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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ptember 20,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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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

<장편 이민현장 소설> ‘영웅의 약속’ 연재 55회

안동일 작

지하 2층이 주차장으로 통하는 입구 였다. 네 사람이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 저쪽에서 뭐라고 떠들고 있던 사내 세사람이 이쪽으로 달려 왔다.
“어, 여기왔다. 여기.”
라루시 녀석들이었다.
빌리가 공중으로 날았다. 그의 이중회전 돌려 차기가 두 녀석의 턱을 차례로 강타했고 그 사이 유진의 정권은 한녀석의 명치에 꽂혔다.
그리곤 정신 없이 뛰었다. 비키의 하이힐이 벗겨져 빌리가 줏어 들어 한짝을 코트에 집어 넣었고 마침 44가 코너에 서있던 택시에 올라 탔다.
빌리가 코트에서 비키의 구두를 거내 주자 누가 먼저인지 모르게 모두 웃었다. 빌리의 안쪽에 나란히 앉은 스텔라와 비키는 울면서 웃었다.
흑인 운전수가 영문을 모르겠다는듯 고개를 갸웃 거렸다. 몇 녀석이 이쪽으로 뛰어 오는 기색이 있었다.
“퀸즈로 갑시다. 베이사이드.”
빌리가 소리쳤고 차가 움직였다.
차가 미드타운 터널에 들어 섰을때야 정신들을 차릴 수 있었다.
“어디 가려고?”
유진이 앞좌석에서 물어 왔다.
“베이 사이드에 가면 우리아버지가 엄마하고 싸우고 가출 했을때 가던 깨끗한 모텔이 있어 거기 가보자.”
빌리가 대답했다.
“자식 이 경황중에도…”
베이사이드 아드리안 모텔이라면 아무리 날고 기는 녀석 들이라 해도 빌리등을 찾아 낼 방도가 없을 터였다. 워낙 순식간에 녀석들을 때려 뉘고 뛰었기에 녀석들은 차를 꺼내 올 시간도 없었는지 아무리 뒤를 살펴도 빌리네 택시를 따르는 차는 없었다.
아드리안 모텔에는 빈방이 많았다. 말이 모텔이지 시내의 어떤 호텔 보다 깨끗한 집이었다.
프론트의 중년 사내는 묻지도 않고 카운터에 두개의 키를 올려 놨다. 빌리가 비키가 얼굴을 쳐다 봤다. 그녀가 빌리의 팔을 꼭 잡으며 “너무 무서워서…”했다.
일층에 있는 스탠드 바 커피숍도 시간이 늦어서 인지 문을 닫고 있었다. 네사람은 방으로 올랐다. 엘리베이터에서 가까운 방으로 네사람이 함께 들어갔다.
“빌리, 정말 고마와요.”
방에 들어서자 마자 유진과 스텔라가 있음에도 상관치 않고 비키가 몸을 돌려 빌리의 목을 껴안으며 말했다.
“비키, 오늘 빌리가 무슨 일 한건지 알아?”
빌리는 자신의 목을 껴안고 있는 비키의 등을 두드리고 있는데 유진이 대신 말했다.
“암요 알고 말고요, 이 말괄량이를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던진것 아니에요? 목숨 까지도…”
그러면서 그녀는 아예 빌리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강하게 갔다 댔다. 마치 귀여운 아기에게 하듯 여러번 입술을 부딪쳐 오면서 소리까지 냈다.
웃을 수 밖에 없었다. 여자들의 감정이란 이렇게 쉽게 달라 지는지…아까 그렇게 사시나무 떨듯 떨던 그녀가 그 사이 서부의 말괄량이 같이 변한 것이었다.
“나를 위해 목숨을 건 남자에게 난 목숨보다 더 한것을 내놓으면 내놓았지 그냥 있지는 않겠어요.”
비키가 포옹을 풀면서 말했다.
“비키, 걱정하지마, 난 목숨을 내놓지 않았어.”
빌리가 웃으며 말했다. 그러나 그녀는 윙크로 대답했다.
두사람은 탁자에 걸터 앉았고 두 사람은 침대에 앉아 이야기가 계속됐다.
오늘의 일에 대한 비키의 고백이었다.
비키는 서슴없이 상의의 단추를 두개쯤 풀고 짧은 타이트 스커트를 걷어 올려 허벅지가 훤히 보이는 편한 자세로 앉아 자신의 얘기를 세사람에게 들려 줬다. 자기 깐에는 사선을 헤치고 나온 동지였기에 이무럽다는 뜻 이었는가 보다.
자신은 라루시와 딱 두번 잠자리를 같이 했다고 했다. 한번은 텍사스에서 올라와 철모르던 신인 때 출세를 위해 거물을 만난다는 생각에 멋 모르고 끌려가 당했고 두번째는 자신이 하이 클래스로 올라 섰을 때 오늘과 같은 급작스런 호출을 받고 어쩔 수 없이 요구에 응했다고 했다.
그런데 라루시라는 사람 그렇게 싫을 수가 없다고 했다. 술만 먹으면 난폭해 져서 별 해괴한 요구를 다 해온 다는 것이었다. 오늘은 중요한 프랑스의 디자이너가 갑자기 보고 싶어 한다는 에이전트사의 전갈을 받고 나왔는데 아파트로 온 리무진에 올라타 가만히 보니 라루시에게 가는 것이라고 알 수 있었단다.그 라루시에게 또 당한다는 생각을 하니 죽기보다 싫었고 그래서 호텔 앞에 차가 서자 맨발로 튀어 나왔다는 것이었다.
아무튼 비키는 당찬 여자였다. 거기서 그렇게 앞뒤 가리지않고 뛰어 나온 다는 것은 큰 용기를 의미했다.
라루시는 거의 매일 밤 마다 모델들을 괴롭히는데 그녀의 입에서 한다 하는 모델들의 이름이 모두 튀어 나와 세사람은 놀랄 수 밖에 없었다.
비키 트레이스는 텍사스의 시골 소 도시 출신 이었다. 고등학교와 대학교때 내리 응원 단장을 했었다고 한다. 전국 대학생 응원 대회에 출전 했을 때 잡지에 멋지게 소개된 이래 바람이 들어 모델이 되겠다는 꿈을 가졌고, 졸업을 1년 앞두고 치약광고 제안이 있었는데 그때 뉴욕으로 올라 와서는 치약광고 이래 큰 건이 없었지만 그냥 이길로 접어 들었다는 것이다. 모델 스쿨에 등록을 했고 낮에는 패션애브뉴 커피 숍에서 웨이트레스 일까지 했었다고 했다.
그녀의 얘기가 전형적인 상경 소녀 출세기로 흐르면서 스텔라는 졸립다고 유진을 보채기 시작 했다.
빌리가 눈짓으로 남자들이 저방으로 갈까 했더니 비키가 눈짓으로 펄쩍 뛰는 바람에 빌리는 피씩 웃어야 했다. 비키는 그런 빌리의 어깨 쭉지를 한번 꽉 꼬집더니 윤호네가 방을 나가기도 전에 자신이 먼저 욕실로 들어 가 버리는 것이었다. 두 사람은 옆방으로 건너 갔다.
욕실에서 나는 물소리를 들으며 빌리가 꼭 귀신에 홀린 것 같은 오늘의 일을 더듬고 있는데 문이 살며시 열리며 유진이 자신을 불렀다.
스텔라는 벌써 곯아 떨어 졌단다.
두사람은 복도에 서서 이야기를 나눴다.
“오늘 이거 어떻게 된거냐? 정말, 귀신에 홀린것 같기도 하고…”
유진이 먼저 입을 열었다.
“너도 그생각 했니? 나도 그랬는데…”
“이제 앞으로 어떻게 하지? 라루시녀석 가만 있지 않을텐데…”
“글쎄 술이 취해 있었다고 하니까 술깨면 달라지겠지. 자기도 체면이 있을테니까.”
“정말 그럴까? 그런데 그 하퍼라는 친구 거 묘하데.”
“가만히 보니까 라루시는 끝난것 같은데, 하퍼가 모든것 다 쥐고 있는것 같지 않니?”
“그래, 그런것 같아.”
“그 친구는 그래도 사리분별력이 있는 친구 같잖아.”
“그래도 아찔했던 거야, 콧수염 녀석이 총 만지작 거리고 있었다는데…”
“야 거기서 어떻게 총 쏘겠냐?”
“별일 없어야 할텐데.”
“걱정말자, 지금 걱정 한다고 뭐 어떻게 하겠냐? 내일 하퍼한테 꽃이나 잔뜩 보내주자.”
“자식 언제나 천하태평이야. 그나 저나 오늘 어떻게 할거야?”
“뭘 어떻게 해?”
“저 비키 말이야.”
“자식 별걱정 다하고 있네, 잘자. ”
빌리가 유진의 어깨를 툭 치고 자신의 방쪽으로 돌아섰다.
“야, 헬렐레 하고 속 다 빼주지마, 넌 자식아, 맨날 비키 포스터 밑을 지날때 마다 침 질질 흘렸어.”
윤호가 작은 소리로 아주 작은 소리로 빌리의 등에 대고 소리쳤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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