의 약속’ 연재 59회

안동일 작

‘패션, 열정, 그리고 상상’  빌리네가 기획하고 주관한 세계 패션 모델 페스티발의 슬로건 이었다. 이 축제는 엔터테인먼트 쇼 비지니스가 어떤 것인가를 확실하게 보여 준 세기말 최대의 이벤트 였다는 평을 받았다. 그리고 미국 연예 오락 시장의 판도와 그 주인공들의 교체를 예고한 서곡이라는 엄청난 반향이 각처에서 몰아쳐 왔다. 행사의 주인공들이 메스컴의 각광을 받았고 모두들 돈 방석에 앉았다.
유진 초이, 세라 오, 하킴 무가베, 테드 브룩스, 톰 쉐퍼드, 그리고 퀸으로 선발된 비키 트레이스, 신인왕 티나 황이 그 주인공들이었다.
유진 초이는 유능한 사업가 기획자로, 세라 오는 세계 탑 클래스의 디자이너로, 하킴 무가베는 아프리카가 낳은 최고의 연예 연출자로, 테드 브룩스는 이벤트 기획의 귀재로, 그리고 톰은 모델업계의 확실한 실력자로 자리 매김을 했던 것이다.
여기에 이번 행사에서 최고의 모델로 선발된 비키 트레이스는 이제 외모 뿐아니라 노래, 연기, 그리고 익살에 이르기까지 세계 최고의 여성이라는 것을 만천하에 과시 했고 수긍하게끔 만들었다. 신인여왕으로 등극한 홍콩 출신의 티나 황은 중국인 아버지와 영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이었다. 그녀의 재능과 미모는 앞으로 다가선 아시아 시대를 상징하는 새로운 바람이었다.
빌리 쳉은 뒤에서 뒷일을 거든 많은 사람중 하나로 알려져 있었다. 친구들은 빌리를 내세우고 싶어 했지만 그는 극구 사양했다. 빌리 쳉은 그걸 더 좋아 했다.
그러나 친구들은 빌리에게 확실한 선물을 증정 했다.
모델대회가 밀리온의 밀리온 갑절인 질리온의 성황으로 끝난 뒤 친구들은 회사 체제를 개편 하면서 빌리를 만장일치로 회장으로 추대 했던 것이다. 회사 이름도 윌리엄 엔터프라이즈로 개칭 했다.이번 모델대회 행사로 벌어들인 엄청난 수익에 대한 절세 수단이기도 했다. 그 산하에 씨엔씨 메뉴펙쳐, 탈라리아 패션, ‘탈’ 코퍼레이션, ‘탈’ 웨어하우스, 탈라리아 메니지멘트, 씨멘 마케팅, 씨멘 트랜스, 쉐퍼드 에이전시,등 8개의 회사가 자회사로 소속 돼 있었다. 각기 규모가 다른 독립된 회사 였지만 윌리엄 엔터프라이즈가 각 회사의 지분 51퍼센트를 갖고 있었고 그 WE의 지분 51퍼센트가 빌리 정에게 배당되어 있엇다. 크리스와 윤호의 강권이었다. 아무도 불만이 없었다. 너무도 행복한 친구들 이었다.

“회장님 나가 보셔야죠? 시간이 없는데…”
며칠전 부터 빌리의 비서겸 운전사로 일하고 있는 김일훈이 물어왔다.
“벌써 그렇게 됐나?”
“모트가의 이회장님은 벌써 공항에 나가 계시다는 연락이 왔었습니다.”
이가영을 말하는 것이었다.
“나만 빠져 나가는것 같아 미안한데…”
“별말씀을 다하십니다. 회장님, 4년만에 처음 갖는 휴가신데요.”
윤호가 장난기 석인 목소리의 경어로 한마디 했다.
“자식, 놀리기는.”
윤호가 그럴수록 빌리는 쑥쓰러워 졌다. 자신에게 경어를 쓰는 것도 그랬지만 그보다 이번 휴가 여행이라는게 계면쩍기 짝이없는 여행이기 때문이엇다. 모두 왕노사 그 엉뚱하기 짝이 없는 노인네의 아이디어 였다.
“모처럼 쉬고 오라고, 사업 구상도 하고…”
크리스도 한마디 보탰다.
“쉬고 오라는 얘기는 뭐고 사업구상을 하고 오라는 얘기는 또 뭐냐?”
“자네 성격에 4박5일 동안 빈둥대다가만 오겠어? 뭔가 우리 회사의 2기 발전을 위한 구상이 나오겠지.”
“그러려면 너희들하고 다 같이 가야 되는 것 아니야?”
“됐어, 됐네 이사람아, 일이 이렇게 됐는데 이제와서, 잘 다녀 오라고.”
유진이 빌리를 떠밀듯 하면서 사무실 밖으로 함께 나왔다. 근사하게 꾸며져 있는 회장실이었다. 유진과 크리스의 배웅을 받으면서 빌리는 컨티넨탈 타운카에 올랐다. 회사 의전용으로 새로 구입한 신형이었다. 오늘은 공항으로 가야 하기 때문에 이용 하지만 빌리는 아직 자신이 직접 운전하는 자신의 벤츠차를 더 좋아 했다. 크리스는 이제 빌리의 차를 바꿀때가 됐다면서 롤스로이스를 알아보고 있는 눈치였다.
라과디아 공항 대합실에는 이가영이 벌써 나와 있었다. 강숙정,오청연과 함께였다.
그녀들이라고 알고 있었기에 알아 볼 수 있었지, 긴 생머리를 그대로 날리면서 큼지막한 선그라스를 끼고있는 청바지 차림의 그녀들을 홍콩의 대 스타들 이라고 알아볼 사람들은 아무도 없었다. 그녀들이 입고 있는 청바지도 빌리네가 만든 닥스와 탈라리아 였다. 빌리의 눈에는 그게 제일 먼저 들어왔다.
가영이 빙긋이 웃었고 숙정이 빌리에게 달려와 빌리의 목에 매달려 키스를 해왔다.
“피곤하지 않아? 오늘 하루 쉬고 내일 출발해도 됐을텐데…”
빌리가 그녀의 어깨를 토닥이며 말했다. 그녀들은 조금전 홍콩에서 뉴욕에 도착 했다. 가영이 케네디 공항으로 나가 스파이 작전을 벌이듯 그녀들을 빼와 도미니카로 향하는 비행기를 타기 위해 라과디아 공항으로 왔던 것이다. 포옹을 푼 숙정의 손끝이 빌리의 목덜미의 붉은 흉터를 살살 쓸고 있었다. 가까운 거리였기에 선그라스 안쪽 그녀의 눈에 걱정스런 기색이 느껴 졌다. 그녀도 빌리가 아찔한 테러를 당했다는 소식은 들었을 터 였고 그것이 그 상처인줄 알고 있었겠지만 그러나 더 이상 다른 말은 안했다.
“하루 더 있다가는 그 난리를 어떻게 당하려고? 케네디에서 여기 오는데도 얼마나 진땀을 뺐는데…”
다가온 가영이 옆에서 거들었다.
“미스터 정은 날이 갈 수록 더 젊어져요.”
한쪽 손으로는 가영의 팔짱을 낀채 오청연이 다른 손을 내밀면서 말했다. 그녀와는 홍콩에 갔을때 딱 한번 만나 인사나 나눈 사이였음에도 그녀는 아주 친숙하게 나왔다.
“그럼 미쓰오는 내가 늙기를 바랬단 말입니가? 아직 애도 없는 싱싱한 총각인데”
숙정이 청연을 쳐다보며 묘한 웃음을 지었다.
네사람만이 오붓이 비행기를 타기로 되어 있었다. 도미니카 공화국의 해변 리조트 호텔을 최근 왕노사가 인수 했고 그 운영실태며 앞으로의 시정 방안들을 조언 해 달라는 부탁을 받고 떠나는 여행이었다. 명목상 그랬을 뿐 그 바쁜 숙정과 청연의 스케줄을 일주일 이상 중단 시키면서 굳이 빌리를 동행하게 한것은 왕노사가 모처럼 빌리에게 한가한 시간을 갖게 하려는 배려 였다.
빌리가 목에 부상을 당했다는 소식에 가장 걱정 했던 것도 왕노사였고 빌리의 모델 대회의 성공을 가장 기뻐 해준 사람도 왕노사였다. 왕노사는 모델대회가 끝나고 관게자들 끼리 가졌던 쫑 파티 석상에서는 브랜디를 연방 마시더니 마이크를 잡고 노래를 부르기도 했었다.
왕노사는 도미니카 해안 도시 푸에르토 프라타의 리조트 호텔 쉐라톤 도미닠의 인수문제 때문에 미국에 와 있었기에 모델대회 전 행사에 참석 할 수 있었다.
잠시 대합실에서 비행기 탑승을 기다리면서도 또 세시간 쯤 걸리는 비행시간 내내 네사람의 화제는 온통 빌리네 모델 대회얘기 였다. (계속)

Related posts

<장편 이민 현장소설> ‘영웅의 약속’ 연재 18회

안동일 기자

<실록(實錄)소설> 순명(順命) 그때 거기 지금 여기 (연재 23)

안동일 기자

<장편 이민현장 소설> ‘영웅의 약속’ 연재 82회

안동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