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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

<장편 이민현장 소설> ‘영웅의 약속’ 연재 45회

안동일 작

 / 그는 한인 청소년 폭력 조직과 깊은 연관을 맺고 있는 독특한 청년이었다. 어떻게 보면 청소년들의 대부 노릇을 하고 있다는 오해를 살만도 했지만 나름대로는 청소년들의 탈선 폭력 문제에 대한 일가견과 철학을 지니고 있어 그들의 심리상태에 동지적으로 파고 들어 진정한 교화를 하겠다고 기염을 토하는 친구였다. 그는 자신의 플러싱 전세 집을 엠마오의 집이라고 부르면서 교포 청소년들에게 밤이고 낮이고 개방하고 있었다. /

 

그때 하킴이 빌리쪽으로 다가왔다. 빌리가 대학 다닐때 사귀었던 흑인 친구였다. 영화 감독이 되겠다고 그쪽으로 분주히 쏘다니는 친구였다. 빌리가 변호사일을 때려치고 패션계통에 손을 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몇 안되는 친구의 하나였다. 그의 손에는 작은 플라스틱 잔이 들려 있었다. 한국의 소주였다. 탈패 단원들이 짐 속에 가져 왔던 것을 풀어 냈고 미국인들은 눈을 찡긋하며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연방 마셔댔다.
“윌리, 아주 멋진 생각이 떠 올랐는데 들어 볼래?”
“무슨 생각인데?”
“한국의 탈 춤 주인공들을 캐릭터라이즈 하는 거야.”
“캐릭터라이즈?”
“너 닌자 터틀 기억나지?”
“그럼.”
“닌자 터틀과 같은 영웅을 만들어 내는 거야.”
녀석 다운 발상이었다.
“그거 정말 근사한 생각인데.”
말뚝이며 취발이 소무 노장 먹중 샌님들을 영화의 주인공으로 만들어 낸다. 멋진 생각이었다. 닌자 터틀이며 파워 레인저, 수퍼맨, 배트맨등 만화나 영화 속의 캐릭터들이 미국 사회에서 차지 하는 비중은 엄청 났다.
그들은 이미 가공의 인물이 아니었다. 특히 아동들이며 청소년들에게 있어 그들의 영향력은 절대적 이었다. 청소년들 뿐 만이 아니었다. 타잔 이며 수퍼맨 등 벌써 30년을 넘은 캐릭터들이 어른 들의 향수와 어우러 지면서 부활을 계속 하고 있지 않은가. 장난감 만화 영화등 놀이 문화는 물론 심지어는 의생활과 식생활에 까지 그들 캐릭터들의 영향력은 끝이 없었다.
순간 빌리의 머릿속으로 번개의 섬광과 같은 빛이 스치고 지나갔다.
브랜드를 갖는 일은 지상 명제가 되어 있었다. 존 젠마노 앞에서 그렇게 큰 소리를 쳤고, 대학 동창인 폴에게도 자신있게 밝혀 적지 않은 자극을 준 일이었기 때문에 이제 여기서 발을 뺄 수는 없었다.
사업은 순조롭게 돌아 가고 있었지만 브랜드를 만드는 일의 계기가 쉽사리 찾아 오지 않고 있었다.
젠마노와의 한번 만남으로 트러킹 회사 문제는 그 다음날로 즉각 해결이 됐다. 폴이 나서 토니와 빌리 그리고 맥도걸의 오브라이언 과의 4자 회담이 열렸고 컨설리데이트와 맥도걸이 적당히 시장을 쉐어 하기로 낙착이 됐다. 또 컨설리데이트사는 거리에 상관없이 하청가격의 5퍼센트를 운송료로 갈취하던 관행에서 거리를 병산하는 합리적인 요금을 부과 하기로 했다.
컨트렉터들의 단결이 가져온 승리 였던 것이다. 이 일을 계기로 빌리네 씨엔씨 앤터프라이즈는 일약 가멘트 업계의 하나의 중심으로 떠오르게 됐다. 유진, 최 윤호가 교포신문에도 소개 되는 등 각광을 받는 인물로 부상했다. 묘하게도 빌리는 계속 중국계로 알려져 있었다.
익스프레스사의 5백만 달러 클레임건도 적당한 선에서 타협이 이뤄 졌다. 당초 22불달러를 받기로 했던 하청 가공료를 15달러 선에서 빌리네가 양보를 했다. 그래도 손해보는 일은 아니었다.
이처럼 사업은 그런대로 계속 잘 돌아 가고 있었지만 자기 브랜드를 만든다는 일이 빌리며 친구들의 가슴 한구석을 누르는 숙제 였는데 한국 탈춤의 주인공들을 브랜드화 하자는 하킴의 한마디가 빌리의 뇌리를 영감처럼 스쳤던 것이다.
그런 캐릭터라이즈는 영화나 TV쪽에서 먼저 이루어 지는 것이 지금까지의 상례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쪽 보다 먼저 의류품에서 캐릭터 라이즈 하는 것도 불가능한 일만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탈춤의 주인공을 브랜드화 하는 거야, 바로 그거야.’
빌리는 손가락을 튕겨 딱 소리를 냈다.

탈춤패들과의 뒷풀이가 끝나고 빌리와 친구들은 근처 다이너에 모여 앉았다. 김장호화백과 하킴 그리고 최근 빌리등과 교분을 나누고 있는 김광호가 합석했다.
하킴 때문에 대화는 영어로 진행돼야 했다.화제는 단연 탈춤의 브랜드화 였다.
“그거 괞찬은 생각이기는 한데 아직 사람들이 너무 모르고 있잖아?”
“그리고 브랜드 네임을 정한다면 많은 캐릭터 중에서 어떤 것으로 하지?”
“옷에서만 먼저 할게 아니라 만화나 영화가 함께 나오면 어떨까?”
“영화? 그거 엄청나게 돈이 들텐데…”
“왜 우리돈으로 할 생각을 하지? 영화 업자에게 아이디어를 제공하면 돼잖아?”
“아, 하킴 네가 영화 업자들 많이 알고 있겠구나.”
“장호형이 아예 먼저 만화를 그려 내면 어때요?”
“내가? 영어가 짧아서…”
“지금 까지 해온 한국 이야기로는 미국사람들 이해 못할텐데..”
“스토리야 같이 구상해서 창작해 내면 돼잖아.”
“그래 그거 좋겠다.”
“다들 내얘기 들어 봐, 그러니까 주인공은 10대 청소년들이야, 뉴욕이나 어디 동부의 대도시 고등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이지, 걔들이 평소에는 얌전한 학생들인데, 말뚝이나 취발이 마스크만 쓰면 마샬아트를 구사 하면서 펄펄 날게 된단말이야… 그래서 악당들을 쳐부수고…”
“우주의 괴물 까지도 처치 해야지…”
“제목은 이게 어때? 마스크 레인저스.”
“그거보다 태권 마스크 보이가 좋지 않아?”
벌써 상상의 나래는 친구들 사이에 뭉게구름처럼 퍼져 갔고 대강의 스토리가 전개 되고 있었다.
상미와 김 화백은 벌써 식당 냅킨 위에 캐릭터들의 모습을 그리고 있었다.
그런 모습을 쳐다보던 빌리의 눈이 맞은편에 앉아 있던 김광호의 눈과 마주 쳤다.
빌리가 씩 웃자 광호도 따라 씩 웃었다.
“김형, 지나한테는 가봤습니까?”
빌리가 먼저 물었다.
취발이 캐릭터라이즈 얘기가 공통의 주제 였다면 이 얘기는 두사람만의 얘기였다. 김광호는 빌리네가 생각하고 있는 탈춤 주인공의 캐릭터라이즈가 한인 청소년 들에게 자부심과 긍지를 심어 줄수 있다는 점에서 깊은 관심을 갖고 있는 듯 했다.
“네, 그저께 갔었습니다.”
“어떻든가요?”
“많이 좋아져 있었습니다.”
김광호는 한인 청소년 폭력 조직과 깊은 연관을 맺고 있는 독특한 청년이었다. 어떻게 보면 청소년들의 대부 노릇을 하고 있다는 오해를 살만도 했지만 나름대로는 청소년들의 탈선 폭력 문제에 대한 일가견과 철학을 지니고 있어 그들의 심리상태에 동지적으로 파고 들어 진정한 교화를 하겠다고 기염을 토하는 친구였다. 그는 자신의 플러싱 전세 집을 엠마오의 집이라고 부르면서 교포 청소년들에게 밤이고 낮이고 개방하고 있었다. 그는 신학교에 다니면서 목사 수업을 받고 있는 중이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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